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선 승리·2011년 악연·김무성계 견제... ‘샛문 딜레마’ 빠진 洪
- 통합 반대파 이탈 할 경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도 지지도 0.9%↓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바른정당 일부 인사들의 ‘샛문’ 노크가 시작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세연 의원, 이학재 의원의 한국당 합류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까지 합류할 태세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점이기에 바른정당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이들의 이탈은 통합 자체의 파괴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통합과정에서 바른정당의 협상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은 한시름 덜게 됐다. 그동안 양당의 통합에 애써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당 내부 기류는 그렇지 않았다. 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통합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표밭까지 잠식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이삭줍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다만 정작 당의 수장인 홍준표 대표는 이러한 ‘이삭줍기’가 달갑지 만은 않은 눈치다. 그 내막엔 홍 대표와 남 지사·원 지사 간의 악연, 당 내 역학구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다음 달 통합신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자유한국당이 통합 대열에서 이탈하는 의원들을 흡수하는 이른바 ‘이삭줍기’에 나선 모양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는 2월 신설합당 방식으로 제3세력을 규합하는 대통합을 추진하기로 전날 합의했다.
 
김세연·이학재·남경필·원희룡
한국당行 전망... 바른정당 ‘비상’

 
그러자 이미 탈당을 염두에 뒀던 의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한국당에 복당 할 것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이들 외에도 일부 인사들도 탈당 및 한국당 복귀를 심각히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3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탈당을 고민해 왔던 부분이고 지역 의원들과 (복당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 많은 분으로부터 (복당)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 역시 이날 통화에서 “연말에 지역을 다니면서 마음이 많이 기운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오래전부터 탈당을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 지사와 원 지사의 경우 이들 두 현역의원처럼 한국당 복당을 서두르기에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 있다. 일단 남 지사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 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이는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한국당 복당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임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남 지사 공천에 회의적이다. 홍 대표 측에선 남 지사가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전제조건을 걸고 복당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가 다른 복당파들에게 손을 내민 것과 달리 유독 남 지사에게만큼은 날을 세우는 데는 둘 사이의 ‘악연’이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둘의 ‘악연’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대표는 2011년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당선됐다. 당시 전당대회 결과 2위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4위는 원희룡 제주지사, 5위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차지했고 이 셋은 나란히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 셋은 홍 대표 체제가 닻을 내리자마자 홍 대표 흠집 내기에 몰두했다.
 
급기야 12월 7일 홍 대표가 취임한 지 5개월께 이들 셋은 최고위원직을 동반 사퇴했고 홍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날 수박에 없었다. 이에 지난 ‘앙금’을 잊지 않은 홍 대표가 유독 남 지사와 원 지사의 복당에 대해선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당, 친홍계 vs 김무성계
경쟁구도 조짐…
 

아울러 홍 대표 입장에선 현재 당내 역학구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홍 대표가 이들에게 ‘앙금’이 남아있음은 곧 남 지사와 원 지사도 홍 대표에게 ‘앙금’이 있음을 뜻한다. 이는 홍 대표가 이들의 합당을 수락한다 한들 남 지사와 원 지사가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 줄 리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자신들과 같이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김무성 의원과 뜻을 같이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홍 대표는 지난 2011년엔 ‘유승민·남경필·원희룡’ 3인방으로 인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데 이어 2018년엔 ‘김무성·남경필·원희룡’ 3인방을 필두로한 김무성계에 의해 당 내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김성태 원내대표 선출 이후 한국당 내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입지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친홍계와 복당파가 당의 새로운 주류를 이룬 만큼 홍 대표와 비박계·복당파 수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안착을 위해 한때 잡았던 손을 내려놓고 다시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홍 대표는 통합신당의 파괴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바른정당 의원들을 ‘이삭줍기’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당 내 입지를 흔들 게 뻔 한 남 지사와 원 지사의 복당만큼은 막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더라도 통합 반대파가 다른 정당으로 빠져나갈 경우엔 오히려 두 정당의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c 의뢰로 2일~3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 7072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총 1004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고 통합 반대파가 다른 정당으로 빠져나갈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47.6%, 17.0%로 지금보다 각각 5.1%, 0.7%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당 지지율은 10.5%로 나타나 통합 전 두 당 지지율 합계 11.4%보다 0.9%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또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현재 지지층 중 소수만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당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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