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근 주민은 물론 국민들 대다수가 지진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원전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포항시 북구 북쪽 9㎞(흥해읍 용천리)에서 발생해 지금까지 규모 2.0∼4.6의 여진이 38회 발생했다. 앞으로 몇 달 간 더 많은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 측의 설명이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통상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개월간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진다”며 “이번에도 수차례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지진(규모5.8)의 경우 같은 해 11월 15일까지 640회의 여진이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여진뿐 아니라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지질전문가들은 영남지역의 땅 밑에 깔려 있는 ‘양산단층대’를 지적하고 있다. 양산단층은 육상의 부산~경북 영덕까지 170㎞에 이르는 단층을 말한다.

처음 있었던 규모 5.4가 본진인지, 앞으로 여진만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14일 일본 구마모토에선 규모 6.5의 지진이 난 뒤 여진이 이어지자 대피했던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는 규모 6.5를 본진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뒤인 4월 16일, 규모 7.3의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반도에서 예상되는 가장 강력한 지진은 규모 7.0 이하라는 점이다. 다만 7.0 규모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은 필수로 지적된다.

더 큰 문제는 원전 피해다.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는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에서 발생한 규모 3.6 여진과 관련해 “지진 감지경보가 작동한 원전은 없없다”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진에 대해서도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이 같은 자신감과 달리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제기하고 나섰다. 원전은 한반도 동남권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는데,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도 잇달아 강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축소’ 또는 ‘탈원전’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 일대에는 울진에 한울 원전 6기, 경주에 월성·신월성 원전 6기, 부산과 울산에 고리·신고리 원전 6기 등 18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5기는 현재 건설 중이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지난 16일 “경주에 이어 인근지역인 포항에 강도 높은 지진이 또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포항과 경주 일대에 뻗어 있는 양산단층, 장사단층 등 지진대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진 뒤 인근 지역의 원전을 재가동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대는 “문재인 정부가 2083년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60년 뒤에나 목표에 다가간다는 의미”라며 “원전 제로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말 건설을 재개하도록 하는 정책 결정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도 이날 울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남권 지역 모든 핵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양산단층대에서 22㎞ 내외에 있는 동남권 핵발전소들의 내진설계는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고 모두 규모 6.5 수준”이라며 “가스공사에서 측정된 이번 지진의 최대지반 가속도는 576갈(gal)로 규모로 따지면 7.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이후 잠잠해졌던 탈원전 관련 공방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진앙지에서 불과 45㎞ 떨어진 월성원전을 방문해 안전 상태를 점검할 것”이라며 “탈원전을 비롯해 노후 원전을 조속히 폐쇄하고 원전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포항 지진 현장을 방문해 “경주와 포항 등 원전밀집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에서 원전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양산단층에 대한 활성단층 조사를 해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전은 강도 7.5를 기준으로 지었기 때문에 상관없다”며 “강도 7.5정도면 강진인데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좌파들이 방해하려는 억지”라고 언급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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