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전자 내 신생 조직 ‘사업지원TF’의 역할을 두고 삼성 안팎에선 말들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규모가 축소됐을 뿐 과거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이름만 바꿔 부활했다는 지적이다.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가 복귀했고 사실상 전자 계열사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 계열사 간 협력이란 점에서 미전실 부활의 서막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측은 “미전실 부활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지만 주변의 시선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룹의 구심점에서 쇄신의 진원지로 “이번에는~”
“전자계열사 간 조율 담당…미전실 부활 아니다”

지난 3월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화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것을 이행한 것이다. 이후 삼성 안팎에서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 와 어떤 식으로든 삼성의 업무조정 기능을 회복시킬 것으로 예측돼왔다. 하지만 미전실 해체가 이 부회장의 뜻이었고 미전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로서도 큰 부담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일이 발생했다.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 정현호 사장의 복귀다. 또 그가 맡게 될 팀은 신생 조직인 ‘사업지원TF’다.

신생 조직 업무 두고 기대감 표출

삼성에 따르면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 쪽 계열사 간 전략·재무·인사·채용 등에서 공동의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맡는다. 과거 미전실이 해왔던 컨트롤타워 업무 일부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전실 해체 이후 미전실 부활에 대한 세간의 관심 끊이지 않았고, 이런 의혹의 눈초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오던 삼성전자에 미전실 출신 인사가 복귀하고 그 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과거 미전실이 부서명만 바꿔 새로이 탄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계열사 간 협력을 도모하는 부서의 지시를 따르는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우려하듯 삼성전자는 이번 사업지원TF 신설과 정 사장의 복귀에 대해 “전자 계열사 간 공통 이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낸다는 취지에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으며,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사장을 TF장으로 임명해 최고경영자(CEO) 보좌역을 담당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현호 복귀’로 드러나는 미전실 그림자

한편 미래전략실의 모태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1959년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이다. 1959년부터 1998년까지는 비서실, 이후 2006년까지는 구조조정본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전략기획실이란 이름으로 그룹 의사결정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삼성물산 비서실은 1970년대 들어 인사·재무·감사·기획·홍보 등을 담당하는 300여 명 규모의 조직으로 커졌다. 그러던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계열사 재편 작업을 주도했다.


2006년 다시 전략기획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증여가 드러난 이른바 ‘X파일’ 사건 이후다. 그러나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으로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이 드러나면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전략기획실도 해체됐다.

사라졌던 전략기획실은 2010년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다.

자연스레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내에서 막강한 힘을 쥐고 있었다. 그룹의 맨 위에 미전실이 자리하고 주요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 미전실 산하에 각 계열사와 사업부문별 사장단을 포함, 나머지 조직들이 놓이는 구조였다.

미전실은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필두로 해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지원팀, 기획팀, 금융일류화추진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미전실은 주요 계열사에 필요한 전략도 제시하고 주요 정책을 제안했다. M&A와 같은 투자 결정이나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의 업무가 주된 역할이었다.

가장 막강한 것은 인사와 경영진단 역할이다. 주요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은 미전실 인사팀에서 인물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하고 인터뷰를 해 후보로 추천하면 이를 최 부회장이 결정하고 이 부회장 등 오너의 재가 하에 실행에 옮겼다.

경영진단도 막강한 파워를 구사했다. 삼성 내부의 감사 시스템은 외부 감사보다 더 혹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부실 징후를 먼저 파악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및 비용 감축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미전실 경영 진단이 들어갔다는 소식만으로도 해당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 신설된 사업지원 TF 역할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업지원TF 기능은 내주 조직개편이 나와 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꼭 조직도상 삼성전자 DS·CE·IM 부문 아래에 온다고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전실 부활 아니냐는 외부의 비판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실질적인 필요성이 컸고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지원TF는 과거 미전실과 같은 막강한 힘을 갖긴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미전실이 힘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인사와 경영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업을 진단해 구조조정 하도록 명령할 수 있었다. 사업지원TF는 이같은 기능 없이 계열사간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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