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에서 마침표 찍고 싶었던 빅토르 안, IOC 출전 불가 판정에 ‘망연자실’

▲ 숀 화이트
- 위기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개인 통산 두 번째 만점으로 역전극 완성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리스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달려온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린 가운데 겨울 스포츠 강자들의 희비가 갈려 기존 왕좌를 지켜낼 것인지 또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지를 놓고 기대감이 한층 타오르고 있다.

오는 9일 평창올림픽이 본격적인 메달 경쟁에 돌입하면서 어느 선수가 이번 대회에 참가할지를 두고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노보드 황제’인 숀 화이트(32·미국)는 당초 자력 진출이 힘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평창올림픽 설원을 누비게 됐다.

‘젊음’과 ‘역동성’으로 표상되는 스노보드가 지금의 위상에 오르기까지 화이트의 공이 컸다. 그는 2006년 토리노와 2010년 밴쿠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14년 소치대회에서는 4위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시즌에는 3위까지 주어지는 미국 대표 선발 순위에서 줄곧 4위에 머물러 자칫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훈련 도중 크게 다쳐 얼굴에 62바늘을 꿰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역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이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지난 14일 미국 콜로라도 스노매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개인통산 두 번째 100점 만점을 받았다.

특히 화이트는 결선에서 더블 맥 트위스트 1260, 더블 콕 1440 등 고난도 기술을 연달아 성공하면서 선발전 순위 4위서 1위로 단숨에 도약해 대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여자 피겨 최강,
개인 자격 평창행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러시아) 역시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러시아 선수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도핑 파문에 휩싸여 러시아 국적의 선수단 참가는 무산됐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금지 약물과 무관하다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선수에 한해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했다.

메드베데바는 당초 러시아 선수단 참가 불가 결정에 불참의사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결국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s from Russia)라는 이름을 달고 평창을 찾게 됐다.

월드컵 78회 우승으로 여자 선수 가운데 최고 기록을 보유한 린지 본(34·미국)도 알파인 여자 월드컵에서 기준을 충족하며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한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공개열애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킨 바 있는 본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로 올림픽에 데뷔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활강 금메달을 획득했다. 소치대회에서 2연패를 노렸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좌절했다.
린지 본
    하지만 본은 고난의 재활과 훈련을 거쳐 다시 올림픽 무대로 돌아오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특히 본은 이번 대회로 정상을 밟고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는 복귀 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열린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여자 활강에서 1분 36초 48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해 만 33세 3개월의 나이에 자신이 보유한 최다 우승 횟수를 79개로 늘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또 최고령 월드컵 우승 기록까지 수립하며 화려한 마침표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애슬론 제왕,
세월의 무게로 좌절


반면 최고의 스타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올림픽 참가가 무산된 선수들도 등장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33·러시아·한국명 안현수)은 누구보다도 모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선수로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지만 결국 출전이 무산되며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빅토르 안
    빅토르 안은 금지약물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 출전 자체가 무산됐다. IOC는 개인 자격 출전을 신청한 선수 가운데 111명에 대해 ‘출전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가운에 빅토르 안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이에 빅토르 안은 거세게 반발하고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고자 토마스 바흐 ICO 위원장에게 “순수성을 의심받을 어떤 구실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IOC가 지난달 28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169명 명단을 최종 승인하면서 빅토르 안이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바이애슬론 제왕’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4·노르웨이)도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결국 참가가 무산됐다.

그는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올림픽 역사 그 자체로 불릴 정도로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비에른달렌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14년 소치까지 6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8개를 포함 1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더욱이 5차 월드컵에서 사격 3발을 놓치는 실수로 전체 42위에 그쳐 노르웨이 대표팀 합류에 실패했다.

비에른달렌은 노르웨이 방송 TV2와 인터뷰에서 “평창에 갈 수 없다는 것이 끔찍하다. 납득하기 어렵다. 분명히 올림픽에 맞춰 예전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밖에 2010 밴쿠버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리스트인 토라 브라이트(호주)가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도 평창에서 볼 수 없게 됐다.

NHL 소속 선수들은 1998 나가노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선수들의 참가의지에도 불구하고 NHL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불참 결정을 뒤 엎을 수는 없었다.
 
노선영
    연맹 실수에 울고
극적 기회에 웃었다

 
한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실수로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두고 무산됐던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 선수가 극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게 돼 천당과 지옥을 오간 선수가 됐다.

앞서 노선영은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팀 추월 종목 출전을 위해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연맹이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서 개인 종목 출전권 대비를 하지 못했다. 이에 노선영의 팀 추월 출전 역시 무산됐다.

하지만 IOC가 러시아 선수들 올림픽 출전 최종 여부를 확정하면서 러시아 선수 2명의 출전이 무산됐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기존에 배정된 엔트리에 결원이 생기자 한국에 여자 1500m 엔트리 1장을 배정하면서 노선영이 마지막 티켓을 손에 쥐게 됐다.

출전권은 지난해 11~12월 중 개최된 스피드 월드컵 1차부터 4차까지 4개 대회의 성적을 기준으로 총 32장이 배분 됐으며 당시 그는 예비 2순위였다. 하지만 이번 추가 배정으로 1500m 경기에 출전하게 돼 극적으로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할 자격을 갖추게 됐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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