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배우 조민기가 성추행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들은 오히려 구체적인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거짓 해명’이라고 반발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민기는 지난 21일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을 통해 “그나마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교수라는 명예보다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고, 그래서 와 있는 건데 그런 학교에서 음해가 계속되면 난 있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하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또 그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팔자에도 없는 교수한답시고 앉아 있으면서 1학기 때부터 시작해서 2학기 때까지 오는 게 ‘아 이제는 나 하나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 다치겠다’ 싶어서 진술서를 쓰면서 1차 사표를 제출했다”고 성추행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조민기의 행적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미 조민기는 지난해 11월 말 성추행 혐의에 휩싸여 부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청주대학교 측의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조민기 소속사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고 교수직 박탈과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며 “루머는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청주대 측에 따르면 그는 1월 말 징계위원회를 통해 3개월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이와 함께 청주대 측은 “조민기는 사표를 제출했으며 학교 측은 해당 사직서를 지난 20일 수리했다”고 전했다.
 
이에 조민기 측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해명은 폭로를 불러왔다.
 
A 씨는 22일 한 사이트에 자신을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으로 밝히며 “이틀간 올라오는 기사들을 모두 읽으며 씁쓸함과 동시에 ‘터질 것이 터졌구나’라는 생각, 그리고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이 버젓이 공개돼 나가는 수많은 기사에 걱정과 무서운 마음마저 참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성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A 씨는 “(그는) 나를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고 성추행했다. 그의 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행위를 당한 사람이 느끼기에 그것이 성추행이고 모욕을 느꼈다면 조민기 교수는 사과했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민기의 성추행을 폭로한 또 다른 제자의 피해 상황도 같은 패턴이었다.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인 연극배우 송하늘은 지난 20일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로X포럼’에 실명 계정으로 재학시절 자신이 조민기에게 당한 성추행 내용을 폭로했다.
 
송하늘은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고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며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조민기가 수년간 노래방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학생들의 신체를 강제로 접촉하고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송하늘은 “조 교수는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자신의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마셨고 자고 가라는 말까지 했다”며 “억지로 침대 위에 눕게 했고 배 위에 올라타서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수사 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정확한 진상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21일 한 매체를 통해 “조민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바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청주대에 성추행 진상 조사 내용을 요청했으며 피해 학생들을 파악해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고소·고발 없지만, 모든 성범죄에서 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사라진 만큼 혐의가 밝혀지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에 자연스레 경찰의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번 경찰의 판단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대한민국 곳곳에서도 숨어 있던 적폐 사례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공연계는 물론 고은 시인 사태 이후 침묵하는 문학계 등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2010년 3월부터 청주대 연극학과 부교수로 재직해온 조민기도 지난해 학생들이 제기한 성추행 의혹에 사표를 낸 상태로 현재 논란을 빚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