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安 정치적 생사 갈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와 박지원 전 대표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강행한 ‘통합 열차’가 ‘분당 열차’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이 지난 2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전(全)당원 투표를 통해 가리자고 결정한 가운데 통합 반대파들은 ‘투표 보이콧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당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안 대표의 거취도 이번 투표에 달린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이달 31일은 안 대표의 ‘운명의 날’이 될 전망이다. 이 여파에 따른 이합집산으로 정계개편도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극렬 반대 속 통합 찬성파 ‘전(全)당원 투표’ 의결
절차적 정당성 놓고 양측 치열한 신경전…투표율 33.3% 관건
“못 넘으면 인정 못 해…투표 거부 운동vs적용 문제 없어” 반박
보조 맞추는 바른정당 구체적 역할론까지 ‘劉 대표·安 서울시장’

 
국민의당은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당의 진로를 결정할 전당원 투표를 진행한다.
 
안 대표는 전당원 투표를 의결한 21일 당무위원회의에서 “제가 확인한 당심(黨心)과 우리 당 중진의원님 몇 분께서 주장하시는 당심이 너무도 판이해서 접점을 찾을 방도가 없다”면서 “통합하는 것이 당원의 요구라고 본 제 판단이 맞는 것인지, 합리적인 대안 제시 없이 통합은 절대 안 된다는 몇몇 호남 중진 분들의 극렬한 반대가 당원의 뜻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다”며 투표 배경을 설명했다.
 
정당성을 확보하라
당헌당규 해석 공방

 
하지만 반대파들의 반발과 전당원 투표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양측이 서로 상이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갈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반대파 의원들은 우선 합당 문제는 당 최고의결기구인 전당대회를 통해서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무위에서 진행된 전당원 투표 안건은 당의 헌법인 당헌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당규 25조 4항 ‘당원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라는 규정을 들어 유효 득표율이 나오지 않을 경우 투표 효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표율이 33.3%를 넘지 않으면 찬성 결과가 나와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전당원 25만여 명 중 최소한 8만3000여명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셈이다. 반대파 의원들의 연대 모임인 평화개혁연대는 “안 대표가 전당원투표의 가결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이는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이며,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당대회를 거쳐 결정하는 통합 문제에 본인의 재신임 여부를 연계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당초 통합 안건을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당헌상 문제가 있자 전당원 투표를 강행하기 위해 재신임 안건을 끼워 넣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반대파들은 전당원 투표가 ‘나쁜 투표’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통합 찬성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의원은 22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정동영·천정배 의원은 8·27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했을 때 ‘당의 중요 정책에 대해 전당원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고 지적했다.
 
반대파의 대표주자인 정 의원과 천 의원도 주요 사안에 대해 전당원 투표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이들의 지적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은 것이다.
 
또 가결의사정족수(전당원의 3분의 1 이상) 문제는 당원이 요구한 전당원투표에 해당할 뿐, 당대표가 추진해 당무위에서 의결하는 사안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철근 대변인은 “당원들이 (전당원 투표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했을 땐 일정 투표율이 그 기준을 넘어야 하지만 당무위 의결 땐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원 투표가 당무위 의결을 거친 만큼 투표율은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신임 연계 투표 꼼수에 대해서도 그간 반대파들이 안 대표의 불신임을 외친 만큼 이번 통합 투표에서 재신임을 함께 묻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동섭 의원은 이날 국회 간담회에서 27∼30일 투표를 시행한 후 31일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하면서 반대파의 정족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바른, 통합 준비 착수
남경필·원희룡은 이탈 조짐

 
‘전당원 투표 실시’라는 첫 관문을 통과한 안 대표는 통합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투표 결과 통합으로 결론 나면 바른정당과 1월 초 공식 선언한 뒤 같은 달 중순 통합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게다가 통합 이후 구체적 역할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은 서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며 “향후 역할 분담까지 오간 것으로 아는데 유승민 대표는 당대표로,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도 국민의당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21일 안 대표의 통합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힌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교섭 창구 역할을 할 인사(오신환·정운천 의원)를 즉각 선정해 통합 논의를 이어가도록 했다. 통합 기구 설치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바른정당 내부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보다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있었지만 최근 이도 확실히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의원은 21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 의원 11명 전원이 국민의당과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탈할 조짐이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보수 대통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유승민 대표는 중도 통합에서 보수로 가야 한다는 건데, 저희는 보수 통합에서 중도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도 통합을 먼저 한다면 (우리는) 동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원 지사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 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파 ‘거취’ 주목
‘호남당’ 전락할 수도

 
투표 결과 통합으로 결론 나면 반대파들의 거취는 핵심 이슈거리다. 이들은 바른정당과 정체성이 다르다고 거듭 밝혔고, 통합 갈등으로 인해 찬성파와 극한 감정 대립까지 벌인 만큼 함께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규모가 20명 이상이 될지가 핵심 관건이다. 당 운영의 핵심 요소인 원내교섭단체 의석 기준이 20석이기 때문이다. 만약 반대파들만으로 새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면 분당 과정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반대파 의원들이 20명을 웃도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중 비례 대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비례 대표는 쫓겨날 경우에만 의원직이 유지되고, 자진 탈당하면 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양측이 ‘서로 나가라’며 버티며 싸우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다만 이탈파가 분당하더라도 정치적 포지션이 모호하고 ‘호남당’이라는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안철수 대표 입장에선 바른정당과 통합을 해도 의석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대파들의 이탈이 유력한 만큼 두 당이 합쳐지더라도 의석수가 줄어드는 보기 드문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같은 ‘뺄셈 통합’이 예상됨에도 안 대표가 통합을 강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보수 재편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 대표가 이를 추진하면서 합리적 중도세력 간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는 국정농단으로 붕괴된 보수 진영의 새 아이콘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보수’로의 정체성 전환은 유승민 대표의 발언에서도 확실시된다. 유 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의 정체성은 보수에 있다. 그것도 새로운 보수에 있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어제 국민의당과 미래를 위한 개혁을 같이하는 세력들과 손잡겠다고 말씀을 드린 것은 그 개혁의 어떤 길을 구체적 내용이 서로 어느 정도 합의가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초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원내 4당 체제가 갖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이탈파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개혁 세력과 자유한국당과 통합 신당의 중도·보수 세력의 4당 체제다. 이들은 입법, 예산, 정치적 사안 등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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