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부의 ‘MB’ 압박 예의 주시 속내는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 정부와 여권이 적극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가 이를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

재계 호사가들은 “MB정부 시절 롯데그룹이 남달랐다”며 둘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MB와 관련해 움직임을 보인다면 롯데가 첫째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앞서 검찰이 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을 출국금지 시키고 수사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장 전 사장은 MB의 고려대 동기이자 MB 퇴임 후 사재로 만든 재단의 감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에 그간 케케묵은 ‘롯데와 MB의 보이지 않는 관계설’이 또다시 조명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활주로 비틀어 인허가…장경작 씨 ‘연결고리’ 의심
MB사정 1호 타깃(?)…靑 캐비닛 속 제2롯데월드 주목

롯데와 MB 관계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과거사가 들춰지면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회자됐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어지지 않았고 MB정부 시절 회사를 이끌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 수사도 흐지부지됐다. 수사 불씨가 피어나다가 금방 꺼지면서 의혹만 더 커지는 상황이 최근까지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의심  

그런데 최근 여권과 현 정부가 MB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이번에는 롯데와 MB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실체가 밝혀질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지난 7월말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서 MB정부가 작성한 제2롯데월드타워 인허가와 관련한 내용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서는 허가와 관련한 비밀을 풀 실마리가 담겨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곳곳을 전수 조사하던 중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문서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양의 이명박 정부 생산 문건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제2 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은 2008년 서울 잠실의 제2 롯데월드 타워 건립이 당초 불가에서 허가로 바뀌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1994년 잠실에 115층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서울시에 신청한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줄곧 허가를 받지 못했다. 1995년, 1998년, 2004년 등 롯데는 “비행안전구역 바깥은 고도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각 정부는 그때마다 “초고층 건물이 비행 안전에 지장을 준다”는 국방부 의견을 들어 불허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 방안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공항 활주로 각도를 변경하는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내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과 MB의 친밀한 관계도 주목되는데 장 전 사장은 퇴임 이후 MB가 출연해 만든 청계재단의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2009년 2월 롯데는 롯데그룹 호텔 부문만 총괄했던 장경작 사장을 호텔은 물론 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5년간 46개였던 계열사를 79개로 늘렸고, 자산총액도 49조 원에서 96조 원으로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롯데 특혜설의 중심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MB와 관련해 움직임을 보인다면 롯데가 제 1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은 제2롯데월드 인하건과 관련해서 “한 그룹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를 판 반역적 행위”라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는 “성역은 없다”면서도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할 문제”라고 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여권과 현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수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의혹을 속시원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최측근이던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절대 낭설…있을 수 없는 일” 

이와 관련 MB정부 출신 인사들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우리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MB정부가 롯데그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데다 특혜를 줘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는 게 당시 정부 핵심 인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2009년 비행 안전 논란을 뚫고 제2롯데월드가 건축 허가를 받은 과정에서 정권 핵심부에 대한 로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옛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의 한 인사는 “지금 수사를 왜 하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사정기관이 혹시 이명박 정부 때 인사들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라면 포스코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또 헛수고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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