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인 권오현 부회장이 지난 1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건강상 문제로 자리를 비우고,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 수감된 삼성의 실질적 총수 대행이었던 터라, 그 파급력과 충격이 매우 큰 상황이다. 특히 권 부회장이 수장이었던 삼성 반도체 사업 부분의 힘으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별 실적을 발표한 날, 사퇴의사를 밝혀 시점의 배경에도 관심이 높다.

삼성을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든 주인공
‘쇄신’ 외치며 후선으로 물러나…각종 해석 난무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 자진 사퇴와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권 부회장은 겸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계획이다. 우선 자리를 내려놓은 권 부회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삼성전자를 세계 1위 종합 반도체 회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메모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종합반도체 회사로 키우기 위해 비메모리(시스템LSI)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권 부회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85년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하면서 삼성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1년 반도체 부문 이사로 임원 자리에 올랐고 1994년 메모리본부 상무, 1998년 전무, 2000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4년에는 LSI사업부 사장, 2008년 반도체 총괄 사장, 2012년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대표했다. 특히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이후 사실상 총수 대행 역할까지 해 왔다.

대체 왜 지금?

명실상부 삼성의 최고 권력이 직책을 내려놓는 셈이다. 더군다나 삼성전자가 최대실적을 발표한 날, 이와 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 역시 다양한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같은 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액 62조 원, 영업이익 14조5000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29.7%, 178.9% 급증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권 부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급변하는 IT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 점을 두고 ‘박수칠 때 떠나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많다.

또 그는 사퇴 발표문에서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권 부회장이 느꼈을 부담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사업보다 업황이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사업은 대규모 투자와 성장 동력 찾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데, 총수가 부재한 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인 권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 등을 결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삼성이 총수의 부재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최대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구하기 위해 엄살을 부린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안타까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배경들로 권 부회장이 삼성 내부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대외적으로도 삼성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나 경제부처 수장들이 내놓는 각종 규제와 발언들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견해도 있다.

향후 파급은?

한편 앞으로는 삼성 내부적으로 권 부회장의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앞으로 임원들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권 부회장의 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면 삼성의 위기설은 우려가 아닌 사실이 될 수 있다.

권 부회장이 삼성을 떠나면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을 총괄 지휘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문장,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 이사회 의장 자리가 비게 된다. 현재로선 내부 인사의 승진이 유력하지만, 제3의 인물이 등장할지 역시 쉽사리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 경영진을 두고선 세대교체가 전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 사장단의 변화는 기본이고 또 다른 삼성 계열사 CEO들도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2015년 12월 사장단인사와 임원인사를 실시한 이후 약 2년 동안 사장단 인사를 미루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는 점 역시 권 부회장이 말한 ‘쇄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을 경우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여론도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삼성 외적으로는 권 부회장의 사퇴로 인해 주가 등에도 파급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를 혼자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권 부회장의 사퇴가 삼성전자 리더십 위기에 또 한 번의 리스크를 가중시켜, 국내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까지 수장을 계속 잃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다음 사업을 적시에 준비하지 못한다면 반도체 시장 재편이나 국가 경제 전체의 타격도 걱정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온다.

다만 권 부회장의 사퇴가 반도체 글로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수장의 부재로 인한 사업적 결과는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보여줄 것이란 뜻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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