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의원직 박탈 위기 의원부터 “노회찬 배제” 논란까지

왼쪽부터 사개특위 국민의당 간사 송기석,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범계, 위원장 정성호(민주당), 자유한국당 간사 장제원 의원 <뉴시스>
“사법개혁특위부터 개혁하라” 비판 목소리 고조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올 초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본격 출범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법개혁을 주도해야 할 소속 위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1·2심에서 당선 무효형까지 선고를 받는 등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사법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교섭단체 위원 배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사개특위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최근 ‘여검사 성추행’ 사건까지 터지면서 검찰 개혁 목소리가 한층 커지는 가운데 사개특위가 성과없이 정쟁(政爭)만 하다 그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개특위는 경찰·검찰·사법부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말 본회의 의결을 거쳐 설치됐다. 구체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원 개혁 등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난제로 꼽혔던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구체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사개특위는 위원장 포함 총 17명으로 구성됐으며, 의석 수 비율에 따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7명(정성호·박범계·백혜련·이재정·이철희·조응천·진선미 의원), 자유한국당 7명(장제원·강효상·곽상도·여상규·염동열·윤상직·이은재 의원), 국민의당 2명(송기석·권은희 의원), 비교섭단체 한 자리는 정의당(노회찬 의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사법개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의구심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염, ‘강원랜드 비리’ 피의자
송, 1·2심서 당선 무효형

 
염동열 의원은 현재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피의자 신분인 염 의원은 앞서 두 차례 검찰 수사를 연기하다 지난달 27일 비공개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최근 정부의 특별점검 결과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만연해 있음이 드러난 가운데 강원랜드 사태는 채용비리 파문을 촉발시킨 사건이었다.
 
2012~2013년 강원랜드에 입사한 518명 중 100%에 육박하는 이들이 소위 ‘빽’으로 입사했음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 부정 채용청탁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의 현직 의원이 사법개혁특위에 속해 있는 것이다.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기석 의원의 경우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다. 2016년 4·13 총선 당시 송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임 모씨가 선거비용 지출 후 회계보고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의 회계 관련 조항을 어겨 징역형이나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해당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임 씨는 1·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오는 8일 대법원 선고가 예정돼 있다. 사법개혁특위 소속 위원이 현행법 위반으로 의원직 박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처럼 사법적 처리 대상에 오르진 않았지만, 과거 국가폭력 사건에 직접 연관된 의원도 있다. 여상규 의원은 1980년대 판사 시절 정보기관에 의해 조작된 간첩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간첩으로 지목됐던 피해자는 2009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 의원은 최근 SBS ‘그것이알고싶다’ 방송에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웃기고 앉아있네”라고 발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해달라”는 수 십 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일부 위원들의 자격 문제가 지적되면서 국회의 사법개혁 추진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런 분들을 사개특위에) 넣은 자체가 사법개혁 의지가 없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위원들 면면이 국민 기대와 동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특히 염동열·송기석 의원의 경우 법조·검찰을 개혁해야 할 사람이 법조·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는 소위 이해당사자인데 이는 부적절한 구성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이 어떻게 사개특위를 신뢰할 것이며 ‘절름발이’ 사개특위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사개특위 내 특정 소위원회에서 비교섭단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장, “합의 안 되면 제외”
노, ‘확전(擴戰)’ 검토

 
사개특위는 사법개혁에 관한 보다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검찰개혁소위와 법원·법조·경찰개혁소위 2개 소위로 나눴다. 하지만 소위원회 구성을 놓고 잡음이 불거지며 이에 대한 진척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소위 위원 수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소위 9명, 법원소위 7명을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당은 각각 8명으로 구성하자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 사개특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3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패싱 방지 확약 ▲문무일 검찰총장 현안 보고 ▲검찰소위에 비교섭단체(정의당 노회찬 의원) 배제 등을 사개특위 의사일정 합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검찰총장 현안 보고의 경우 지난 1일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했지만 비교섭단체 배제 문제는 합의에 실패했다.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하자 항변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계속 비교섭단체 얘기하는데 저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제 마음대로 상임위를 갔느냐. (국회)의장 직권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국회법에 따르면 비교섭단체의 특별위원회 위원 선임의 경우 의장이 이를 직접 행하는 것은 맞지만, 소위원회 위원 구성의 경우 간사 간 협의로 조정이 가능하다.
 
장 의원은 또 “정수 문제 가지고 합의가 안 되면 원칙적으로 16명(위원장 제외)에서 교섭단체 8명 8명씩 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검찰소위에 노회찬 의원의 포함을 반대하는 한국당의 심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도 포함한 관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당사자인 정의당과 노 의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 대변인들은 최근 잇따라 논평을 내고 “한국당이 검찰개혁에 앞장서온 노 의원을 노골적으로 배제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한국당이 배제 입장을 고수할 경우 한국당의 특위 구성원에 대해 본격 문제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이와 관련 “사법개혁특위부터 개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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