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아직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성형수술이 대중화되면서 전국에 성형외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여러 성형외과에서는 과도한 성형 경쟁으로 수술 환자가 몰려 상주하는 의사가 아닌 일정기간 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으며 환자를 봐주는 일명 ‘페이 닥터(Pay Doctor‧월급제 의사)’까지 고용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담당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몰래 들어와 수술을 하는 일명 ‘셰도우 닥터(Shadow Doctor)’를 쓰는 일까지 벌어져 의료사고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술 인력 충원‧수술비 높게 받으려···2014년 기준 ‘10만 명’ 이상 피해
정부, 설명의무법‧명찰법 시행···현실성 없는 ‘탁상행정 식’ 정책 지적 높아


이른바 셰도우 닥터는 대리 수술, 유령 수술로도 불린다. 셰도우 닥터의 방식은 우선 병‧의원이 특정 의사를 방송‧광고 등에 내보내 얼굴을 알리면서 유명 의사로 만들어 몸값(?)을 올린다. 이후 유명인이 된 의사는 환자와 상담을 하고 수술 시 수면마취를 시켜 환자가 잠이 들면 다른 의사가 들어가 집도를 한다. 수면 마취로 인해 환자는 자신이 상담했던 유명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특히 셰도우 닥터는 환자가 많이 몰리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기승을 부린다. 셰도우 닥터들은 환자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을 집도하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으로 번질 위험이 높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전 홍보팀 관계자는 “셰도우 닥터는 (의사) 본인이 유명해, (환자에게) 직접 수술을 하는 척하면서 다른 의사를 들여보내는 방식”이라며 “후배 양성의 목적이 아닌 사람(대리 수술자)을 써서 수술 인력을 충원하고 수술비를 더 높이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병‧의원, 의사들은 변호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술 후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신속한 대처(맞고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수술 전 수술동의서를 꼼꼼하게 읽어 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즉시 항의 또는 신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의료소비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셰도우 닥터가 성행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 같은 소비자 안내문을 마련하고 소비자 안내문에서 “집도 의사가 아닌 정체불명의 사람(의사가 아닌 사람도 다수)이 환자와 보호자를 속인 채 수술을 시행하는 일이 일부 대형성형외과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무려 (당시) 10만 명 이상이 셰도우 닥터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이후 급증
환자 ‘생명’ 위협

 
셰도우 닥터는 지난 2008년 이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은 불법 수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불필요한 수면 또는 전신마취를 시행했다.

또 과거에는 셰도우 닥터가 의료사고를 내도 수술만 하고 사라지다 보니 결국 환자의 수술 결과를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수술 후 부작용이 생겨도 병원은 집도의의 책임으로 떠넘겨 환자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처지였다.

지난 2015년 3월 17일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의 신체를 훼손할 수 있는 모든 권리는 환자가 수술을 허락한 의사에게만 있다”며 “환자로부터 위임된 집도의사의 권리는 환자 동의 없이 타인에게 양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셰도우 닥터가 은밀히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제’를 이용해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손쉽게 속일 수 있다”면서 “병원에서 범죄행위의 가담 정도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관리해 공범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셰도우 닥터를 보조의사가 단순히 교체되는 정도로 파악하거나 무면허 의사만 아니면 아무나 집도의사 역할을 해도 상관없다는 법리 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시민단체들이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셰도우 닥터의 감시활동을 진행하는 방향까지 흘렀다. 운동본부는 “정부는 수술 전 수술동의서 집도의사와 보조의사의 이름을 표기하고 실제수술의사가 동일하다는 내용의 확인란을 만드는 등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수술실에 CC(폐쇄회로)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셰도우 닥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부는 결국 지난해부터 수술동의서 표준약관 개정의 예고하고 지난 6월 21일부로 ‘설명의무법’ 일명 ‘유령수술방지법’을 시행했다.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때 환자에게 의료 내용을 설명한 뒤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서는 2년간 보존해야 하며, 설명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내용은 ‘환자의 증상 및 진단명’, ‘수술 필요성과 방법‧내용’, ‘설명의사 이름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이름’, ‘발생 예상 후유증과 부작용’, ‘환자 준수사항’ 등이다. 다만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 환자일 경우 치료가 지체되면 생명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응급 환자는 예외로 뒀다.

또 지난 3월부로 ‘명찰법’도 시행했다. 명찰법은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명찰을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적은 후 이름을 써야 하며, 전문의는 전문과목을 함께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셰도우 닥터’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 “정부는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환자 및 의사에게 짐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수술실 CCTV 설치’, ‘응급환자를 제외한 수술자의 보호자 또는 보호자 대리인 동행 의무’, ‘처벌 강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의사에 대한 신뢰도와 함께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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