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계약 만료, 나가라” vs 업주들 “20억 투자했는데 나가라니”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편의점업계의 알짜로 불리는 한강공원 점포 운영권을 둘러싸고 미니스톱 업체 11곳과 서울시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8년간 한강공원에서 독점 운영해 온 해당 업체들과의 계약이 지난달 2일자로 종료됨에 따라 서울시는 퇴거를 요청했으나, 미니스톱 업주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상충된 이해관계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향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월 2일자로 8년간 계약 만료… 서울시 퇴거 요청
미니스톱 11곳 업체, 투자금 회수 이유로 계약연장 호소
 

현재 한강공원 내 점포를 운영 중인 미니스톱 업체 11곳은 ‘한드림24’라는 법인에 소속돼 있다. 한드림24는 1989년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정비하며 설치한 컨테이너 노점 조합 중 하나다. 2008년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컨테이너 매점이 철거되자 한드림24는 미니스톱과 컨소시엄을 체결, 한강공원 내 점포 운영권을 두고 서울시와 BOT계약을 맺었다. 즉 점주가 시설물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8년간 임차료를 내지 않고 매장을 운영한 후, 서울시에 소유권을 무상으로 귀속하도록 약속한 것.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09년부터 2017년 11월 2일까지 난지1·2호점, 여의도1·2·3·4호점, 반포1·2호점, 뚝섬1·2·3호점에 대한 한드림24 측의 독점 운영권을 보장했다.

문제는 지난 11월 2일 계약기간이 종료되며 불거졌다. 서울시가 계약 종료를 이유로 한드림24 측에 퇴거명령을 했으나 한드림24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거를 사실상 거부한 것.

한드림24 측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한강사업본부의 안전진단 명령에 따라 지난 4월 약 20억 원의 비용을 들여 보수공사를 했는데 몇 개월 만에 명도하라는 요구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드림24가 본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사업본부는 2016년 3~11월간 약 10차례 한드림24에 매점시설물 안전도 검사를 요청해 왔다.
 
서울시 안전진단 명령에 “하라는 대로 했는데…”
 
정남수 한드림24 대표는 “기간 만료일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한강사업본부가 세월호사건의 보완으로 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앞서 몇 번 연기했지만, 투자비만큼 계약도 연장해줄 거라는 믿음에 20억을 들여 공사했다”며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드림24는 ‘한강특화사업공원 매점운영 사업계약’ 제16조(계약의 수정)에 따라 해당 11곳 점포와 계약을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제16조는 “중대한 사유로 인해 본 계약의 수정이 필요할 경우 갑과 을의 협의 하에 계약내용의 일부를 수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20여억 원을 투자한 보수 공사’가 이 조항의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

정 대표는 “한강사업본부가 경쟁입찰을 고수하면 입찰액이 500%까지 뛸 수 있다. 그 경우 우리와 같은 상인들은 입찰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기업이 독식할 것”이라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계약연장을 통해 3년간 운영권을 보장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투자금 회수 못해 계약연장한 사례 없어”
 
하지만 서울시 측은 입장은 다르다. 계약만료 6개월 전에 실시한 보수공사는 제16조가 규정한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앞서 ‘중대한 사유’로 인정돼 기존 계약을 수정, 기간이 연장된 사례는 홍수 등 재해로 영업 중단이 불가피해 불가항력적으로 피해 받은 점포밖에 없다”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연장한 사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한강사업본부는 한드림24 측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이 관계자는 “한드림24가 운영 중인 점포 11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는 곳이다. 성수기 때는 한 점포에서 월 매출 50억을 기록한 적도 있다”며 “(한드림24가)국세청에 제출한 과세자료를 보더라도 8년간 투자비보다 수익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측이 상반된 입장으로 팽팽히 맞섬에 따라 법적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강사업본부 측은 점포 11곳에 대해 이달 내에 명도소송 및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방침이다. 차후에는 절차에 따라 하천 무단 점용 및 손해배상 관련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계약만료 후 현재까지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는 11곳 점포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친 후 이달 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미니스톱 본사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 점포들은 직영이 아닌 가맹점이기 때문에 가맹사업법상으로 중대한 사안을 제외하면 점주에게 가맹계약 갱신 요구권이 있다. 따라서 한드림24 측에서 영업을 계속 원하는 이상, 상품공급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

미니스톱 본사 관계자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강사업본부와 한드림24가 원만히 해결하기만을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강점포 내 편의점 운영권을 둘러싼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2월 한강체인본부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점포 16곳도 계약 만료 후 퇴거를 거부해 서울시가 명도소송 및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결과는 서울시의 승소였다. 12월 해당 점포를 환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GS25·CU 등에 영업권이 넘어갔다. 이와 관련한 서울시 측의 손해배상 소송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21억651만4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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