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지방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청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 지사가 3선 도전을 접고 중앙 정치무대 복귀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에서는 ‘포스트 안희정’은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한 ‘충청 대망론’을 꿈꾸다 ‘성완종 리스트’건으로 좌절된 자유한국당 이완구 전 총리가 2년 7개월 만에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보수 진영 내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다. 특히 ‘충남지사 출마설’이 나오면서 삽시간에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 됐다. 안 지사의 경우 8년을 지켜온 충남지사 자리를 야당에게 빼앗길 경우 당권.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성완종 족쇄’가 풀린 데다 명예 회복까지 성공할 경우 두 인사의 대권 운명은 희비쌍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 ‘대망론’ 꿈꾸다 좌절...명예 회복 나선 이완구 전 총리
- 안희정맨 박수현vs친문 양승조vs전대협 복기왕 ‘경쟁력은....’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2월18일 기자회견을 갖고 3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지사는 “7년 도정을 마무리하고 3선 도전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한 안 지사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불출마할 뜻도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이후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지 사흘 뒤인 12월 22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관련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적 날개를 달았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 외에도 충남도지사, 3선 의원을 역임한 충청권의 유력 정치인으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서는 이 전 총리를 유력한 충남도지사 후보군으로 삼고 있다.
 
‘이완구 출마설’ 울고 웃는 여야 후보들
 
이 전 총리가 무죄를 받기 전 여당에서는 차기 충남지사는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겼다. 안 지사는 충남도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경선=당선’ 지역으로 분류할 만큼 자신감이 충만한 지역이었다.

여당에서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53)을 비롯해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58), 복기왕 아산시장(49), 양승조 의원(58.천안병) 등이 자천타천으로 충남도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지사보다는 한 살이 많지만 ‘친구’이자 ‘동지적 관계’인 박 대변인의 우세가 점쳐졌다. 박 대변인은 지난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 캠프 총괄선대본부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당내 유일한 안희정계로 손꼽혔다. 지난 조기대선에서는 안희정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결국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대변인이 출마를 할 경우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여권 내에서는 전망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이 ‘안희정계’라는 점과 지방선거에서 여권에게 유리한 선거 국면은 같은 당 출마자들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4선의 양승조 의원은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1월4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서 첫 출마 선언이다.
 
양 의원은 ‘중부권 강화론’을 내세워 당 최고위원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과거 양 의원은 손학규계로 알려졌지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친문으로 돌아섰다. ‘친문’ 나소열 청와대 비서관이 불출마해 양 의원이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천안에서 내리 4선을 거치며 다진 탄탄한 지역 기반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천안은 인구가 63만으로 충남에서 가장 많다.
 
나소열 불출마...친안.친문.신주류 3파전
 
나 비서관은 서천군수를 내리 3번 역임할 정도로 탄탄한 지역기반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충남본부장을 맡아 ‘충남 대표 친문’을 내세웠다. 하지만 나 비서관은 12월26일 충청권 언론매체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비서관은 “지방 분권이란 엄중한 시대적 과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며 “내년에 자치분권 개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있는데 도지사 선거를 위해 뛰어다닐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 비서관은 “서천군민이나 보령시민에게 지역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한 2년 전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며 사실상 21대 총선 출마에 방점을 찍었다.
 
나 비서관의 불출마 관련 여권 관계자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충남도지사에 나서고 나 비서관도 충남도지사에 나서 청와대를 동시에 떠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교통정리 했을 것”이라며 “게다가 이완구 전 총리가 충남도지사로 나설 경우 경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선 경쟁력이 있는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기류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군수 출신 나 비서관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주목받는 인사가 복기왕 아산시장이다. 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복 시장은 충남 서천군수를 3번이나 한 나 비서관과 경력이 겹쳐 차별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 비서관이 불출마한 이상 재선의 복 시장은 행정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자인 박 대변인과 양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충남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아산시장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명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신주류로 부상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전대협 3기 멤버라는 점도 공천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는 ‘안희정계’ 박수현 대변인, ‘신주류’로 부상한 임 실장과 전대협 선후배지간인 복기왕 시장, 그리고 비주류에서 ‘친문’으로 돌아선 양승조 의원 중 누가 경선에서 승리하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 다른 광역단체장 경선뿐만 아니라 이후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어느 진영에서 지지한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를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완구 전 총리가 최근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민주당 경선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전 총리는 2015년 2월 국무총리에 임명되면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창에 이어 한때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한 지 2개월도 안 돼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총리직을 사퇴해야 했다. 이 전 총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충남지사도 역임한 바 있는 이 전 총리는 불명예스럽게 총리직을 사퇴한 만큼 명예 회복 차원에서 충남도지사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도지사, 원내대표, 총리까지 한 충청권의 유력 정치인(3선)으로 김종필, 이인제, 반기문에 이어 충청권 구심점 역할을 해 왔던 만큼 배지보다 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사는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안 지사는 그동안 여당 후보에 맞서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가 없어 자기 사람인 박 대변인이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무난하게 본선에서 당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대망론’도 나왔던 이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박수현 카드’가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될 공산이 높아졌다.
 
박 대변인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지만 지역구가 공주로 인구가 많지 않아 기반이 약하다. 20대 총선에서는 공주가 청양·부여와 합구되면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패했다.

정 의원은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박 대변인을 둘러싼 ‘음해성 소문’으로 ‘불출마설’까지 여의도에 퍼지면서 갈 길 바쁜 박 대변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안 지사도 아무리 친구이자 오랜 동지이지만 충남도지사직을 빼앗길 경우 당권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도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며 “안 지사가 당내 충남지사 후보 경선과정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 내에서는 안 지사가 지지하는 박 대변인이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지목되고 있었다. 문제는 박 대변인이 본선에 가면 충남지사 선거 양상은 ‘박수현 대 이완구’ 구도가 아닌 ‘안희정 대 이완구’ 대리전으로 변질될 공산이 높다.
 
두 인사가 충청권을 대표하는 여야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충청민 역시 충남 지사직이 안 지사로 인해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이상 눈높이가 달라진 상황이다. 초선에 청와대 출신보다는 대권 도전이 유력한 이 전 총리를 지지할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안 지사의 정치적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자칫 8년간 쌓아온 도정의 바통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후폭풍은 고스란히 안 지사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 치러지는 7월 전당대회와 차기 대선 행보까지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에 참모들 중에서 박 대변인이 안 지사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출마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친구' 박수현 서먹해진 이유

안희정 경선캠프에 몸담았던 또 다른 인사는 “안 지사가 지난 11월28일 성북구청 특강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쓴소리를 보낸 이후 거센 비판을 받았다”며 “이후에도 ‘현 정부에 할 말이 있으면 집에 가서 문 걸어 잠그고 하겠다’는 등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충남지사직까지 야당에 빼앗길 경우 우리 당 지지자들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을 수 있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12월18일 문 지지자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안 지사는 송년기자회견장에서 “그 어떤 비난과 비판이 설령 있다 할지라도 저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제기된 문제라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으로 다양한 이견과 저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 전 총리의 부상으로 안 지사와 박 대변인이 서먹해진 가운데 당내 경쟁자인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시장에게 거꾸로 기회를 주고 있는 양상이이다. 특히 양 의원이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가 박 대변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만도 기회 요소지만 이 전 총리에 맞설 중량감 있는 인물론으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최근 출마 선언을 한 양 의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충청 대망론’을 설파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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