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좌편향 정책이 막바지로 치닫던 노무현 정권 시절 한 소설가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몇 마디가 새삼 떠오른다. 2004년 2월 원로 작가 박완서(朴婉緖) 씨는 “옛날에는 빨갱이로 몰릴까 봐 치사해도 말 못하고 살았는데, 요즘은 보수로 몰릴까봐 말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했다. 보수정권 시절엔 집권세력을 비판하면 ‘빨갱이’로 몰렸는데 이젠 북한을 비판하면 ‘보수’로 몰려 당할까 두려워 말도 못한다는 푸념이었다.
친북좌편향 정권 당시엔 북한을 적으로 설정한 미국의 비디오 게임이 한국에선 판매 금지되었을 정도로 종북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대화가 되는 사람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며 찬양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개발한 적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며 주적(主敵) 북의 대변인 역할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측근은 금강산관광사업 지원금은 “역사와 민족의 제단 앞에 (바치는) 헌금”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을 ‘방어용’이라고 비호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북핵 위협에 우려를 표명하면 “과장 말라”고 경고하며 북한 편을 들었다.
북한은 친북좌편향 정권으로부터 천문학적 돈과 물품을 받아가면서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이 북한이 베푸는 시혜라며 큰 소리쳤다. 남한 정권은 북에 퍼주면서도 설설 기다시피 비위 맞춰 주고 끌려다녔다. 분명히 북은 갑(甲)이었고 남은 을(乙) 이었다. 당시 친북으로 뒤집힌 상황을 지켜보던 북한인권운동가인 독일인 노베르트 폴레첸 씨는 2003년 9월 “서울이 평양 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플레첸의 지적대로 ‘서울이 평양처럼’ 느껴질 정도로 남한은 북을 위해 퍼주고 비위맞주며 끌려다녔다. 하지만 북은 잔인무도한 참수리호 격침,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비무장지대(DMZ) 지뢰매설 공격, 6차례에 걸친 핵폭탄 실험, 수없는 미사일 발시 도발 등을 이어갔다. 이젠 남한을 아예 핵으로 쓸어버릴 기세다.
북한은 갑자기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다. 한·미 간에 갈등을 조장하고 남한 내에 종북 여론을 되살리기 위해서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종북으로 선회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이다. 남한은 북한 선수임원단을 담담히 맞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북의 의도대로 북에 비위맞춰 주며 끌려다니는 등 친북으로 선회한다. 또 다시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남북관계를 갑·을 관계로 전락시키지 않겠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서울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에게 올림픽 기간 공개 활동을 자제토록 권고했다. 북한을 비판하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은 셈이다. 마치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서울로 망명한 황장엽 전 로동당 국제비서의 대북 비난을 봉쇄했던 것을 상기케 한다.
그 밖에도 통일부는 현송월 북한 심지연관현악단장의 서울 체류 중 북의 요구대로 그녀에 대한 언론 취재를 통제하고 영상도 육성이 담기지 않도록 관리해 주었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도 먼저 북측에 제안하는 등 비위맞춰주기 바쁘다. 하지만 남측이 북에 비위맞춰 준다고 해서 북은 절대 핵·미사일과 군사도발 등을 포기치 않는다. 남한이 북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으면 북은 또 묘한 구실을 붙여 다시 도발할게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비위맞춰 주기는 김대중·노무현의 과거 대북유화 작태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그동안 숨겼던 대북유화책을 북의 평창 참가를 계기로 터놓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14년 전 박완서 씨가 푸념한 대로 “보수로 몰릴까” 걱정돼 북한을 비판하지 못했던 뒤집힌 세상이 또 다시 도래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정부는 평창을 핑계 삼아 북에 비위맞춰 주며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자는 반드시 역사에 의해 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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