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정유경·정지선 ‘강남 관광객 사수하라’ 특명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유통업계 3대 강자 롯데·신세계·현대의 수장들이 강남 면세점 사업을 두고 자존심을 내건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각각 2016년 4월과 12월 차례로 특허권을 따내며 강남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일찍부터 코엑스점·월드타워점으로 강남에 발을 내민 롯데면세점도 최근 코엑스점 사업권을 갱신하며 삼강 구도를 갖추게 됐다. 더욱이 3사 모두 내년 안에 개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쇼핑 관광객 모시기에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오너들은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입지 다지기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3사 모두 잠실·반포·삼성동에 올해 내 개점 예정
‘한류’ ‘마인드 마크’ ‘고급’ 앞세워 벌써부터 경쟁 치열

 
면세점으로 강남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기업은 롯데의 신동빈 회장이다. 2010년 코엑스점의 문을 연 롯데면세점은 지난 20일 특허권을 연장하며 삼성동을 사수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내세운 전략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까지 연계한 강남문화관광벨트 조성이다. 코엑스점과 월드타워점은 각각 연매출 4000억과 6000억 규모를 기록해 업계에서는 두 곳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이미 상당하다.

그 중에서도 월드타워점은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타워점은 1만7334㎡로 시내 면세점 규모로는 국내 최대이며 아시아에서도 2위, 세계 3위를 기록한다. 2016년 6월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상실해 약 5개월간 영업을 중단하는 고비를 맞았지만, 2017년만 1조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롯데가 계열사 밀집 지역인 잠실을 전략적 요충지로, 또 삼성동을 현대백화점면세점과의 경쟁거점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의 행보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일대를 한류 콘텐츠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으며, 향후 5년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강남권 관광 인프라 구축에 2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도 2016년 4월 강남점 특허권을 따내며 강남 진출의 서막을 알렸다. 이는 2016년 5월 명동점 개장 이후 2년 만의 성과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공격 경영 덕분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 사장은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으로 업계 전반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서도 명동점에 대한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정 사장은 루이비통·크리스찬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입점 시키는 한편, 면세점 내 휴게 및 문화예술 공간을 넓히는 이른바 ‘아트경영’을 추진했다.

이 결과로 정 사장은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신세계면세점을 사업 진출 2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또한 면세점 부문 시장 점유율에서도 12.5%를 기록하며 1위 롯데, 2위 신라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섰다.

명동점을 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정 사장이 강남점에는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말 오픈 예정인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신세계 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로 센트럴시티 중앙부에 약 1만3500㎡(41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정 사장이 내세운 강남점의 콘셉트는 ‘마인드 마크’. 국내외 소비자들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반영해 한국,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는 강남점을 쇼핑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파미에스테이션·신세계백화점·이마트24 등을 갖춘 센트럴시티의 한 가운데 입점할 것을 고려해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대한 정 사장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단 시간에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며 “강남점이 오픈하면 신세계는 3000억 원의 추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6년 12월 재수 끝에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드 보복 여파로 올해 연말까지였던 개장시한을 2019년 1월 26일로 미룬 것을 가능한 한 빠르게 앞당길 조짐이 보이는 것.

이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첫 진출인 만큼 기대가 커 광폭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 차례 고비를 겪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 회장은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면세점 서비스와 품질을 높여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며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정 회장은 단언대로 2016년 사장단 인사에서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를 현대백화점그룹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면세점 사업 힘실어 주기에 돌입했다. 또 올해 7월에는 면세점 사업에 200억 원을 추가 출자하며 자금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까지 총 400억 원이 면세점 사업에 출자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8~10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42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만큼 정 회장의 의중에 따라 충분히 개점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이르면 내년 말 오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엑스·호텔·카지노·SM타운 등 삼성동 일대의 인프라를 활용, ‘럭셔리’를 모토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3사의 성공 여부가 자체적인 관광벨트 구축에 달려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남은 강북에 비해 관광 명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면세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동·광화문·종로 등 강북 일대는 관광 명소를 갖추고 있어 관광객들이 편의상 강북권 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남 면세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볼거리, 먹을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연계한 쇼핑 문화 관광벨트를 조성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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