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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감소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패러다임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4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조립이나 계산 및 출납, 요금수납, 시설안내, 창고 관리 등 저 숙련의 정형화된 업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화나 자동화, 로봇 등의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에는 고숙련 업무에서도 정형화된 업무인 회계사무, 법률사무, 통·번역, 임상병리, 영상의학분석 등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로 기술 대체 가능성이 커진다고 드러났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공론화된 바 있다.
 
WEF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세상에 던지며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Future of Jobs)’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가 약 710만 개가 사라진다.
 
특히 사무관리직과 같은 단순 직업군에서 475만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로봇과 3D 프린팅의 위협을 받는 제조·광물업 분야 일자리는 160만9000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대체하며 ‘직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매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격차로 인한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4차 산업시대의 기술혁신 과정에서 적응을 지체시켜 부정적 충격을 심화시키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 구조 재편에 따라 컨베이어벨트 속에 포함된 일자리는 모두 자동화로 대체된다”고 우려했다.
 
근로 시간만 채우면 임금을 받는 기존 고용시장이 업무의 수행 정도와 강도를 따지는 비정규직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
 
심지어 일반 시민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감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실시한 일반 시민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89.9%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온 1~3차 산업혁명을 살펴봤을 때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지는 직업만큼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선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싱크탱크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지난해 ‘맥킨지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지능정보 분야에서 5억5500만∼8억9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령화 흐름과 맞물린 건강관리를 비롯해 회계, 경영, 교육 등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대 제임스 베센 교수는 지난해 한 매체에 “어떤 직업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이뤄지는 직업이라면 오히려 관련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제도적 인프라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철환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5일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암호화폐·블록체인’ 정책강좌에서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상태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기술 투자는 기업이 인프라와 교육투자는 정부가 취해야 할 과제다”며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의 핵심인 빅데이터 확보 전략과 개인정보 보호의 전향적 혁신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사회적 충격을 대비할 미래 가치관과 법, 제도의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편의점 업계나 패스트푸드점이 4차 산업혁명 IT를 접목한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무인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편의점 중 처음으로 무인형 편의점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시그니처에는 바코드를 360도 모든 방향에서 읽는 자동 스캔 무인계산대와 손의 정맥을 인식해 결제가 이뤄지는 핸드페이가 도입됐다.
 
뿐만 아니라 씨유(CU)는 스마트폰으로 상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앱 ‘CU 바이셀프(Buy-Self)’를 선보였으며 이마트24는 지난해 6월 무인편의점을 선보인데 이어 현재 6개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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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인 주문기기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롯데리아는 2014년 일부 직영 매장에서 무인 주문기기 시범운영을 시작한 후 현재 전체 1350개 매장 중 700여 곳에서 이용하고 있고 맥도날드는 440곳 중 50%에 달하는 220곳에 설치를 완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적 추세로 보인다.
 
무인점포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이미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로봇 ‘페퍼(Pepper)’는 호텔 등에서 안내 업무를 맡고 있으며 일본의 5대 편의점 업체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 5만 개 점포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도 알리페이(Alipay), 위챗(Wechat) 등 휴대폰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무인편의점이 퍼지고 있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열며 무인화 열풍에 가세했다.
 
이와 관련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 편의를 위한 무인기기 도입이 계속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무인 친화적 기술이 좋아진 데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도 무인화 추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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