與 33인, 현행 10·1일 → 9·17일 변경 촉구 결의안 발의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현행 국군의날(10월 1일)을 다른 날로 변경하자는 국회 결의안이 최근 발의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33명은 지난 10일 국군의 날을 일제시대 광복군이 창설된 9월 17일로 변경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군의 날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국군의 역사적 뿌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보수 야당은 이는 제2건국절 논쟁을 일으켜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고 반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찬, 항일투쟁 임시정부 법통 계승… 17일이 광복군 창설 ‘생일’
반, ‘38선 돌파 기념’ 기존의 역사적 의미 충분… 국민 분열 안 돼

 
현행 국군의날의 의미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6·25전쟁 무렵인 1950년 10월 1일 한국군이 남침한 북한군을 격퇴해 38선을 돌파한 날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날 ▲1949년 10월 1일 공군이 창설돼 육·해·공군 3군 체제를 갖춘 날 등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기념해 1956년에 이날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
 
9·17일, 역사적 의미 더 커
“광복군, 자주 군대 실현”

 
민주당 의원들은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이 역사적 관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9월 17일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重慶)에서 광복군을 창설했다. 이들은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일제에 선전포고를 하고 1943~1945년 중국군과 함께 항일전을 벌였다.
 
국군의날 변경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광복군이 창설된 9월 17일로 기념일을 변경하는 것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통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게 된 이유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투쟁을 해서 광복을 쟁취했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독립 정신은 정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대한민국 건국의 본류다. (국군 창설의 의미는) 광복군의 독립투쟁 정신을 우리 군이 이어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 국군의날은 국군이 자랑할 만한 기념일 중 하나인 건 맞지만 의미로 따지면 국군의날 자체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며 “9월 17일은 광복군을 창설한 ‘생일’의 의미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근현대사기념관 이준식 관장도 광복군의 의미를 힘주어 말했다. 이 관장은 지난 13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광복군이 의미가 있는 것은 임시정부 산하의 자주적인 군대가 되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고, 또 그것을 실현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19년 4월 11일 상해임시정부를 세운 이들은 일제에 맞서기 위해 국군 창설을 구상했지만 중국 땅인 만큼 당시 중국 국민당의 견제가 심했다. 일제에 맞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 측의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광복군은 군 통수권을 넘기라는 국민당 요구에 응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인 1944년 통수권을 되찾고 중국과 군사협정을 맺으면서 광복군은 독자적인 군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이 관장의 설명이다.
 
“독립⟷건국 편가르기”
제2 건국절 논쟁 비화

 
정치권 내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는 국군의날 변경 추진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현행 국군의날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데 굳이 변경해 논란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2의 건국절 논쟁으로 비화돼 국민 분열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통화에서 “국군의날이 이미 60여 년간 그 역사성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그리고 지금 현재 근현대사를 둘러싼 논쟁이 있는데 이럴 때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건국 논란에 대한 하나의 정치적 공세라는 느낌이 많이 드니까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도 지난 10일 논평에서 “(정부 여당은) 대한민국 역사를 독립의 역사와 단절시키고 독립 세력과 건국 세력을 편가르기 하려는 시도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굳이 국군의 날을 바꾸자고 한다면 이는 불필요한 논란을 부르고 확대시킬 게 뻔하다”며 “결국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군의날 변경과 건국절 논란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칠승 의원은 국군의날 변경 움직임을 건국 논쟁과 연계하려는 것에 대해 “물타기하려는 것 같다. 이야기를 안 하고 싶으니까 포커스를 딴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라며 “건국절과 분리해서 이야기 했으면 하는데 국군의날에 관한 여러 의미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어울리는지 한 번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기념일을 모두 챙기자는 절충론도 나온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통화에서 “현행 국군의날은 통일 의지를 담고 있는 미래지향적 의미가 있고, 광복군 창설일은 항일 투쟁의 의미가 있다”며 “서로 대립되는 게 아니니까 현행은 그대로 두고 (광복군 창설일은) 별도 기념일로 지정해 의미를 되새기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삼일절, 광복절 등 국경일은 법률로 정해져 있지만 공휴일이나 기념일은 법 개정 절차 없이 행정 명령인 대통령령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공론화 과정이나 야당의 반대 등 현실적 문제로 국군의 날 변경 절차는 향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최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각종 사회적 논란을 의식한 듯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주면 정부에서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피 처장은 지난 14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군 창군 77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국군의날 변경에 관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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