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쟁탈전’ 본격화…‘불붙는’ 박원순과 옛 동지들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서울시 미세먼지 조치’ 기점으로 옛 인연들 ‘박원순 때리기’
‘양보의 정석’ 안철수, 강력 포문 열어…朴측 “정치적 속셈”
정책 경쟁부터 친문 마케팅까지 ‘서울 전쟁’ 치열


6‧13지방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를 놓고 후보군들이 속속 출마 의사를 밝히며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한 상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을 기점으로 경쟁자들의 ‘박원순 때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중엔 박원순 시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도 다수 있어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단순한 날씨 문제를 넘어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시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7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지난 15일은 이 조치가 발령된 첫 번째 날이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막대한 비용 지출에 비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첫 포문은 ‘아름다운 양보’로 인연이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열었다. 안 대표는 서울시 저감조치 발령 두 번째인 지난 17일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과거는 잊어라’
安, 작심 비판

 
안 대표는 박 시장을 겨냥해 “잘못된 정책이 부른 예산 낭비 사례가 입증 되었음에도 서울시는 이날 또다시(15일에 이어 17일에도) 대중교통 무료화를 단행했다. 시민들에게 주는 100억짜리 선물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또다시 나쁜 (미세먼지) 예고가 나오면 100억 200억 계속 쓸 거냐”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과거 두 사람의 인연이 사람들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돼 있는 만큼 그의 비판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아울러 안 대표 비판 이후 둘은 한 차례 공방을 더 주고받으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박 시장은 “정치가 사람을 이렇게 바꿨다”고 개탄했고, 이에 안 대표는 “친문 세력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일축하며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지 말라”고 응수했다.
 
박 시장과 안 대표는 한때 ‘끈끈한’ 정치적 동지 관계였다. 두 사람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당시 안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는 청춘콘서트로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지지율을 구가하며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안 대표는 5% 안팎의 지지율에 머물던 박 시장에 ‘통 큰 양보’를 했고, 박 시장은 그해 10월 53.4%의 득표율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46.2%)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첫 발을 내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박 시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는) 평생 갈 신뢰가 생겼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조치를 놓고 안 대표가 강하게 치고 나오자 이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본인의 정치적 생명을 건 안 대표는 다음 행보로 오는 지방선거에서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미세먼지 조치로 서울시가) 혈세 150억을 날린 거 아닌가”라며 “그 정책의 부적절함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 내) 다른 경선자들도 다 비판하는데 유독 (박 시장이) 안 대표를 얘기하는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박 시장 측 기동민 의원은 “정책적 비판이 어떻게 정책적 비판에만 머물 수 있겠느냐”며 “(다)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 의원은 “프랑스 파리에서도 그 정책을 시행했고 그게 도화선이 돼 차량 2부제 도입, 보행도시로 옮겨가는 마중물 역할을 했는데, (이런) 긍정적 부분을 도외시하고 (포퓰리즘이라고) 싸잡아 얘기하니 (박 시장이) 서운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렇게 정책 매개로 서울시정을 비판한 안철수 대표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과거 동지였던 두 사람이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민주당 동지’들도 박 시장을 향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당내 주자들,
각 세우며 본격 경쟁

 
과거 박 시장의 선거를 두 차례 도운 우상호 의원(서울 서대문갑·3선)은 “인물 교체가 필요하다”며 지난 2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우 의원은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정책과 차별화해서 다음 정치 행보를 하려고 하는 분보다는, 사심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며 박 시장을 저격한 뒤,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박원순 시장답지 않은 정책”이라며 “중앙정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상의해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서울시가 무료 대중교통 정책을 펼친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가 싶다”고 날을 세웠다.
 
우 의원은 박 시장이 2011년과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대변인과 전략홍보본부장 등을 맡으며 박 시장 당선에 기여한 선거를 도운 인연이 있다. 그는 이와 관련 “저 나름대로는 잘 도와드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번 도와드렸으면 충분한 것 아닌가”라며 양보 없는 대결을 예고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야권 후보로 나서 박 시장과 일전을 겨룬 박영선 의원(서울 구로을·4선)도 설욕을 벼르고 있다. 당시 박 의원은 박 시장과 야권 단일후보 경쟁에 나섰으나 ‘안철수 신드롬’에 힘입은 박 시장에 경선에서 패배했다.
 
박 의원은 최근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시장에 대한 견제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의 미세먼지 조치는 경쟁자들의 주요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오죽 급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혹평했다. 그는 친환경 수소전기차 도입을 제안하며 “서울시가 좀 더 세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조치’를 둘러싼 공방으로 불붙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상호 간 ‘네거티브’보다는 정책 선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출마군으로 꼽히는 민병두(서울 동대문을·3선), 전현희(서울 강남을·재선) 의원도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다른 정책들도 차별화를 통한 이슈화를 꾀하고 있다.
 
친문 표심 잡아라
정책 이슈도 ‘주목’

 
후발 주자들은 서울시의 강남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허가, 서울 산업 경쟁력 약화 문제 등 정책 사안을 활용해 박 시장을 상대로 공세를 펼 예정이다. 이는 최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는 박 시장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간 경쟁에서 정책보다는 나 의원의 1억 피부숍 의혹, 박 시장에 대한 ‘안철수 지원’ 등 이슈에 관심이 집중됐다.
 
2014년 선거의 경우 박 시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사이에 농약 급식 논란과 서울 건설경기 침체 등 일부 정책 사안들이 제기됐지만 같은 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만 현재 정책선거의 양상을 띠고 있긴 하지만 네거티브성 공세가 빠진 선거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후보 간 공방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후보군들은 민주당 경선 룰에 권리당원 비중이 큰 만큼 당내 친문 지지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친문 마케팅’도 치열해지고 있다.
 
“누가 이 정부의 성공에 기여할지 문 대통령 지지자들도 잘 판단할 것(박원순), 사람들이 저를 원조 친문이라고 불러(박영선), 당 대표 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조언하고 협력(우상호), 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민주연구원장으로 각종 공약 제가 다 지원(민병두).”
 
서울 쟁탈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 특별복권으로 부활한 정봉주 전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절친이자 강성 친문인 정청래 전 의원이 그를 도울 것으로 보여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두 사람이 열성 친문 지지자를 확보한 데다 온라인에서의 영향력도 커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아직 서울시장에 맞는 ‘체급’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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