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생전에 여기 저기 땅을 사 두셨다는데…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정부의 ‘조상 땅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조상땅 찾기 서비스 신청 건수는 45만6387건으로 5년 전인 2011년 3만7968건보다 12배나 늘어났다. 2005년 이전에는 신청 건수가 5천 건대였다. 지난해 신청자들에게 찾아준 조상 땅 면적은 52만2745필지 614.44㎢다. 이는 서울 면적 605.21㎢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재산 상속자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 시·군·구청 찾으면 돼
지난해 신청자들이 찾은 조상땅 약 52만 필지 ‘서울 면적과 비슷’


아버지 어머니 소유의 땅을 모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로 부모의 땅 소유 현황을 모르는 사례가 많은 게 사실이다.

40대인 A씨는 4년 전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장례식 후 재산 등의 상속 문제를 정리하던 중 자신이 모르는 아버지 소유의 땅이 있을 거란 짐작이 들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A씨 아버지는 평소 전국 여기저기에 땅을 조금씩 갖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지번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정부에서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집 근처 구청을 찾았다. 구청에서 조회한 결과 아버지 명의의 땅을 찾을 수 있었다. 공시지가만 5억 원 상당이었다. ‘조상 땅 찾기 서비스’에 필요한 서류는 각종 기본증명서와 본인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뿐이었다. 수수료도 없었다.

‘조상 땅 찾기 서비스’는 내가 모르는 조상 땅이 있는지 알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다. 미등기된 토지, 지번조차 모르는 토지, 불의의 사고 등으로 조상 소유의 토지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 국가 소유 전산망으로 찾아 준다.

늘어나는 신청자들
담당 부서 만드는 지자체도


신청 자격은 재산 상속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 혈족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은 인근 시·군·구 등의 지적부서를 방문하면 된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및 자치구별 따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지난 9월 27일 대구시는 지난 9월 27일 최근 5년 동안 4252명이 조상 명의로 된 토지 1만3862필지 1만8205㎢를 찾았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조상 땅 찾기 서비스’는 2012년 이용자 수가 2450명에 불과하던 것이 2016년에는 1만9474명으로 약 9배 정도 증가했으며 올해도 아직 2개월이 남았지만 1만5000여명이 이용해 지난해 이용자 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경남 함양군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총 231명이 조상 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해 이중 126명의 711필지 70만3625.2㎡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도별 신청 인원을 보면 2012년 73명, 2013년 97명, 2014년 230명, 2015년 307명, 2016년 335명으로 집계돼 매년 민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2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3년부터 2921명에게 1만1701필지의 토지를 찾아줬다고 밝혔다. 면적으로는 880만8018㎡다.

도는 이 같이 땅 찾기가 늘어난 것은 법원에서 채무자의 개인회생 또는 파산 시 요구하는 구비서류로 개인별 토지소유현황 자료를 요구함에 따라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자치단체나 자치구에서 직접 나서서 땅을 찾아 주는 경우도 있다. 

미등기 토지 상속인
찾아주기 사업 나서기도


경북 포항시는 지난 8월 2일 특수시책으로 시행한 미등기 토지 상속인 찾아주기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1910년대 토지(임야)조사사업 당시 소유자로 확정된 이후 현재까지 100년이 넘도록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한 미등기토지를 대상으로 제적부 관리부서와 협업으로 후손들을 조사했다. 

상속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호적절가, 행방불명, 일본, 만주로의 이주 등으로 조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후손을 찾아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8월 기준 2017년 조사목표인 2140필지 233만1535㎡중 1372필지 142만6634㎡를 조사해 사유지 433필지 58만6362㎡에 대해 상속권자 567명에게 통보했다. 또 시유재산 25필지 2만4116㎡에 대해서는 시유재산관리 부서에 통보해 보존등기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토지들의 재산가치는 개별공시지가로 18억여 원에 이른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9월 11일 총 32억3000만원 상당의 ‘잠자는 조상땅’을 직접 찾아 후손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앞서 구는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장기 휴면, 미상속 토지 재산 지킴이 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상속 토지는 사망자 39명이 소유한 총 50필지 3300㎡였다. 해당 토지는 총 185명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며, 공시지가 기준으로 약 32억3000만 원에 해당한다.

재산 지킴이 사업은 조상이 사망 전에 토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갑작스런 사고 등으로 후손이 상속재산을 몰라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않은 토지를 대상으로 했다.

당시 구는 “현재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잘 알지 못해 신청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직접 잠자는 조상 땅 찾기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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