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이모(44)씨가 구속됐다. 이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정 씨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거지에 침입했다. 그는 택배기사로 위장해 흉기로 경비원을 위협, 그를 앞세워 정 씨가 살고 있는 층까지 올라갔다.

이 씨는 경비원에게 벨을 누르도록 했고, 벨이 울리자 정씨의 아들을 돌보는 보모가 문을 열어줬다. 이 씨는 경비원을 케이블 끈으로 묶어 눕히고 보모도 제압한 후 복층으로 올라가 “정유라 나오라”며 소리를 치자 마필관리사인 A씨가 이 씨를 저지했다. A씨는 이 씨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등과 옆구리 등을 수차례 찔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에 붙잡혔다.

일각에서는 이 씨의 범행에 대해 의도된 ‘쇼’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반면 범행이나 도주 과정은 전반적으로 허술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범행 장소를 여러 차례 미리 답사하고, 자신의 컴퓨터로 관련 정보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주 과정에서 준비해온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이 씨가 범행 후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범행 시각과 장소다. 빈집털이범이 아닌 이상 훤한 대낮에 흉기를 소지한 채 대범하게 강도 행각을 저지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범행과 도주 계획을 세운 것과도 배치된다.

정 씨의 주거지는 7층짜리 건물로, 복층 구조로 돼 있는 6~7층에서 아들과 보모, 마필관리사와 함께 머물고 있었다. 정씨가 주거하는 건물에는 상가 여러 개가 들어서 있어서 건물 내부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데다,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범행을 저지를 만한 적절한 조건으로 보긴 어렵다.

범행 장소를 답사했다면 이런 점을 몰랐을 리 없고, CCTV에 노출된다면 환복을 해도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강남서 관계자는 “이 씨가 오로지 정유라에 꽂혔다”며 “정씨를 목표로 한 범행이기 때문에 시간대와 장소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현금을 집에 안 놔두지 않느냐”며 “근데 정유라는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분명히 계좌가 추적당하고 그러니까 자기는 그 안에 다른 사람과 달리 돈 1~2억 원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범행 시기도 각종 의문을 낳는다. 최순실 씨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정 씨에 대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최 씨 모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한 범행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 씨가 어머니 최 씨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범행의 배경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

이 씨가 정 씨가 아닌 마필관리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은 정씨에게 ‘언제든지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된 행동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장시호 씨와 고영태 씨는 ‘자신들도 신변 위협을 느낀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일단 이 씨가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색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범행 당시 택배기사로 위장했으나 실제 직업은 무직이다. 경찰조사에서는 해기사 자격증이 있어 원양어선에서 10개월 간 선원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현재까진 이 씨의 진술에 의존한 내용이다.

그러나 돈을 노렸음에도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이다. 이 씨는 “누가 보내서 왔다. 정유라 나와라. 할 얘기가 있다”는 말만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누군가로부터 실제 살인을 청부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카드 빛을 카드로 돌려막다가 약 2400만 원의 채무를 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마필관리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수법이 전문가의 소행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전문가의 소행이라기보다는 우연의 일치로 봐야 한다”며 “넘어지고 싸우는 과정에서 찔린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씨가 범행 당시 보모의 신분증을 요구하곤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한 의혹에 대해선 경찰은 연출로 보고 있다. 강남서 관계자는 “(이 씨는) 신분증을 보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소리내서 읽고 누구한테 전화하는 척했다. 자기가 잘못되면 너네(최순실 측)도 해를 당한다는 액션을 보였다”며 “최순실 쪽에 조직이 있어서 자기가 보복 당할까봐 두려워 자기도 위력 과시를 위해 배후가 있다고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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