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추진…대주주 정몽준 향배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0위권 이내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상조 효과’가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마지노선(데드라인)이다”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밝히는 곳은 롯데·효성·태광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순풍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호는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홈페이지 캡쳐>

현대오일뱅크 하반기 상장 추진…기업 가치 6조~7조 원 예상
현대중공업 “투명성 더욱 강화해 나갈 것”…업계의 이목 집중


현대중공업그룹이 순환출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올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이하 IPO)를 결정하고 1조2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무차입 경영에 돌입한다는 ‘2018년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재편안에 의하면, 현대중공업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IPO를 추진하고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마칠 계획이다.

다각도로 진행…순환출자 고리 해결

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으로 2조 원가량 현금이 현대중공업그룹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 기업가치는 6조~7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번 IPO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위해 ▲ 외부감사인 지정 ▲ 주관사 선정 ▲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상장에 필요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또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회사를 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오일뱅크 등을 계열사로 두는 구조다.

그룹 측은 이번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그룹의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사업구조 재편 및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2018년 상반기 중, 그룹 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계획”이라며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를 시작으로 향후 지배구조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도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875억 원(1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 및 R&D투자를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 결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순차입금을 모두 해소, 약 5000억 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게 돼,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게 된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경영개선 계획도 마침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사업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120% 초과 청약할 것을 결의하며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였다. 현대로보틱스는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2019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본격적인 조선 업황 회복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해운업계에 전 세계적인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조선사의 재무상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발주를 결정하려는 선주들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무차입 경영 실현으로 경쟁사와는 차별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향후 수주전에서 경쟁 우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순환출자 해소가 현대중공업의 후계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 정몽준 대주주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부실장)의 경우 보유 지분이 미미하다. 이번 순환출자 고리 해소과정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결책을 찾았다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투명성을 위한 선택이지 경영 승계 작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1964년 설립된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지난 3분기까지 매출 11조7000억 원, 영업이익 8590억 원을 기록했다. 정유·화학 업황호조 및 비정유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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