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감독권으로 게시 안 하면 낙선운동” 엄포 vs “우리와 무관, 좌시 않겠다”

대구 지하철 반월당역에 게시됐다가 현재는 철거된 ‘손석희의 저주’ 도서 광고 <사진=미디어워치 홈페이지>
변 “대구 번화가 광고 1시간 만에 철거” 반발…“시민 항의 때문? 믿을 수 없다”
대행사 측 “1시간이 아니라 24시간…왜곡 보도” 분통…철도공사 측 “민원 우려 때문”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책 한 권’을 홍보한 ‘지하철 광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의 ‘손석희의 저주’ 책 광고가 대구 최대 번화가 주변 지하철역에 게시됐다가 돌연 철회됐기 때문이다.
 
변희재 씨는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이를 지도·감독하는 대구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변 씨는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정치적 의혹까지 제기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철도공사 및 시 측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변희재 씨와 미디어워치 등에 따르면 변 씨가 저술한 ‘손석희의 저주’ 지하철 광고가 지난 3일 오후 1시경 대구 반월당역 스크린도어에 걸렸다. 지난해 말 발간돼 각종 인터넷 서점 상위권에 오른 이 책은 전국 지하철역 가운데 처음으로 반월당역에 게시됐다. 반월당역은 대구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동성로 주변에 위치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변 씨, 법적 대응 시사
권 시장 겨냥 “정치적 의혹도”

 
그러나 변 씨에 따르면 게시된 지 불과 1시간 만에 이 광고가 내려졌다. 광고주이자 변 씨 소유의 출판사 미디어실크는 스크린도어 광고대행사인 S모 업체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철거 사유는 역에서 광고를 접한 시민들이 ‘압력 전화’를 계속 걸어와 대행사에서 광고를 결국 내렸다는 게 변 씨 측 설명이다. 철도공사의 입찰을 통해 선정된 광고 대행사에서 현재 광고를 운영하고 있다.
 
변 씨는 5일 통화에서 “시민들의 압박을 받았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 대구에서 그 광고했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내리라는 전화를 했겠느냐”며 “제가 볼 때는 언론에서 기사가 나가니까 고위층에서 알고 (내리라는 지시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들의 자체 판단으로 철거했다는 것이다.
 
변 씨는 이와 관련해 철도공사와 관련 부서 실무책임자 등을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그리고 홍보를 방해해 손실을 끼친 점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그는 또 권영진 대구 시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변 씨는 “대구철도공사 사장의 임명권자인 대구 시장은 지휘감독권이 있다”며 “우리는 부당한 처사를 당해 정당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대구시에 민원을 넣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우리에게) 고소·고발? 이러면 권영진 시장 낙선운동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권 시장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식의 주장도 했다. 변 씨는 “정치적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권 시장은 ‘박근혜 지우기’ 작업 중”이라며 “(이번 사안이) 이슈화되면 자기 선거 플랜에 안 맞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권 시장이 이와 관련해 직접 지시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당연히 밑에 직원들이 그 눈치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사 측이 해당 광고를 다시 게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변 씨는 관련 내용을 자유한국당 ‘태블릿PC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에도 전달했으며, 전달받은 TF 위원이 ‘내주 논의를 하겠다’ 답했다고 전했다.
 
시·철도공사·대행사
집단 ‘반박’

 
변 씨의 법적 대응 발언과 권 시장 관련 발언 등에 대해 철도공사와 광고 대행사, 대구시는 집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우선 S모 업체 광고 대행사 관계자는 광고 게시 및 철거 시점이 알려진 것과 사실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1시간 만에 철회된 게 아니라 24시간 만에 철거된 것”이라며 “2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1시까지 걸려있었다”고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을 향해 강한 불신을 쏟아냈다. ‘시민 항의 전화’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첫 번째 전화가 기자로부터 걸려왔는데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 그 이후로 계속 전화가 와 적극적이고 정확하게 답변했는데 저의 말과는 상관없이 전혀 딴 방향으로 보도됐다”며 “이제 언론 대응 안 하려고 한다”고 끊으려 했다. 철거한 이유가 무엇인지 재차 묻자 “저희 회사에서 판단해서 게시했고 (또) 내렸다”고만 말했다.
 
이에 관련 철도공사 담당자는 통화에서 “시민 항의 전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웅성웅성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 제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대행사 측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변 씨가 철도공사를 주범으로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광고 대행사가 한 일에 대해 저희들은 관여하지 않는다”며 “예컨대 집을 전세 놓았을 때 가구 배치를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행사가) 자발적으로 한 거라 우리한테 소송 걸어봤자 (소용없다)”며 “우리가 잘못한 게 없는데 겁 안 난다. 당당하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대구시의 경우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함 유감을 표했다. 시는 “대구시가 철도공사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역사 내 광고설치 승인’과 같은 통상적 업무는 공사 자체 사무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관련 사안에 대해 시는) 전혀 사실을 알지 못했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럼에도 특정인이 대구시를 억지로 끌어붙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편, 해당 스크린도어 광고는 월 300여만 원에 한 달간 게시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불제여서 아직 비용을 지불한 상태는 아니며 광고 중단으로 인한 ‘페널티’는 없다고 변 씨는 설명했다. 그는 “대구 지하철은 막혔으니까 대구 버스나 부산 지하철에 (광고 게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