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회 부적응서 나온 ‘일탈행위’, 사이코패스 강호순과 달라
경찰, 압송 과정서 김길태 얼굴 이례적 노출


2010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당시 33세)씨가 사건 발생 15일 만인 2010년 3월 10일 오후 2시45분께 부산 사상구 삼락동 현대골드빌라 주차장 앞에서 경찰에게 붙잡힌 순간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긴박했다.

당시 사건의 수사본부장인 김영식 부산지방경찰청 차장과 검거 작전에 참여한 부산경찰청 제1기동대 장예태 순경,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 검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봤다.

경찰은 사건 현장과 가까운 덕포시장 일대에서 자꾸 음식물이 없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덕포시장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경찰은 김 씨가 도주로를 확보하기 쉬운 복층건물의 상층부와 옥상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던 중이었다.

부산경찰청 소속 장예태 순경이 덕포시장 근처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인 현대골든빌라 옥상 문을 여는 순간 범인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50㎝가량 떨어진 옆 빌라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이를 본 장 순경이 동료인 하상욱 순경을 호출하자 이 남자는 곧장 빌라 사이의 좁은 공간을 등과 손발로 지탱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피의자 김 씨임을 직감한 하 순경이 “길태다”라고 소리치며 장 순경과 함께 계단으로 뒤쫓았다. 이 모든 게 불과 30초 안에 이뤄졌을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됐다.

땅바닥에 먼저 내려온 김 씨는 뛰지 않고, 유유히 걸어서 주차장 쪽으로 나왔다. 한 경찰관은 김 씨가 내려오는 동안 이날 새벽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져 다리를 약간 다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회색 후드티와 카고바지(건빵바지)에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김 씨는 그러나 주차장 앞에서 수색 중이던 강희정 경사와 마주치자 달아나기 시작했고, 앞을 가로막는 이용 경사의 얼굴을 후려쳐 넘어뜨렸지만 뒤쫓아와 몸을 날린 강 경사에게 제압됐다. 이어 주변에 있던 사하경찰서 소속 수색팀 2명이 합류, 발버둥치는 김 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김 씨 검거소식을 발표하면서 “이 양이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범죄의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부산 경찰의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반인륜적인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길태를 압송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얼굴을 공개했다. 경찰은 그동안 살인범 강호순 등 흉악범들을 경찰서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모자를 씌우거나 마스크, 수건, 점퍼 등을 이용해 얼굴을 철저히 가려 왔다. 얼굴 비공개는 그동안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한 통상적인 조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의 얼굴은 물론 표정까지 모두 볼 수 있도록 압송모습을 모두 공개했다. 검거될 당시 김 씨는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빼앗겼다. 오히려 김 씨가 취재진에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당시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공개수배할 때 이미 사진이 공개돼 굳이 얼굴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면서 “인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공익에 맞는 것 같다는 수사팀의 의견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범죄전문가 대다수는 김길태의 범행동기와 관련해 “사회 부적응과 어릴 적 안 좋은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길태가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려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힘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을 은폐했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송하성 경기대 교수는 “김 씨는 어린 시절에 좋지 못한 경험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는 등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며 “은둔형 스타일로 봤을 때 반사회적인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김 씨는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 유형의 스타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성격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의 한 가지가 성적인 방법”이라며 “사회에도 적응을 못해 휴대전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은둔형 인간으로 살다가 사회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이나 분노를 약하고 어린 여성을 대상으로 삼아 풀었다는 뜻이다.

김길태의 범행이 사이코패스 성향의 연쇄살인범 강호순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강호순의 범행이 치밀하게 진행됐다면 김 씨의 범행은 충동적으로 이뤄졌고, 또 두 명의 범행 시점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한 범죄심리학 교수는 “김 씨는 강호순처럼 처음부터 목적이나 계획을 갖고 납치하거나 그러진 않은 듯하다. 충동적 범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차량을 이용하거나 하는 등의 사회적인 기술이 대단히 떨어진다. 외모나 대화기법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지 못하고 약한 피해자가 혼자 있는 상황에서 완력만 사용한 대단히 ‘무식’하고 충동적이고 무계획적인 범행이다”고 규정했다.

김현홍 한국공공정책학회 전문연구위원도 “강호순과 같은 반사회적 사고를 친 것은 틀림없으나 행동방식으로 보면 강호순은 성인이 된 이후에 행동 문제가 발생했고, 김 씨는 어릴 때부터 행동문제가 외연화됐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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