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실종 여아’ 고준희(5)양이 군산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준희 양의 친부 고모(36)씨가 ‘딸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다’고 자백한 직후, 유기했다는 장소를 수색한 결과다. 준희 양 실종 후 가족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범죄사건일 수 있다’는 의혹이 일었던 게 현실화된 셈이다. 현재 고 씨는 ‘시신 유기’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준희 양 사망이 타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북 전주에서 실종됐던 고준희(5)양의 친부가 “딸을 야산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실종신고접수된 지 20일만이다. 전북경찰청과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진행 된 경찰 조사에서 고 씨는 “숨진 딸을 군산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압수수색과 통신기록 조회, 혈흔에서 유전자(DNA) 검출 등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받아 자백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준희 양을 찾기 위해 고 씨가 시신을 버렸다고 자백한 군산의 한 야산에서 현재 수색작업을 벌여 야산 중턱에서 고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씨와 이 씨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준희 양은 지난 4월부터 이 씨의 어머니와 전주의 한 원룸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 씨 등은 “잠시 외출한 뒤 집에 와보니 아이가 없어졌다”고 지난 8일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의 집중 추궁 끝에 생부 고 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 셈이다.
 
고 씨는 현재 ‘시신 유기’만 인정한 상태다. 준희 양의 사망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병사(病死)한 딸의 시신을 야산에 묻은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범죄심리학자는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2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고 양의 친부와 내연녀가 유기뿐만 아니라 살해까지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대에 의한 사망이든 아니면 정말 살해를 했던 간에 자연사는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걸 누가 했느냐 이 부분을 강제면담수사를 시작해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이가 병원 진료를 받았던 기록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고 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그만둔 이후 유기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점이 4월 27일이다. 이에 앞서 2월과 3월 준희 양은 머리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 이 교수는 이를 근거로 유기 경위가 폭력과 연관될 가능성, 치사 가능성 내지 살인까지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생부와 계모, 피해자 DNA가 모두 검출된 점이 그 근거다.
 
또 고 양의 죽음을 친모에게 알리지 않고 매장을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이가 사망한 시점이 어쩌면 내연녀와 함께 있던 그 시간대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이미 숨을 거둔 다음에 처리를 하기 위해서 친부를 불러다가 처리만 요구를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여러 가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아버지의 진술 중에 본인은 집에 가보니까 애가 숨을 거둔 상태였다라고 진술했다면 그것은 병사라기보다는 계모에 의한 폭행치사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추정했다.
 
지난 28일 오전 4시 45분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이던 군산시 한 야산에서 준희 양의 사체가 발견됐다. 준희 양이 살던 전주 집에서 사체가 발견된 장소까지 차로 약 50여분 거리다.
 
유기 현장에 끌려온 고 씨는 시신이 발견되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범행 동기와 공모 여부, 유기 수법 등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준희 양 실종 수사는 고 씨 내연녀 이모(35)씨가 지난 8일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아이가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경찰은 고 씨와 이 씨, 이 씨 어머니이자 준희 양 양육을 책임진 김모(61)씨를 압박했지만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이 올해 초 고 씨와 김 씨가 함께 군산을 다녀온 사실을 파악해 집중 추궁한 끝에 생부 고 씨가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준희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향후 조사에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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