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저자 김재인 / 출판사 동아시아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을 구현하는 활동영역이다. 그러나 정작 ‘인간지능’을 묻는 원론적인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공학자 역시 ‘인간지능’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인간 이 가진 지능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독자에게 진솔하게 전하는 신간이 출간됐다. 

인간이 가진 지능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단계는 참으로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원천적인 ‘인간지능’에 대해 진실하게 답하는 학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모두가 놀랍게 여기는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을 바탕으로하고 있으며 인간지능에 대한 본론적인 연구만이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자각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막연한 의구심을 품고 진정한 의미의 철학과 과학이 만나는 공학적 시스템의 재정비를 다룬 신간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은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객원 연구원,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프로그램 상주 연구원을 역임한 저자 김재인의 신간이다.

저자는 책에서 앨런 튜링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온 역사와 프로그램 방식 및 최신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는 과학적 접근과 튜링의 질문에서 인간의 생각·지능·마음이 무엇인지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철학적 투 트랙 방식으로 접근했다. 부제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가 말해주듯 과학과 철학이 각각 분리될 필요 없이 정확한 과학적 사실과 심도 있는 철학적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과도하게 ‘의인화’하는 데서 생겨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논의를 진행하는 데 얇팍한 비유로 대치하거나 적당히 설명하고 넘어가지 않고 철학자 특유의 논리로 심도 있게 접근했다. 

인공지능 관련 최고 권위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북핵 분쟁보다 세계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인공지능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엘론 머스크뿐만 아니라 스티븐 호킹과 빌 게이츠도 인공지능의 미래에 묵시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저자는 마음·몸·생명 등에 대해 생물학, 뇌과학, 심리학, 철학, 공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된 성과들을 확인하며 ‘마음’이 무엇인지 답하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들을  되돌아 보았다.

동시에 우리의 ‘지능’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생명체)이나 인공지능(기계)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맞닥뜨린다는 점은 동일하다는 취지를 짚어준다. 저자는 “인공지능에게 문제란 인간이 정해준 과제인 반면, 생명체에게 문제는 환경으로부터 닥쳐오는 생존의 과제이고 ‘문제의 포착과 해결’은 진화의 과정이 된다. 즉 인간과 인공지능이 겪는 문제나 문제 해결이 서로 다른 위상을 갖는 것이다. 책은 기계학습 전문가인 페드로 도밍고스의 말을 인용하며, 인공지능의 핵심인 알고리즘은 자신의 고유한 의지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취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또 “알고리즘이든 프로그램이든 목적에 맞게 인간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고, 기계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학습할 뿐이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도 단지 계산만 뛰어날 뿐이다. 따라서 그것을 뛰어넘을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는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들뢰즈 철학입문’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 들뢰즈, 과타리 이론으로 진단한 국가, 자본, 메르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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