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뉴시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경찰이 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거주지와 극단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5일 이 전 감독에 대해 한 달간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경찰은 이 전 감독을 이번 주 내로 소환할 예정이며, 영화연출가 김기덕 감독 등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이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11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이 전 감독의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남 김해의 도요연극스튜디오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했다.

압수물에는 이 전 감독의 휴대전화 등 수사 관련 자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이 전 감독이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위력 등이 작용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 전 감독은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시절 극단원들을 상대로 성추행 등의 성폭력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성추문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지난달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여관에서 이 전 감독으로부터 안마 요구를 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김수희 씨 등 피해자 16명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변호사 101명으로 구성된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같은 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감독을 고소했다.

이들 고소인은 모두 연극인으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이 전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해바라기센터 등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고소인 10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오는 13일까지 16명 모두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이 전 감독을 이번 주 소환할 예정이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또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조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0∼2013년 성폭력은 상습죄 등을 적용하면 처벌이 가능하고 그 이전에 벌어진 성폭력은 법원의 양형 참작 사유가 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재까지 유명인을 중심으로 전국에 알려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사안 41건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이 전 감독 사건을 포함, 6건에 대해 정식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경찰은 영화촬영 과정에서 여배우를 성폭행한 의혹이 일고 있는 김기덕 감독과 사진작가 로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랩퍼 던 말릭 등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배우 조재현 씨 등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피해자를 접촉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만 경찰은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 관련해서는 아직 수사 또는 내사에 나서지 않았고 이들에 대해 접수된 고소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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