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제각기 수도로 신성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이하 같음) 발표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독일 람슈타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성명을 통해 “국무부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로부터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준비를 시작함으로써 이번 결정을 이행하는 절차를 즉각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 많은 동료, 파트너, 동맹들과 논의했다"며 “영구적 평화를 위한 기회가 존재한다고 굳건히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결정이 나오자 세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시끄럽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결정을 반기는 곳은 단 한 곳, 이스라엘뿐이다. 중동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극단주의와 폭력사태를 부추길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 노력을 저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결정에 반대하는 세계 지도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평화과정이 파괴될 수 있으며, 극단주의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힘을 실어주게 되고, 세계 속 미국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관련 연설을 마친 직후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평화 전망을 위태롭게 할 어떤 일방적인 조처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구테레스 총장은 “엄청난 걱정의 이 순간에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두 국가 해법에 어떤 다른 대안도 없다. 플랜 B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말하는 ‘두 국가 해법’은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국가의 공존을 통한 평화 모색을 가리킨다. 지난 6일 프란시스 교황은 트럼프에게 예루살렘의 현상을 존중하고 유엔 결의들을 따르라는 간곡한 호소를 발표했다. 교황은 일반 청중 수 천 명 앞에서 “지난 며칠 사이에 생겨난 상황에 관한 깊은 우려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며 “그토록 많은 잔인한 분쟁들에 의해 가뜩이나 흔들리고 특징지워진 지구촌의 파노라마에 새로운 긴장 요인들을 추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지혜와 신중함이 우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역 차원에서도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반응은 하나같이 적대적이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지도부 통합을 시작으로 평화협정을 일구려는 사우디의 지속적인 노력이 미국의 계획에 의해 손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살만 국왕은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예루살렘 지위의 변경은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사우디 언론은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대변인은 “미국이 (중동) 지역과 세계를 끝이 보이지 않는 화염 속으로 가라앉히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메블루트 카부소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트럼프 결정이 예고된 5일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결정에 대해 “중동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게 되면 무슬림 국가들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부소글루 장관은 “터키는 이스라엘과 단교할 수도 있다. 미국에 더 이상 지역 갈등을 심화시키지 말 것을 경고한다”며 “미국의 결정이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 국제협약에 위배된다는 것을 미국에 경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P5(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회) 국가 중 하나로서 다른 국가들보다도 더 유엔 결의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은 트럼프의 결정이 평화과정을 수 십 년 뒤로 돌려놓았다면서 그 결정이 지역과 아마도 세계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외무장관은 트럼프 결정을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묘사했다. 요르단은 트럼프가 “국제적 합법성”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6일 저녁 이스탄불의 미국 영사관 바깥에서 시위가 벌어졌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튀니지에서는 한 노동조합은 트럼프 결정을 전쟁선포로 간주하고 현지에서 집단 항의를 촉구했다. 서방 지도자들도 트럼프에 유감을 표시했다. 맨 먼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서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는 협상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며 트럼프 선언을 배격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은 예루살렘에 관한 트럼프 결정에 반대한다면서 그 결정을 가리켜 “그 지역의 평화 전망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이 엄청난 반대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중동지역 뉴스 전문 인터넷 신문 미들이스트아이(MME)는 ▲지지층 결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승부수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노선 ▲단순 임무 수행으로 압축해 설명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이 이토록 논쟁적인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오랜 분쟁의 핵심을 이루는 모든 이슈들 가운데 예루살렘의 지위만큼 민감한 것은 없다. 이 성스러운 도시는 수십 년에 걸친 평화 만들기 노력에서 언제나 중심을 차지해 왔다. 유엔이 표결을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들로 분할하기로 결정한 70년 전, 예루살렘은 국제 감시 하의 독립된 존재로 규정되었다. 1948년의 전쟁에서 예루살렘은 냉전시대의 베를린처럼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는 서부 지역들과 요르단의 통제를 받는 동부 지역들로 분단되었다. 그로부터 19년 뒤인 1967년 6월, 이스라엘은 동부 지역을 점령하고 도시의 경계를 확장했으며 동부를 병합했다. 이런 이스라엘의 행동은 국제적으로 결코 인정받지 못했다. 트럼프가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이상, 중동 내 정치·종교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모두 성지(聖地)로 여기는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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