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서울시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시행하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제공을 중단하고 대신 서울에서 2005년 이전 생산된 경유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등 벌칙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한 가운데 ‘미세 먼지 공짜 대중교통’ 정책 시행 한 달 반 만에 물러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지난 27일 기자브리핑에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가 법제화되지 않아 나온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정부의 더 강력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로써 목적을 다 했다고 판단돼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대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이들에게 벌칙을 주겠다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강조한 정책을 내놨다.
 
개선대책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2005년 12월 이전에 등록된 2.5t 이상 경유차의 서울 시내 운행을 제한하며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2005년 12월 이전에 등록된 노후 경유차 중 저공해조치 명령을 받은 뒤 저감조치를 하지 않으면 단속 대상이 된다.
 
앞서 서울시는 1월 초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으로 예상됨에 따라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는 대중교통 무료 제공을 중단하고 대신 서울에서 2005년 이전 생산된 경유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시가 갑자기 정책을 폐기한 배경에는 실효성 논란에 따른 부담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의 효과는 미흡했다.
 
교통량 감소는 무료 시행 첫날인 1월 15일 0.3%를 시작으로 17일 1.73%, 18일 1.7%에 그쳤다.
 
초미세 먼지 배출량은 하루 최대 3.3%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시 관계자는 28일 한 매체를 통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잇따라 지적해 시에서도 정책을 고수하는 게 부담됐다”면서 “평창올림픽이 아니었으면 더 일찍 중단 발표를 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료 운행’ 시행일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철회’란 카드를 내놓게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앞선 조치로 1월에만 올해 250억 원 예산 중 150억 원가량을 써버렸다.
 
남은 100억 원으로는 무료 운행을 두 번밖에 할 수 없고 3월 개학 이후 1회 시행에 약 60억 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예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8일 “최근 한파가 꺾이고 미세 먼지가 심해지며 시의 고민이 깊어졌다. 서울시의회 역시 예산 추가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철회’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새 정책이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는 “15% 넘게 저감효과를 내는 중국 베이징 미세먼지 흡수타워처럼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제거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전기차·수소차 보급에 노력하는 등 효율적인 정책에 세금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와 관련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대책에 혈세를 투입할 수 없고 오히려 경기도민의 버스 이용을 막고 있다며 서울시의 일방적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달 한 매체를 통해 “수도권환승할인제는 1,300만 경기도를 포함한 11개 기관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데도 서울시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발표했다”며 “공짜 운행에 예산 50억 원이 투입됐다. 열흘이면 500억 원, 한 달이면 1500억 원의 혈세 낭비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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