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흥행 키워드, 북한 소녀시대 모란봉악단 등장하나

-北측 초라한 선수단 대신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등 대규모 응원단 파견
-모란봉악단 거론되지만 여러 예술단에서 선발한 공동 예술단 구성 급부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는 20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매듭짓기로 하면서 북한 대표단에 누가 올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북측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외에도 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예술단 파견을 합의하면서 어떤 예술단들이 평창을 방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북한의 예술단이나 태권도 시범단의 경우 많은 관객들이 몰릴 것”이라며 “전야제나 개막식 공연 등 참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양측은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연락 채널을 열어놓고 실무회담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선수단과 응원단뿐만 아니라 고위급 대표단을 비롯해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등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처럼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등을 동시에 파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다만 북한의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동계스포츠 저변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선 평창올림픽 출전을 결정하더라도 전체 선수 수가 10명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실제 입원 등을 합쳐도 20명가량에 불과한 초라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고위 인사를 필두로 이번 평창올림픽을 위해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응원단 등 올림픽과 연관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총망라해 평창에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모란봉악단
   북한판 걸그룹,
팝음악까지 선보이며 최고 지위에

 
이번에 방문할 예술단을 두고 이목이 집중된다. 어떤 예술단에 내려오느냐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판가름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김정일 전 위원장이 만든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해, 은하수관현악단, 만수대예술단 등 다양한 예술단이 존재한다. 이중 ‘북한의 걸그룹’이자 김정은의 악단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악단으로 북한판 걸그룹으로 일컬어진다. 김정은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이 단장을 맡고 있으며 김정은이 직접 이름까지 붙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원 대부분이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가 나온 금성학원 출신으로 예쁜 얼굴에 미니스커트, 하이힐을 착용하고 ‘칼군무’를 선보인다.

악단은 선우향희(전기바이올린 겸 악장), 홍수경(전기바이올린), 차영미(전기비올라), 유은정(전기첼로), 김향순·리희경(신디사이저), 최정임(색소폰), 김영미(피아노), 리윤희·한순정(드럼), 강평희(전기기타), 리설란·전혜련(일렉트릭 베이스), 김유경·김설미·류진아·박미경·정수향·라유미(가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키 165cm, 체중 50kg으로 선발기준이 엄격하고 활동 중 연애나 결혼을 하면 퇴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7월 6일 첫 시범공연에서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영화 ‘록키’ 주제곡과 ‘마이 웨이’를 연주하고 디즈니 만화 삽입곡을 연주하는 등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북한에서 의미있고 중요한 날마다 정치수단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7월에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발사를 축하하는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모란봉악단 외에도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모란봉악단과 함께 북한 전역을 돌며 순회 공연을 했던 왕재산예술단과 공훈국가합창단 등도 거론된다.

주로 화려한 무용과 경쾌한 연주 등을 무대에 올리는 왕재산 예술단은 김정일 위원장이 1983년 직접 창단한 왕재산경음악단을 전신으로 이 음악단 소속 무용수들은 파격적인 서구식 패션과 현란한 안무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아시히 신문은 북한의 선수단과 예술단 파견 소식을 전하며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창단한 왕재산예술단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여러 소식통을 통해 북한에서 “모란봉악단은 나라의 보배”라며 현재 남북관계는 모란봉악단을 파견할 정도로까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1947년 조직된 군대전문예술단체가 전신인 공훈국가합창단은 수십 명의 남성 가수로 구성됐으며 김정일 체제에 이어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도 중요한 예술 단체로 주목 받고 있어 방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외에도 2015년 김정은이 직접 조직한 청봉악단과 북한 국립교양학단도 물망에 올랐다. 청봉악단은 왕재산예술단과 모란봉 중창조로 구성돼 모란봉악단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자들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북한 국립교양학단도 또 다른 선택지로 거론된다. 2008년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 교향악단을 두고 김정일 전 위원장은 ‘나의 악단’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쏟기도 했다.
 
북한 국립교향악단
   군인계급 장애물 등
방남 쉽지 않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여러 단체에서 선발한 예술인들로 따로 악단을 구성해 파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에 김정일 전 위원장이 아끼던 만수대예술단, 피바다가극단, 평양예술단 소속 가수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한 바 있다.

더욱이 모란봉악단의 경우 단원들이 모두 군인계급을 갖고 있어 한꺼번에 대규모로 방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관계자는 “모란봉악단은 군복을 입고 공연할 때 그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공연하기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모란봉 악단 단독 파견보다는 청봉악단 등 다른 예술단과 종합적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새로 꾸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북한 예술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논란을 지속될 수 있다.

남북이 공동문화 행사를 통해 해빙무드를 조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반면 한국이 북한의 선전 장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은 2002년 부산하계아시안게임에 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 등 총 650명을 보냈고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도 선수단 211명과 응원단 306명 등 527명을 파견했다.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북한이 선수단 20명과 응원단 124명 등 총 144명을 보냈다. 당시 이 대회 응원단에는 현재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가 포함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는 응원단 없이 선수단 273명이 방남했다.

<사진=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