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7일, 그녀들의 남한행 누가 도왔나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고위급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2016년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집단탈북했던 여성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9일 고위급회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하자 북한이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협상이 결렬됐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은 기획설까지 제기됐던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통일부 “탈북자들 자유의사로 입국…송환 할 수 없다”
4·13 ‘총선 직전 발표’ ‘외주 발표’로 정치적 오해 자초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은 지난 2016년 4월 7일 중국의 북한식당인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주민 13명이 집단으로 탈출해 국내에 입국했던 사건을 말한다. 국내에 입국했던 13명은 남자 지배인이 1명이었고 나머지 12명은 여종업원이었다. 

긴급 브리핑으로 발표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당시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한두 명이 개별적으로 탈출한 사례는 있었으나, 같은 식당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출해 국내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해외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보면서 한국의 실상과 함께 북한 당국의 선전이 거짓임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채택과 한국인 등의 북한 식당 이용 자제 움직임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상부 상납 등에 부담을 느끼고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집단 탈북 발표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국내 입국 하루 만에 전격 발표한 것 자체도 이례적이었고 무엇보다 4·13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북풍(北風)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여종원들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강제에 의해 탈북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있었다. 이른바 ‘국정원 기획설’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종업원들의 신변을 철통같이 보호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탈북한 여종업원들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체류하는 것이 타당한지 가려 달라며 ‘인신보호구제심사’를 청구했다. 인신보호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개인에 의해 부당하게 수용시설에 갇힌 사람이 법원에 구제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각하판결을 내렸다. 같이 진행했던 접견 신청도 각하됐다.

북한은 여종업원 집단 탈북 이후 끊임없이 납치기획을 주장하며 이들의 송환을 요구해 왔다. 심지어 여종업원들의 가족을 판문점이나 서울로 보낼 테니 만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북한은 여종업원의 집단 탈북을 유인납치극이라고 강변하면서 유엔에 대책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지로 남한행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베일에 싸인 탈북 과정 
공개 못하는 까닭은?


12명의 여종업원들은 현재 남한사회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변은 아직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이들이 어느 지역에 정착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내 정착한 탈북민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로 교류를 하는데 이들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진보 단체와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들의 탈북 과정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과정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에서도 집단 탈북 여종업원 문제를 신중히 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16년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여성 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엔인권사무소가 연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방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전했다.

그는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어떤 경위로 전개됐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성 종업원들과 면담을 추진 중인 과정이다. 이 사안을 계속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칸타나 특별보고관은 해당 종업원들과 면담하진 못했다고 설명하며 “정부가 만나지 못하게 한 건 아니다. 면담 성사에 있어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정도로 답하겠다”며 “잠재적으로 납치됐을 수도 있다는 혐의가 발견됐다. 굉장히 신중한 문제라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특별보고관 사무실로 증언들이 접수됐는데 사고 경위와 관련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한국에 자의로 온 건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이들 상황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또 이들 부모가 딸들이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도 여종업원의 집단 탈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실렸다. 보고서에는 통일부가 4·13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 민감한 사안을 공개해 정치적 오해를 자초했다는 점과 국정원 대신 통일부가 ‘외주 발표’를 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여종업원 송환요구와 함께 집단 탈북 과정 진상 조사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정부가 재조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진상 조사 결과가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 정치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기획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파장은 더욱더 커질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16일 “탈북 여종업원들은 자율의사로 입국했고 잘 정착하고 있다”며 “송환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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