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이끌 전략통 수장” vs “그룹의 꼭두각시 인사일 뿐”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의 계열사 KB국민카드가 이동철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 해외 시장 진출 및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KB국민카드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동철 사장은 KB금융그룹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평가되는 만큼 상당한 기대감을 받고 있다. 그러나 KB국민카드 노동조합 등 일부에서는 이동철 사장 선임을 두고 친(親) 윤종규 회장 성격의 꼭두각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동철 사장을 향하고 있는 두 가지 시선을 들여다봤다.

지난 2일 취임 후 공식 업무 돌입…해외 진출 등 기대감
독립 경영·내부 적폐 청산 등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이동철 신임 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을 가진 뒤, 곧바로 사장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우리는 기존 핵심 가치가 하루아침에 소멸되는 역량 파괴적 변화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고객의 가치’ 를 되새겨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취임사를 통해 “KB국민카드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라는 대 명제를 기억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해 나간다면 어떠한 혼돈 속에서도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며 “1등 카드사라는 ‘성공 DNA’를 다시 일깨워 새롭게 변화된 KB국민카드를 보여 줄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신임사장은 지급결제 시장의 선두 주자이자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변화하자는 취지로 3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끈질기게 실행 (Detailed Execution)하는 조직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둘째,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KB금융그룹의 성장에 KB국민카드가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생각한 뒤에 과감하게 실행한다는 의미의 숙려단행(熟慮斷行)의 정신으로 불확실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임직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는 새로운 KB국민카드를 만들어 나갈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 신임 사장은 윤종규 회장이 키운 전략통이자 많은 성과로 약 3년 동안 승진을 거듭한 인물인 터라, KB국민카드의 신사업 추진과 더 활발한 계열사 간 협업 등이 기대되고 있다.

앞서 이 신임 사장은 윤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KB생명보험 경영관리 부사장에 오른 뒤 1년 만에 KB금융그룹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는 KB금융그룹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해 전략기획부와 시너지추진부 등을 총괄한 바 있다.

더불어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2003년 뱅크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BII) 인수, 2006년 외환은행 인수 검토 등에서 실무를 담당했고 현대증권 인수와 현대저축은행 매각 업무도 책임진 만큼 해외에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국민카드 역시 “이 신임 사장은 전략, 재무, 국내외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전략통”이라면서 “주요 인수합병(M&A)도 완수한 경험이 있는 만큼 악화된 카드 업계의 수익성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 신임 사장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은 최고금리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해외 시장 진출 및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신임 사장을 바라보는 부정적 견해도 가볍지만은 않다.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가 심해지고 있고 경쟁사의 격렬한 도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사 현업 경험이 없는 이 신임 사장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더욱이 KB국민카드가 은행에서 분사한 지 8년이 넘었는데도 KB국민카드 출신 대신 은행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독립 경영을 방해하는 동시에 내부 조직 강화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국민카드지부는 이 신임 사장 내정 당시 ‘꼭두각시 신임 사장 내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KB금융그룹과 윤종규 회장의 꼭두각시가 될 것인지, KB국민카드의 최고경영자가 될 것인지 분명히 밝혀라”고 경고했다.

또한 “수차례에 걸쳐 내부 출신 사장 선임을 요구했음에도 또 다시 자신의 꼭두각시 신임 사장을 임명한 윤종규 회장의 인사 농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신임 사장의 무혈입성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 KB국민카드 최고경영자로서 자율경영, 독립경영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 ▲ 그동안 쌓인 내부 부조리 청산을 약속할 것 ▲ 발전적 노사관계를 위한 청사진을 제기할 것 등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27일 노동조합은 이 신임 사장 본부별 업무보고 저지에 나섰다. 자율경영 및 전 경영진 적폐 청산 의지를 확인해 달라는 노동조합 요구에 따라 이 신임 사장은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조합은 자율경영 및 전 경영진 적폐 청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요구 사항(신입직원 임금복원, 희망퇴직 제도시행 등) 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이 신임 사장은 면밀히 검토하고 답을 줄 것을 약속했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 신임 사장이 노사관계 복원과 자율경영 의지를 전해왔고 주요 현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출근 저지 투쟁은 실시하지 않았고 이 신임 사장의 약속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당 우려와 관련해 KB국민카드는 이 신임 사장이 막 취임한 만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의 한 관계자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임기를 갓 시작한 만큼 조금의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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