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측 대체인력 확보로 파업 무력화 시도…“행보 소신껏 결정해야”
방송거부’ 정은아는 박수 받고, 마이크 잡은 김성주, 오영실은 변절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공영 방송 파업으로 인한 공채 출신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의 엇갈린 행보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파업의 주체인 방송사 노조원이 아니기에 자신의 행보를 소신껏 결정할 수 있다. 공영 방송 정상화를 위한 기회로 생각하고 빙송출연을 거부할 수도 있고 방송계에서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다. 프리랜서에게는 생계가 달린 중대한 일이기에 이들의 선택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박지윤
방송인 박지윤과 김성주는 KBS와 MBC 방송국 파업 여파로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지윤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는 파업 전 촬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박지윤은 남편인 최동석 KBS 아나운서와 함께 출연, 공개 연애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현재 KBS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장하며 파업 중인 바, 두 사람의 예능 출연에 몇몇 시청자가 의문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지윤은 “혹시나 동료들 파업 중에 녹화한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죠? 한 달 반 전에 남편이 육아휴직 중이라 아나운서실의 허락을 받고 출연했고 방송이 파업 중에 나갈 줄은 저희도 몰랐네요”라고 설명했다.

또 “힘들게 애쓰시는 분들의 마음에 어려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공영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라고 덧붙이며 KBS 동료들에게 힘을 보탰다.

박지윤은 2004년 KBS 30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2008년 프리랜서 방송인이 됐다. 남편인 최동석 아나운서와는 사내 커플로 만나 2009년 결혼했고, 슬하에 딸 1명과 아들 1명이 있다.

김성주
김성주, 2012년 MBC파업 당시 MBC 입성 구설수

김성주는 무려 5년 전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13일 열린 MBC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주진우 기자가 2012년 MBC 파업 당시를 회상하며 런던 올림픽 중계에 나선 김성주를 비판한 것. 당시 김성주가 전 동료들의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 이유다.

이날 주 기자는 “2012년 총파업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권순표 앵커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후배들, 동료들이 파업하고 있는데 계속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며 마이크를 내려놨다”며 “스포츠 캐스터까지 동참했다. 그런데 그 자리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로 채워졌다”고 발언했다.

주 기자는 이어 “특히 김성주가 마이크를 많이 잡았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더 밉다”라고 다소 격앙된 감정을 보였다.

주 기자의 해당 발언으로 인해 김성주의 이름은 다음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김성주 측은 직접 해명에 나선 박지윤 아나운서와 달리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2012년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과 공영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장기 파업에 돌입했다. 오상진, 최윤영, 서현진, 문지애, 나경은, 박혜진 등 유명 아나운서들, 김태호PD 등 간판 예능프로그램 연출자들이 파업에 가담했다.

지난달 22일 MBC 아나운서국이 시청자에게 쓴 글을 보면 2012년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아나운서 27인은 방송거부에 돌입하며 “2012년 파업 이후 유례없는 비극과 고통을 겪었다.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 전보됐다. 얼마 전에는 지속적 상습적 방송출연 금지 조치에 절망한 나머지 김소영 아나운서가 사표를 던졌다. 모두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현재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성주는 2000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2007년 프리선언을 하며 퇴사했다. 퇴사한 아나운서들이 그렇듯 MBC에 복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으나 2012년 MBC에서 총파업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스포츠제작국장과 아나운서국장이 김성주에게 런던올림픽 중계 캐스터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당시 김성주는 “MBC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올림픽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크다. 그래서 일단은 MBC를 위해 중계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며 “파업이 타결되면 언제든 흔쾌히 물러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성주는 런던올림픽 중계에 임한 것을 시작으로 소치올림픽, 브라질월드컵, 인천 아시아게임 중계 캐스터를 맡았다. 이후 김성주는 친정에서 ‘아빠 어디가?’와 ‘능력자들’ 등 진행을 맡았고 현재 ‘일밤-복면가왕’과 ‘랭킹쇼 1,2,3’ 진행을 맡고 있다.

2012년 파업 당시뿐 아니라 주진우 기자가 김성주를 저격한 지금도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프리랜서인 김성주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부 시청자들은 주진우와 뜻을 같이했다. 김성주가 올림픽 중계를 맡으면서 노조원들의 파업이 일부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한때 한솥밥 먹던 동료들이 생업을 내걸고 투쟁하던 상황에서 기회주의자적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주가 진행 중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김성주를 하차 시켜야 한다는 글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당시 김성주가 프리랜서였다는 점을 들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 ‘피고용인’이자 생활인으로서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오영실
오영실, 정은아 빈자리 맡아 구설수

방송인 겸 배우 오영실도 김성주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KBS 아나운서 15기로 입사해 퇴사 후 연기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오영실이 정은아 대신 프로그램을 꿰찼다는 것.

앞서 정은아는 KBS 17기 아나운서 공채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KBS 총파업기간 중 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생방송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은아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를 통해 “후배들이 결의를 해서 그렇게 하는 상황에서 빈 책상을 보며 들어가 일하는 게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힘내시고 잘되셨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정은아는 안정된 진행 실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방송계에서 롱런하는 방송인이다. 그는 KBS 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를 통해 1년 넘게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라디오에서는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는 프라임 시간대다. 하지만 그는 이달 초 KBS새노조가 파업을 선언하자, 지지 의사를 밝히며 파업이 끝날 때 돌아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30년 방송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의로 방송 출연을 거부했던 것이다.

KBS는 정은아가 라디오 진행중단 의사를 밝힌 지난 4일, ‘정은아MC진행자 당일교체, 편성변경 내역’이라는 공지를 냈다. 여기엔 ‘함께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 프로그램 이름과 더불어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삭제”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정은아가 하차한 당일 대신 방송을 진행한 오영실 전 아나운서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 제목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정은아가 보복성 교체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라디오 구역 노조원들은 “왜 정은아 씨는 오영실 씨로 즉시 교체되었는가? 오영실 씨가 프로그램에 적합한 진행자인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대방만 며칠 해 본 대타 PD가 새 프로그램을 피칭하는 것은 적법한가? 이 모든 질문의 대답은 지금 문제를 일으킨 당신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그저 개인에 대한 보복만을 위한 ‘새 프로그램’, 우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원상복귀 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나운서 구역 노조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진행자 교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새 진행자인 오영실을 향해 비판했다. 아나운서들은 “후배 아나운서의 용기 있는 결정으로 잠시 비워 둔 자리를 다른 누구도 아닌 한솥밥을 먹었던 전직 선배 아나운서가 넙죽 받는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 묻고 싶다”며 “도리라는 것을 안다면 당연히 거부하는 것이 맞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때 공영방송에 몸담았고, KBS 아나운서라는 이름의 무게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았다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라며 “땅에 떨어진 전직 KBS 아나운서라는 이름표가 더 지저분해지기 전에 빨리 다시 주워 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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