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기각 이해 안돼'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대구의 아파트시행사인 H사 사주 박모(50)씨의 100억대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전방위 로비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 최대의 부패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서 박 씨에 대한 영장이 청구된 당일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해 정·관·재·언론계 등 지역 유력인사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구명운동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여론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김 시장, 구·군청 단체장과 S씨 등 지역 정치인, 2∼3개 회사를 제외한 지역 신문방송사 대표, D은행장 등 지역 유지들은 대구지법에‘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연대서명 탄원서를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탄원서를 제출받은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으며 구속할 경우 피의자 방어권에 심각한 침해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해 결과적으로 지역 유력인사들의 탄원을 받아들였다.

이날 법원의 영장 기각과 관련해 대구지검 특수부는“박 씨가 1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데다 직원들과 말을 맞추고 일부 관계자를 출국시키려 해 구속 사유가 충분한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탄원서가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처럼 탄원서 제출에 논란이 일고 있자 김 시장 측근은“박 씨의 위법이 있다면 처벌은 당연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고 지역 업체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어 차질이 생길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불구속 수사를 해달라는 취지에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아무리 경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횡령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지역 유력인사들이 탄원서까지 제출해 구명운동을 벌인 것은 부적절”하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도 국민 법정서와 형평성에도 맞지않다”고 강력 반발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부정부패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오히려 자본주의경제에 중대한 해악임은 상식”이라며“박 씨의 로비 대상이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 탄원을 한 유지들의 행태는 대구사회 여론주도층의 심각한 모럴해저드의 단면”이라고 비난했다.

지역 유력인사들의 탄원서 제출에 당혹해 하고 있는 검찰도 박 씨가 횡령한 100억여 원 중 일부를 정·관계 로비에 썼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 추적, 관련자 소환 등을 실시하는 등 박 씨가 연루된 사업들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한편, 박 씨는 지난 2004년 6월 자신의 부인 명의로 아파트 시행사를 설립하고 대구 수성구에서 1천494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과 자신이 운영하는 건축설계회사로부터 설계비 명목으로 받은 54억 원 등 104억원을 받아 임의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의 정·관계 전방위 로비에 맞먹을 만한, 지난 정권 핵심 인사 등이 망라된 메가톤급 부패 스캔들로 비화될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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