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압승+개헌’ 시동 거는 與… 총력 저지 나서는 野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해찬 의원,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기집권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추미애 대표부터 당의 최고참인 이해찬 의원, 당 싱크탱크를 이끄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까지 ‘20년 장기집권론’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오는 6·13 지방선거 압승과 개헌에 집중할 태세다.

이에 제1야당은 “오만”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생각대로 되기 힘들 것”이라며 일합을 겨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과거 민주당이 장기집권 플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이번에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이해찬·김민석 “최소 20년 이상 장기집권” 목청
보수 궤멸 통해 地選 대승·지방분권 4년 중임 개헌 노려
한국당 “권력 취해 개헌 정략 이용” 반발 “맘대로 안 될 것”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올 초부터 장기집권 플랜 가동

 
친노·친문 진영 원로로서 7선(選)의 이해찬 의원은 지난달 25일 민주연구원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두 번 정도로는 정책이 뿌리를 못 박았다”며 “적어도 네 번, 다섯 번은 계속 집권해야 정책이 뿌리내려서 정착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오랜만에 집권했는데 계속 집권해야 한다. 영구·장기 집권은 아니고 계속·연속 집권”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장기집권론을 설파하는 최전방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대선 당시 지방 유세에서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이런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 이어서 쭉 장기집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 대표도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21세기형 플랫폼 정당으로의 혁신을 통해 100년 정당의 토대를 만들고,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장기 로드맵을 구상하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지난달 24일 당 행사에서 “10년, 20년 계속 갈 수 있는 소명감을 갖고 이번 지방선거와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 궤멸 수준의 지방선거 압승과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20년 장기집권을 이뤄내겠다는 심산이다.
 
‘수도권+영남’ 공략
지방분권·4년 중임 개헌

 
장기집권을 위해 우선 정부여당은 오는 지방선거 대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과 영남 지역을 최대 격전지라 보고 전략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불모지였던 대구·경북도 넘보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대통령-원내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보수 텃밭인 대구가 거론되면서 ‘이참에 한국당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발언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시장을 내주게 되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현실화 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대구시장마저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당 입장에선 본진이 함락당한 셈이어서 이들이 언급한 ‘보수 궤멸’이 현실화될 수 있다. 반면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이재명 시장 등이 각각 서울시장 첫 3선·16년 만의 경기 지사 탈환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김민석 원장은 지방선거과 관련 지난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궐위된 곳 포함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9석인데, ‘9+α(알파)’로 현상유지 이상의 승리를 기대한다”며 “수도권(경기)을 회복하고 영남에 진출하면 아주 고마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전·광주·세종시장, 충북·충남·강원·전북·전남지사 총 9명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다. 김 원장은 또 “재보선에선 어려운 여소야대의 극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정부 여당은 아울러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장기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하지만, 4년 중임제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고 또 정책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또 국민들이 중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할 수 있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충분히 견제할 장치도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실패 재연?
야당 “자기들끼리 잔치판”

 
다만 현 여권이 장기집권에 관한 포부를 드러낸 건 지난 참여정부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2004년 4월 총선 직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노무현 대통령은 장기집권 희망을 드러내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후 내부 권력 다툼만 하다가 2007년 대선에서 참패를 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권력에 취해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4년 중임제가 좋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주당은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들의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을 철저히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고 있다”며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앞다퉈가며 국가의 명운이 걸린 개헌을 통해 자신들의 장기집권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성 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단체로 권력에 취한 것 같다”며 “출범한지 9개월 남짓 만에 차기, 차차기 대선 주자를 자기들끼리 정하고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보수 세력을 궤멸시켜야 장기집권할 수 있다고 믿는 무능한 정부,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정권은 국민들의 심판의 대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여당은 지방분권을 명분으로 ‘6월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세종시에서 진행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원내정책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까지 남은 일정을 감안해 적어도 2월 중순까지 각 당이 개헌안 확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서의 발언에 대해 “이 중차대한 개헌을 지방분권으로 덮으려는 문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결론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즐기겠다는 말씀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개헌의 핵심을 권력구조 개편이라고 보고,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연구원 본격 가동
‘중도진보化’ 지향

 
한편, 민주연구원은 올 초부터 본격적인 ‘장기집권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보수 정당의 집권에 크게 기여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여의도연구원’처럼 장기전략을 수립해 20년 집권론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태세다.
 
민주연구원은 올해부터 5대 정책담론 프로젝트와 정기여론조사를 통한 유권자 분석, 전문가 집단지성센터 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당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정체성을 ‘중도진보화’할 예정이다. 김민석 원장은 신년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민주연구원은 거시적인 여론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기 여론조사와 투표구별 대한민국선거지도를 만들고 주간웹진과 연수보고서를 정기·수시로 발간한다. 특히 ▲국민직접민주주의 ▲사람혁명 ▲저비용사회 ▲대한민국중심정당론 ▲건강백세사회 등 5대 핵심담론을 선정하고 이를 심화연구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시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 네트워크 체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인 정책기획위원회 등 각종 국책연구소와의 연결을 강화해 국정평가공동세미나처럼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아울러 과학기술분야 등 외부전문가 중심의 집단지성센터를 신설해 활동을 개시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선거에 대비해 ‘한 걸음 더 프로젝트’를 기획,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인천을 시작으로 오는 8일 서울까지 전국을 돌며 정부와 민주당의 정책을 설명하고 지역 주민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경청투어’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을 바꾼 2017년 촛불에서 더 나아가자’가 프로젝트 슬로건이다.
 
민주장은 정당 정체성을 ‘중도진보’ 쪽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 원장은 남북 관계와 사형제 찬반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북핵 문제가 북한 정권이 나름대로 자기 생존력 또는 거래용으로 활용하려는 개발이 아닌가 하는 관점이 적화 통일용으로 보는 관점보다 우위를 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형제 찬반 등을 봐도 과거에 비해 일반적인 의미에서 진보와 보수가 열린 눈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중도진보 지향 전세대를 지향하는 국민 정치가 가능하다”며 “중도진보 지향의 전세대적 국민정당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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