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IBK 기업은행 반대 기류 “공모 절차 문제 있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KT&G 차기 사장으로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2대 주주인 IBK 기업은행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앞서 KT&G 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백복인 현 KT&G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바 있다. 그러나 2대 주주인 IBK 기업은행이 그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고,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도 반대할까…주주총회 결과에 주목
외국계 운용사 결정·인도네시아 의혹 소명 여부 등 영향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 일 “백복인 현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 이사회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업에 대한 장기비전 및 전략, 혁신 의지, 글로벌 마인드 등에 대해 심사한 결과 백 사장을 최적임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지난 3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리더십 측면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KT&G에 따르면 백 사장은 2015년 KT&G 사장으로 취임한 후 글로벌 사업을 집중 육성,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아울러 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전자담배 시장이 급격히 확장되는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을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등 굵직한 현안들을 추진력 있게 이끌어 왔다는 설명이다.

백 사장은 “회사가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 놓인 가운데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해외 사업 강화로 글로벌 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백 사장의 연임까지 남아 있는 것은 오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뿐이다.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되면 백 사장은 향후 3년 임기동안 다시 한 번 수장의 자리에서 KT&G를 이끌게 된다.

그런데 백 사장이 연임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하는 산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먼저 2대 주주인 IBK 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반대하겠다고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IBK 기업은행은 지난 2일 KT&G의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경영참여를 선언하는 동시에, 백 사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 IBK 기업은행은 KT&G에 이사와 감사의 선임·해임, 정관변경, 배당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KT&G 가 공시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9.89%)이며, 기업은행은 지분율 7.53%로 2대 주주다.

IBK 기업은행이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반대 의사를 밝힌 이유는 KT&G의 사장 선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IBK 기업은행 관계자도 “KT&G의 사장 선임과 관련해 절차와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주총회에서 해당 문제를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G의 사장 추천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달 30일 저녁 사장 공모를 위한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서류 접수는 단 이틀이었다. 그리고 하루 만인 2일 서류 심사를 완료, 같은 날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모든 절차에 걸린 기간은 단 5일로 비교적 짧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움직임도 막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국민연금공단도 백 사장 연임과 관련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백복인 사장 연임과 관련해 “만약 절차 상의 문제나, 백복인 사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연임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아직 국민연금공단에 자문을 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원론적인 관점에서 의혹이나 문제가 사실로 나타난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백 사장 연임 반대 기류에는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T&G는 인도네시아 트리삭티를 인수하면서 분식회계와 수출선 무상양도, 에스크로 자금 지급 등을 했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따라서 백 사장이 공모를 통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고 하더라도 주주총회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1·2대 주주의 지분율을 합치면 10% 후반으로 과반은 넘지 않지만 1·2대 주주가 반대할 경우 다른 주주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백 사장 연임의 최대 관건은 외국계 운용사의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KT&G 지분 중 5% 이상을 보유한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와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의견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KT&G의 한 관계자는 “사장 후보 추대나 연임 등에 대해서는 사장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면서 “국민연금공단이나 IBK 기업은행 등 주주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서 감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따로 말씀 드릴 수는 없다”면서 “다만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고 있고, 내부 감사도 진행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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