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제는 순혈(純血) 아닌 ‘문혈(文血)’인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2일 문재인 정부가 재외 공관장(대사 29명, 총영사 10명) 인사에서 친문(親文) 정치인이나 노무현‧김대중 정부 출신 인사들을 다수 제발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교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어 이른바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4강(미‧중‧러‧일) 대사 인사에서도 친문, 캠프 출신 인사들을 임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미(對美) 업무를 담당했던 주류 외교관들은 배척하고 있어 세간의 비판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163개 공관장 중 64명 인사 마무리···특임공관장 16명→20명
전 정부 대미 업무 담당 외교관 배척···코드 안 맞으면 퇴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총 163개 공관장(대사‧총영사) 중 64명(보도유예 내정자 11명 포함)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된 결과 특임공관장이 당초 16명에서 20명으로 증가했다. 역대 정권에서 특임공관장 수는 노무현 정부 34명, 이명박 정부 38명, 박근혜 정부 32명이었다.

정부는 지난 2일 주인도대사에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수소장(전 주요르단 대사), 주독일대사는 정범구 전 의원(16‧18대), 주교황청대사에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주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임명하는 등 공관장 3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주페루대사에 조준혁 전 외교부 대변인, 주프랑스대사는 최종문 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주필리핀대사에 한동만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주스웨덴대사는 이정규 전 외교부 차관보, 주미얀마대사에 이상화 전 외교부 북핵기획단장, 주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대표부 대사에 김영채 주리비아 대사가 임명됐다. 또 주이스라엘대사에 최용환 전 주미국 공사, 주터키대사에 최홍기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주홍콩 총영사에 김원진 주캄보디아대사가 뽑혔다.

앞서 4강 주재 대사와 지난달 8일 발표된 총영사 10명, 보도가 유예된 내정자 11명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첫 공관장 64명의 인사가 완료된 상황.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특임공관장 20명 중 국가정보원‧군‧관료 출신을 제외한 정치인 등 순수 민간 출신이 절반인 10명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특임공관장 32명 중 순수 민간 출신은 14명이었다. 특임공관장은 외교 업무 수행을 위해 전문 외교관 외에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물을 보임하는 제도다.

정범구 주독일대사는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문 대통령과는 학생운동을 하다 만나 친분을 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독일 마르부르크필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시사평론가로 활동한 후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외교 현장 경험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원 주상하이총영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 실세였다. 지난 대선 때는 문 대통령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아 단장이었던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백만 주교황청대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전 홍보수석이다. 최규식 헝가리대사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도왔다.

박금옥 주노르웨이대사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일했으며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는 광화문대통령공약 기획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인사에서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이영근 주에콰도르대사(전 외교부 운영지원담당관), 박현규 주일본 삿포로 총영사(전 외교부여권과장), 김학유 주브라질 상파울루 총영사(전 주상파울루 부총영사), 장제학 주중국 청두 총영사(전 주인도 공사참사관)이 임명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주로 한‧미 동맹 관련 업무를 했던 주류 외교관들은 배제됐다.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장호진 전 총리 외교보좌관, 조현동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등은 공관장은 물론 다른 보직도 받지 못했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거나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다수 발탁돼 역대 정부부터 이어졌던 측근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상당수는 외교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어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거론되는 일명 ‘캠코더 인사’라는 비판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된 외부인사의 면면은 외교부가 ‘해당 지역‧국가‧언어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라고 포장했으나 기가 찰 정도”라며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주교황청 대사에 임명된 이백만 대사,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하며 국제활동을 보좌해 봐서 임명된 박금옥 주노르웨이 대사, 독일에서 학교를 나오고 인연이 닿아 주독일대사가 된 정범구 전 의원, 언론사 국제부장 경험으로 주헝가리 대사가 된 최규식 전 의원, 문 대통령 측근으로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된 박선원 문 캠프 안보상황단 부단장. 이들 모두 친문 정치인이나 노무현‧김대중 정부 출신 인사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파견되는 나라의 언어도 하지 못하고, 왜 임명됐는지도 알지 못했던 4대 대사와 마찬가지로 친문, 캠프 출신 인사들이 재외 공관장으로 다수 임명됐다”면서 “대한민국의 해외 공관장은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전문성과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자리다. 문재인 정권은 해외 공관장마저 측근과 내편에게 보은을 위해 하사하는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재외공관장뿐만 아니라 이미 현재까지 임명된 30명의 공공기관장 중 23명이 문 대통령의 캠코더 인사로 채워지고 있으며, 문 대통령의 ‘문혈(文血)’이 새로운 순혈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민들께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초기에 말했던 ‘인사 대탕평’ 원칙이 몰락하고 국익을 위해 외교 최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공관장마저 하사품으로 전락한 현실을 보며 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야당 시절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전문성 없는 인사,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당장 중지하고 모든 인사를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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