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박아름 기자] 신용카드가 장악하던 결제 시장에서 간편결제의 몸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편리함 덕분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한 것. 온라인 또는 모바일상 거래뿐 아니라 오프라인 쇼핑, 외식, 공과급 납부까지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백화점 등 굴지의 유통업체들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출시하거나 외부 업체와 제휴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수요 높아지며 이용률 1년 새 5배 증가
유통업계, 자체 시스템 출시 등 간편결제 도입


“L페이 결제 사은행사 하고 있습니다. 앱 다운로드하고 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스마트폰으로 쉽게 결제하실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결제가 돼요? 어머, 신기하네. 신용카드보다 더 편하네요.”

지난해 12월 30일, 롯데백화점 잠실 본점을 찾은 김모(52·경기도 구리) 씨는 결제 하려고 신용카드를 꺼내려다 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간편결제 시스템 ‘엘페이(L.pay)’ 앱 다운로드를 시작했다. 번거로웠지만 막상 다운로드하고 나니 편리하다며 계속 사용할 뜻을 내비쳤다.

최근 들어 김 씨처럼 결제 시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즉 간편결제 이용객이 급증하는 추세인 것. 2014년 국내 도입 초기만 해도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간편결제 시장이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3분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건수는 243만 건, 이용액은 762억 원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분기 187만 건, 567억 원에 비해 34.5% 가량, 2016년 1분기에 비해서는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간편결제 이용률이 급증할 수 있던 것은 편리함 덕분이라는 해석이 많다. 간편결제는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 신용카드 정보를 최초 1회 등록하면, 그 다음부터는 비밀번호 입력 또는 바코드 인식만 해도 계속 결제할 수 있다.

소비자 욕구 따라 업계도 바빠져

이러한 소비자 욕구에 따라 업계가 바빠졌다. 간편결제는 당초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주도로 국내 시장에 도입됐다. 이후 삼성페이·페이코 등이 잇따라 출시된 데 이어 신세계·롯데 등 굵직한 유통업체들까지 가담하며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유통업계에서 간편결제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기업은 신세계와 롯데다. 각각 2015년 7월과 9월, 두 달 사이 잇따라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인 ‘SSG페이’와 ‘L페이’를 출시하며 맞대결을 시작했다. 두 업체는 대형 유통기업의 장점인 방대한 가맹점수를 통해 간편결제 시스템의 활용도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SSG페이는 현재까지 L페이에 앞서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SSG페이는 출시 후 한 달 만에 5만 건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기준 400만 건을 돌파했다. 바코드 인식만 하면 결제·할인·적립·영수증 발행·소득공제 등이 한꺼번에 된다. 또한 국내 최초로 현금 및 상품권을 충전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선불 기능을 탑재해 큰 반향을 이끌었다.

특히 SSG페이는 온라인 복합 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날개를 달았다. SSG닷컴은 신세계몰·이마트몰·트레이더스몰 등 계열사들의 쇼핑몰들을 통합한 것으로, SSG닷컴에서 SSG페이로 결제할 경우 적립 및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L페이는 SSG페이보다 2개월 늦게 시작한 만큼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은 거의 매주 번갈아 L페이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롯데인터넷면세점·롯데인터넷슈퍼 등에서 L페이로 결제 시 추가 포인트 또는 사은품을 증정하는 식이다. L페이는 앞으로 롯데 계열사 간 연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성장률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발 주자들은 대개 외부 업체들과 제휴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인 ‘H월렛’을 출시했음에도 불구, NHN페이코와 제휴를 통해 현대백화점 매장에 페이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화갤러리아도 지난해 11월부터 페이코 오프라인 간편결제를 적용, 모든 점포에서 페이코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각 업체들이 앞다퉈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충성 고객 확보에 용이하기 때문. 간편결제는 한 번 설치만 하면 고정 수요층으로 흡수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또한 자체 시스템 대신 외부 업체들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범용되는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을 통해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간편결제 성행 이유는?

실례로 한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다가도 간편결제 사은행사 중이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는 고객이 많다”며 “결제와 적립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편리성 때문에 한 번 다운로드 받으면 계속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간편결제 시장규모는 올해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국내에 도입된 지 3년밖에 안됐다. 아직 초기 단계”라며 “이제 막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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