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전전 정권 국정원 검찰 수사, 어디까지 가나

<홍보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 정권과 전전 정권 시절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우파단체들을 지원한 사실이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와 사정당국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보수정권 9년간 청와대와 국정원이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그들을 위한 '돈줄'마련에 기업 자금이 이용됐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보수단체 지원 액수는 2010~2011년 2년 동안 68억 원에 달했다. 지난 정권에서도 40여 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반응이 갈린다. 과연 기업을 피해자로 봐야 하는지 공범으로 봐야 하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수 단체 S,A,B 등으로 분류, 삼성, 현대 등이 지원케 해
전 정권·전전 정권 국정원 검찰 수사, 어디까지 가나



우선 기업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의견은 다음과 같다.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사업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 특히 청와대의 지시라면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정원이다. 과연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업인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기업 입장에서는 순순히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이 적폐 공범이라고 설명하는 시민단체들은 그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분명 눈치를 볼지언정 숫자에 능한 것이 기업인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턱대고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기업 입장에서 눈치를 봤어도 사업적 측면에서 도움이 됐기에 지원을 한 것"이라며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게 기업인이다"라고 반박했다.

청와대-국정원-기업 자금 지원 의혹

앞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지난 23일 공개한 국정원의 ‘보수단체·기업체 금전 지원 주선사업(매칭)’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원은 2009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보수단체 역할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실제 2009년 4월 14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은 “5개 공기업의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고 자체 선정한 보수단체 27곳, 인터넷 매체 12개 쪽으로 기부와 광고를 돌려줄 것”을 요청했고, 원세훈 전 원장은 국내정보 부서에 공기업의 보수단체 지원을 추진토록 지시했다. 당시 시민사회비서관은 자유경제원 원장과 한국재정학회 회장 등을 지낸 현모씨였다.

국정원은 더 대담하게 움직였다. 국정원은 2010년 10월 8일자 ‘보수단체 매칭 상황 점검보고’ 보고서에서 18개 보수단체를 “좌파 대항활동 실적, 조직규모 및 사회적 인지도에 따라” S등급부터 D등급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눠, 32억여 원을 차등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성, 현대차, LG, SK, 한화, 롯데, 한진, 두산, 현대중공업, GS, LH공사, 수자원공사, 한수원, 도로공사, 석유공사, 산업은행 등을 물주로 동원했다.

그러나 이 화이트리스트 지원 계획이 실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위는 매칭사업을 통해 보수단체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 사업이 2009년에 시작해 매년 지원 대상과 지원 금액이 커진 것으로 미뤄볼 때 2011년도까지는 실제 지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관계자들 줄소환 전망

지난 정권에서도 국정원의 요청을 받은 재계가 친정부·보수단체에 40여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이 국정원 요청을 받고 지난 정부 시절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 지원한 금액이 26억여 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고철 수입 과정에 경우회 자회사인 경안흥업을 중간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기게 하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앞서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보수단체 지원은 전경련을 통해 15억여 원이 전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수감 중인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62)을 지난 23일 불러 조사했다. 재계 3위인 SK가 국정원 요청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한 금액도 수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요청을 받고 국내 기업이 화이트리스트 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110억 원대를 훌쩍 넘는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공기업과 사기업을 압박, 특정단체를 지원하고 관제데모 등을 통해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상대방에 피해를 입힌 점이 국가정보원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원세훈 전 원장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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