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맨 박수현vs친문 양승조vs전대협 복기왕 ‘경쟁력은....’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2월18일 기자회견을 갖고 3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지사는 “7년 도정을 마무리하고 3선 도전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한 안 지사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불출마할 뜻도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이후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지 사흘 뒤인 12월 22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관련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적 날개를 달았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 외에도 충남도지사, 3선 의원을 역임한 충청권의 유력 정치인으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서는 이 전 총리를 유력한 충남도지사 후보군으로 삼고 있다.
‘이완구 출마설’ 울고 웃는 여야 후보들
이 전 총리가 무죄를 받기 전 여당에서는 차기 충남지사는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겼다. 안 지사는 충남도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경선=당선’ 지역으로 분류할 만큼 자신감이 충만한 지역이었다.
여당에서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53)을 비롯해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58), 복기왕 아산시장(49), 양승조 의원(58.천안병) 등이 자천타천으로 충남도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지사보다는 한 살이 많지만 ‘친구’이자 ‘동지적 관계’인 박 대변인의 우세가 점쳐졌다. 박 대변인은 지난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 캠프 총괄선대본부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당내 유일한 안희정계로 손꼽혔다. 지난 조기대선에서는 안희정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결국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대변인이 출마를 할 경우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여권 내에서는 전망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이 ‘안희정계’라는 점과 지방선거에서 여권에게 유리한 선거 국면은 같은 당 출마자들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4선의 양승조 의원은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1월4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서 첫 출마 선언이다.
양 의원은 ‘중부권 강화론’을 내세워 당 최고위원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과거 양 의원은 손학규계로 알려졌지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친문으로 돌아섰다. ‘친문’ 나소열 청와대 비서관이 불출마해 양 의원이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천안에서 내리 4선을 거치며 다진 탄탄한 지역 기반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천안은 인구가 63만으로 충남에서 가장 많다.
나소열 불출마...친안.친문.신주류 3파전
나 비서관은 서천군수를 내리 3번 역임할 정도로 탄탄한 지역기반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충남본부장을 맡아 ‘충남 대표 친문’을 내세웠다. 하지만 나 비서관은 12월26일 충청권 언론매체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비서관은 “지방 분권이란 엄중한 시대적 과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며 “내년에 자치분권 개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있는데 도지사 선거를 위해 뛰어다닐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 비서관은 “서천군민이나 보령시민에게 지역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한 2년 전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며 사실상 21대 총선 출마에 방점을 찍었다.
나 비서관의 불출마 관련 여권 관계자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충남도지사에 나서고 나 비서관도 충남도지사에 나서 청와대를 동시에 떠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교통정리 했을 것”이라며 “게다가 이완구 전 총리가 충남도지사로 나설 경우 경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선 경쟁력이 있는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기류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군수 출신 나 비서관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주목받는 인사가 복기왕 아산시장이다. 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복 시장은 충남 서천군수를 3번이나 한 나 비서관과 경력이 겹쳐 차별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 비서관이 불출마한 이상 재선의 복 시장은 행정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자인 박 대변인과 양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충남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아산시장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명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신주류로 부상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전대협 3기 멤버라는 점도 공천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는 ‘안희정계’ 박수현 대변인, ‘신주류’로 부상한 임 실장과 전대협 선후배지간인 복기왕 시장, 그리고 비주류에서 ‘친문’으로 돌아선 양승조 의원 중 누가 경선에서 승리하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 다른 광역단체장 경선뿐만 아니라 이후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어느 진영에서 지지한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를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완구 전 총리가 최근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민주당 경선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전 총리는 2015년 2월 국무총리에 임명되면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창에 이어 한때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한 지 2개월도 안 돼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총리직을 사퇴해야 했다. 이 전 총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충남지사도 역임한 바 있는 이 전 총리는 불명예스럽게 총리직을 사퇴한 만큼 명예 회복 차원에서 충남도지사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도지사, 원내대표, 총리까지 한 충청권의 유력 정치인(3선)으로 김종필, 이인제, 반기문에 이어 충청권 구심점 역할을 해 왔던 만큼 배지보다 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사는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안 지사는 그동안 여당 후보에 맞서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가 없어 자기 사람인 박 대변인이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무난하게 본선에서 당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대망론’도 나왔던 이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박수현 카드’가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될 공산이 높아졌다.
박 대변인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지만 지역구가 공주로 인구가 많지 않아 기반이 약하다. 20대 총선에서는 공주가 청양·부여와 합구되면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패했다.
정 의원은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박 대변인을 둘러싼 ‘음해성 소문’으로 ‘불출마설’까지 여의도에 퍼지면서 갈 길 바쁜 박 대변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안 지사도 아무리 친구이자 오랜 동지이지만 충남도지사직을 빼앗길 경우 당권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도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며 “안 지사가 당내 충남지사 후보 경선과정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 내에서는 안 지사가 지지하는 박 대변인이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지목되고 있었다. 문제는 박 대변인이 본선에 가면 충남지사 선거 양상은 ‘박수현 대 이완구’ 구도가 아닌 ‘안희정 대 이완구’ 대리전으로 변질될 공산이 높다.
두 인사가 충청권을 대표하는 여야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충청민 역시 충남 지사직이 안 지사로 인해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이상 눈높이가 달라진 상황이다. 초선에 청와대 출신보다는 대권 도전이 유력한 이 전 총리를 지지할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안 지사의 정치적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자칫 8년간 쌓아온 도정의 바통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후폭풍은 고스란히 안 지사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 치러지는 7월 전당대회와 차기 대선 행보까지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에 참모들 중에서 박 대변인이 안 지사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출마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친구' 박수현 서먹해진 이유
안희정 경선캠프에 몸담았던 또 다른 인사는 “안 지사가 지난 11월28일 성북구청 특강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쓴소리를 보낸 이후 거센 비판을 받았다”며 “이후에도 ‘현 정부에 할 말이 있으면 집에 가서 문 걸어 잠그고 하겠다’는 등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충남지사직까지 야당에 빼앗길 경우 우리 당 지지자들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을 수 있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12월18일 문 지지자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안 지사는 송년기자회견장에서 “그 어떤 비난과 비판이 설령 있다 할지라도 저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제기된 문제라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으로 다양한 이견과 저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 전 총리의 부상으로 안 지사와 박 대변인이 서먹해진 가운데 당내 경쟁자인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시장에게 거꾸로 기회를 주고 있는 양상이이다. 특히 양 의원이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가 박 대변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만도 기회 요소지만 이 전 총리에 맞설 중량감 있는 인물론으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최근 출마 선언을 한 양 의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충청 대망론’을 설파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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