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압력 손 떼고   적폐와의 단절 선언하라”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내 유일의 증권전산 전문사 코스콤이 사장 공모로 내홍을 겪고 있다. 총 19명의 응모자 중 최종 면접자 3명이 정해진 가운데 면접, 입시주주총회만 남겨둔 가운데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코스콤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력한 사장 후보들이 하나같이 부적격 인물들”이라며 사장 공모를 다시 하고 선임 기준과 원칙, 명단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만약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사장 선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손을 뗄 것을 주문한다”며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추구하는 인재 채용 원칙에 입각한 사장 공모를 진행해 적폐와의 단절을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코스콤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2015년 공공기관서 해제된 뒤 처음으로 뽑는 사장 선거
“후보자 인물, 경력 등 모든 것이 비공개로 ‘깜깜이 진행’”


코스콤은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은 가운데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뒤 처음으로 진행하는 사장 인사인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코스콤은 모회사인 한국거래소의 이사장 중도 사퇴 및 선임 절차 지연으로 현 정연대 사장의 3년 임기 만료가 다섯 달이나 지난 10월에야 전문이사 1명, 비상임사외이사 2명, 외부 전문가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구성,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총 19명의 지원자 가운데 정지석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본부장, 정대근 코스콤 전 전무, 이제훈 전 삼성증권 전무 등 3명이 최종 면접 후보자로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일 면접을 치른 후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 인사의 
‘부당압력설’ 사실?


최종 면접 후보자 세 명은 모두 코스콤에 몸을 담은 적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송재원 코스콤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일 “사장 후보자들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알려짐에 따라 저희가 잔치를 벌여야 하는데 직원들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반대 여론이 높다”며 “직원들의 여론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냐”라고 전했다. 

이어 “사장 후보자의 인물, 경력 등 모든 것이 비공개로 절차가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며 “사추위는 원점에서 재공모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13일 최종면접 후보자로 선정된 3명의 후보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부 출신이라고 하면서 20년 전 몸담았던 인물이 포함되는가 하면, 적폐 정부 시절 개인 비리로 임기 중에 중도 사퇴한 사장에게 충성을 다했던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청와대 특정 인사가 선임 과정에서 부당한 입김을 불어 넣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꼭두각시 사추위와 부도덕한 낙하산 사장 선임으로 인해 사장 자리는 불명예퇴진의 연속이었다”며 “능력과 인성에서 검증되지 않고 경력에서 하자가 있는 사장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신임 사장은 자본시장의 IT 발전에 있어 코스콤의 역할론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선임 이후 그 권한과 임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사장 하나로도 자본시장 IT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 제기하겠다는 노조


노조의 이의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스콤 측은 사장 선임을 위한 일정을 변경하거나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방침은 없어 보인다. 결국 코스콤 노조원들은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송재원 노조위원장은 17일 “오는 20일에 면접을 한다는 것은 재공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권익위에 진정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제출할 예정인 진정서는 지난달 11일에 발표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논의현황 및 1차 권고안’에 기반을 둬 작성된다. 금융행정혁신위는 이 권고안에서 일부 금융회사의 사장 추천·선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책임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일부 금융회사의 CEO 추천·선임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특히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당국의 반복되는 인사 문제는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줘 인사의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쇄신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권익위 민원과는 별도로 청와대에도 진정서를 내고 반복되는 관행을 어떻게든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코스콤은 한국거래소가 최대 주주였던 만큼 기재부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로 사장을 맡아 왔다. 자연스레 사장 인선에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노조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기재부·정부 낙하산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되고 나서 첫 번째 사장을 뽑는 것인 만큼 새로운 사장에 코스콤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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