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전 정권의 대통령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 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타깃이 된 양상이다. 문제는 전직 두 대통령이 적폐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면서부터다. 자연스럽게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정치 보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보수 세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보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필연적으로 정치 보복으로 비칠 여지가 충분한 게 사실이다. 상황이 급작스럽게 돌아가자 대통령 측근들이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있다. 대통령을 대신해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여론몰이 등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각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다.

정 의원 “불공정한 적폐 청산은 갈등·분열·사회적 혼란만 남길 뿐”
“호위무사의 막말로 과오 드러나는 것 막으려 한다” 비판 받기도


최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부부싸움’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대 정치 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이 말은 또 무슨 궤변인가. 노무현을 이명박이 죽였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라며 “적폐청산을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우파의 적폐가 있으면 좌파의 적폐도 있을 터. 불공정한 적폐청산은 갈등과 분열, 사회적 혼란만 남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 주기 위한 것 아냐”


정진석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파장이 컸다. 즉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되자 지난달 23일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노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올린 글일 뿐”이라며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부부싸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수준 이하의 막말과 망언을 쏟아낸 정 의원은 반드시 상응하는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 의원의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 대한 막말과 망언, 이에 부화뇌동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저열한 정치공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 대변인은 이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 의원은 유감 표명을 했지만 그렇다고 없었던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하고 치졸한 행태는 반드시 역사적, 법적 단죄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저열한 막말과 망언은 근절되어야 할 구악이자 적폐”라며 “자유한국당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를 유린한 엄청난 범죄를 덮기 위한 도를 넘은 추악한 거짓과 왜곡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노무현재단은 지난달 25일 정진석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이날 고소장 접수 전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고인을 욕보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적 가해 당사자가 오히려 피해자를 다시 짓밟는 일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이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계속 현실 정치에 소환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저세상에서 쉬고 계신 분이다. 추악한 셈법으로 고인을 욕보이는 일이 다신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고소장 접수 후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다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 정무수석


정진석 의원은 고소까지 당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시도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 정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과거 DJ(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상기해봐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없던 청와대 (기자) 출입 금지가 있었다”라며 “노무현 정부 때는 기자실을 폐쇄하는 대못질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홍보처가 국가정보원 및 각 부처에 보낸 ‘국정브리핑 언론보도종합 부처의견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꺼내들었다.

정 의원은 “이 문건은 노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홍보처에서 주요 언론 보도 기사에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맨 앞이 국정원이다. 국정원도 댓글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연장선상에서 더불어민주당 언론 장악 문건이 나왔다”라며 “도대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한지 소름이 끼친다”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정 의원의 비판 강도가 높아지자 여당 의원들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부부싸움 때문이었다’는 정 의원에 대해 “적폐와 함께 자신의 과오가 드러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이명박 대통령의 정무수석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의원에게 한마디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호위무사의 막말로 (과오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1년 전 탄핵정국을 시작할 때 새누리당이 보인 모습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그때 새누리당과 지금 자유한국당은 당명 외에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적폐청산을 막으려고 하는 낡은 수법은 2017년 대한민국에서 절대 통할 수 없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의원 아버님이 국회의원이 된 정 의원에게 한 말을 전하고자 한다. ‘정치인은 말이 생명이다. 말로 죽고 사는 게 정치인이다. 내 입안에서 오물거리는 얘기 65% 이상 하지 마라.’ 정 의원은 잘 새겨듣길 바란다”며 “부디 제정신으로 정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생활
“평생의 큰 경험과 보람”


정진석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6월 이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 패배로 어려움을 겪을 때 청와대에 들어와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세종시 수정 추진으로 충청지역 감정이 좋지 않았고 여당 주류와 친 박근혜 진영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였다.

정 의원은 충남 공주·연기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했고, 박근혜 전 대표가 각별히 챙길 정도로 친박 진영과의 교분도 두터웠다. 정 의원은 취임 직후 치러진 7·28 재보선에선 5대 3으로 여당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이명박정부로선 지방선거 패배 한 달여 만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해 8월에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도 성사시켰다. 이전과 달리 양측 모두에서 “성공적인 만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연초까지 50% 가까운 국정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4·27 재보선 패배 이후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저축은행 비리사태 과정에서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던 과거 경력까지 야당이 문제 삼아 곤혹스러워 했다.

당시 정무수석실에서는 해명자료를 통해 “정 수석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낙선 후 실직상태에 있을 때 초등학교 후배의 권유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등재됐다”며 “이후 3년간 매월 활동비 또는 교통비 명목으로 200만 원 정도의 돈을 실명통장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이 이 은행의 사외이사였던 시기에는 저축은행이 최근처럼 부실로 사회적 지탄을 받거나 골칫거리로 지목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정무수석실은 “정 수석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는 동안 삼화저축은행의 경영회의에 참석하거나 이 은행을 위해 로비활동을 한 적이 전혀 없는 데다가 초등학교 후배의 주선으로 이 은행의 사외이사로 등재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삼화저축은행 경영진과 개인적으로 교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현역 국회의원 시절 사외이사로 활동을 하면서 겸직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국회사무처가 겸직 신고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며 사외이사는 극히 일부 교통비만 지급돼 신고할 필요없다고 해서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정 의원은 “나와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중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정치를 떠나기로 하자”는 성명서를 가슴에 품고 다녔지만, 대통령 비서가 자기 마음대로 나서서 싸우면 안 된다는 지시 때문에 발표를 못 했다고 한다.

또 정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 문제에 대해 “신삼길 씨와는 지난 3~4년간 만난 적도 없는데 정무수석이라는 자리 때문에 얼굴 내밀고 야당과 싸울 수 없어 답답하다”며 “옷을 벗는 순간부터 명예 회복을 위해 야당과 싸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수석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정 의원은 한 회식 자리에서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작은 지역 정당 의원, 무소속 국회의원만 해왔다. 그러던 내가 청와대로 들어와 국가 대사를 다룰 수 있었던 건 평생의 큰 경험과 보람이 됐다. 비록 국회의원 배지는 던졌지만 정말 아깝지 않은 1년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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