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검찰이 올해부터 살인범죄에 대한 구형량을 대폭 늘렸다. 성폭행이나 미성년자 납치 등 강력범죄과 함께 살인죄를 저지르면 무기징역 구형을 기본으로 하고, 최대 사형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에 국민들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재범율이 높은 흉악범죄자가 사회로 복귀하면 국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소년흉악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대검찰청은 올해부터 살인죄 구형량을 늘리고 사건처리 기준을 세분화한 내용의 ‘살인범죄 사건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을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검찰은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여성을 상대로 범죄가 이뤄지면 가중처벌 요소로 보기로 했다. 특히 성폭행과 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 강력범죄와 결합되거나 극단적으로 인명을 경시한 살인죄의 경우 구형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묻지마’ 살인, 금전적 이익을 노린 살인, 이미 살인을 저질렀거나 폭력 등의 전과가 있을 때도 가중 요소가 된다. 음주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심신미약으로 참작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감경 요소로 고려한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원인을 제공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검은 살인죄에 대한 처벌 기준을 높인 새 구형 기준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흉악범죄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형량 강화 당연
범죄 예방 효과”

 
이 같은 대검찰청의 결정에 찬성 여론이 일고 있다. 그동안 살인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과 이를 강화하는 게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번에 검찰이 강간 살해와 같은 인명 경시 성향이 강한 범죄에 최대 사형을 구형하기로 한 것 역시 현재 처벌 수준으로는 범죄 예방 효과가 크게 낮다고 판단한 결과다.
 
주부 A씨(40·여)는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흉악범죄를 뉴스에서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면서 “그런 범죄자들에게 약한 처벌을 한다면 국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 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고 생각하면 맘대로 밖에 다니지도 못한다. 형량 강화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형량이 줄어드는 요소인 ‘심신미약’의 축소는 환영할 만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음주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라는 이유로 감형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많았다.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처벌 기준이 강화되면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심리적인 위축감이 들어서 범죄 발생 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10일 열리는 이영학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어떤 구형량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씨는 지난 9월 30일 중학생 딸의 친구 A(14)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먹여 재운 후 추행하고 A양이 잠에서 깨어나자 신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목을 졸라 살해해 강원 영월군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청소년 범죄
저연령·흉포화

 
덩달아 ‘소년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점차 저연령화, 흉포화되는 현실을 반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청소년 범죄는 일반 범죄에 비해 형량이 낮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도덕성에 더 의지해야하는 상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소년법 폐지에는 신중론을 펴면서, 소년법의 연령·형량 강화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은 다른 법과의 관계가 있어서 고려하기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 합의를 전제로 “나이나 형량의 상·하한을 늘리는 방법도 논의할 수 있다”며 청소년 처벌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형벌을 덜어주는 법이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은 사형·무기징역을 받지 않는다. 또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촉법소년’으로 분류,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큰 논란을 일으킨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이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등 청소년 비행 사건에서 이런 규정이 가해자의 책임을 덜어주는 인상을 남기면서, 소년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 미성년자도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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