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독식’, ‘일감 몰아주기’ 의혹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자 ‘빙상 스타’로 알려진 이규혁 씨와 이규혁 씨 일가의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규혁 씨의 일가족이 이규혁 씨 지인 업체에 6억 원이 넘는 각종 일감을 몰아주고 24년간 회장직을 독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각종 특혜 논란 주춤하나 싶더니...
송기석 의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이규혁 씨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선수 출신으로 13세 때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스프린트 세계선수권 대회 4번의 정상 등극 역사를 쓰는 등 숱한 기록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은퇴 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이사를 맡아 지내던 중 ‘비선 실세’이자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와 관련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각종 특혜 논란을 빚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최근 이규혁 씨와 관련해 “이규혁 일가족이 체육회 통합 이전 ‘국민생활체육전국빙상연합회(이하 전국빙상연합회)’의 회장직을 24년간 독식하면서 본인과 지인이 운영하거나 소개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국정감사 결과 제기돼 또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대부터
족벌체제 시작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7년간(2009~2015년) ‘국민생활체육전국빙상연합회 연도별 예산사용 내역과 결산서 및 사업추진 결과’ 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합 이전 ‘빙상연합회’는 7년간 20억3000만 원 상당의 국고를 지원받아 단체를 운영하면서 이중 1억429만 원을 이 씨가 운영하는 ‘규스포츠’에, 5억2058만 원을 지인이 운영하거나 소개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빙상연합회는 지난해 3월 엘리트체육과 통합‧흡수돼 현재의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전에는 국민생활체육 단체로 생활체육 스케이팅 운동을 보급하고 이를 통해 시민건강 증진 및 여가 생활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1년 창립됐다.

당시 이들의 임무로는 ‘국민생활체육협의회(현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사업의 참여’, ‘스케이팅종목에 관한 연간 사업계획 수립과 시행’, ‘국민생활체육에 대한 연구 및 학술세미나 개최’, ‘스케이팅대회 개최 및 주관‧후원’, ‘스케이팅종목의 보급‧확산을 위한 홍보’ 등이 있다. 초대 회장으로는 창립발기인인 홍성애 씨가 역임해 약 10개월 동안 회장직을 지낸 바 있다.

문제는 1992년부터다. 송 의원은 전국빙상연합회가 이때부터 사유화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규혁 씨의 아버지이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이익환 씨가 1992년부터 8년 동안 제2~3대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족벌 체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후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5년 동안은 이규혁 씨의 어머니이자 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이인숙 씨가 제4~8대까지 5번이나 회장직을 연임했다.
지난 2015년 5월부터는 이인숙 씨의 아들 이규혁 씨가 제9대 회장직을 물려받아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 통합 출범되기 전인 2016년 2월까지 약 1년 동안 회장을 지냈다.

따라서 이규혁 씨 일가는 아버지에서 어머니, 그리고 아들에 이르기까지 무려 24년 동안이나 회장직을 도맡아 가족 소유의 사기업처럼 협회를 운영한 것이다.

또 이익환 씨의 막내 동생이자 이규혁 씨의 삼촌인 이태환 씨도 지난 2000년부터 2016년 3월까지 16년 동안 전국빙상연합회의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 통합 출범할 당시 고용이 승계돼 연맹 생활체육팀장으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쏠림 현상은
시인하는데...“

 
송기석 의원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7년 동안 ‘규스포츠’라는 이규혁 가족 운영 업체에 총 1억429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인숙 씨가 회장이던 지난 2009년부터 2015년 5월까지 규스포츠의 대표자는 이규혁 씨였다”면서 “(그러나) 이규혁 씨가 회장으로 취임한 2015년 5월 이후 규스포츠의 대표자를 이인숙 씨로 명의만 바꿔 거래를 지속한 사실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본인들의 명의로 된 규스포츠에 7년간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했을 뿐만 아니라 지인이 운영하거나 소개한 업체에도 7년간 총 5억2000만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면서 “본인 운영 업체는 물론 지인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비교견적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규혁 씨의 삼촌인 이태환 씨는 최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쏠림 현상이 있을 수는...그건 제가 시인을 하겠는데…200만 원 이상 되는 건 비교견적을 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개설한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접수됐으나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예산을 지원받는 단체를 무려 24년간이나 족벌체제로 운영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흥청망청 쓴 것은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대한체육회 통한 전 국민생활체육전국빙상연합회에 대한 문체부 및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는 한편, 현재 문체부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스포츠계 적폐를 뿌리 채 뽑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이규혁 씨 일가의 의혹과 논란으로 이규혁 씨가 스포츠계에 세웠던 공적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이규혁 씨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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