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지만 착한 기업으로 관심 폭주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 LG家가 누리꾼들로부터 ‘착한 일’ 때문에 때아닌 잔소리를 듣고 있다. 대표적인 ‘착한 기업’으로 꼽히는 LG그룹이 사회공헌활동을 하고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 누리꾼들이 시어머니를 자청하고 나선 것. 이에 ‘LG가 또…’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언뜻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LG가 또 몰래 선행을 했다’의 준말로, LG가 좋은 일을 하고도 홍보하지 않아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서 직접 나서 알리며 시작됐다.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 ‘LG 의인상’ 수여 등 사회적 공헌 활동
대외적 홍보 미비, 누리꾼 ‘LG빠’ 자청하며 직접 나서 알리기도

 
LG그룹이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LG家를 세운 구인회 창업회장과 부친이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미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구인회 회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백산 안희제 선생이 설립한 백산상회를 통해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현재 LG그룹의 ‘상생’ 경영 방침에 따른 사회적 공헌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지난 2016년 7월 유관순 열사의 조카 유장부 씨가 넉넉지 못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유 씨의 아파트 보수 공사를 무료로 지원했다. 이는 친일파가 사회 부유층으로 득세하는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보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팎에 알리며 큰 울림을 줬고, 누리꾼들은 ‘독립운동가 기업 LG’라며 박수를 보냈다.
 
구인회 회장 독립운동 지원 현재 상생 기조에 영향
 
이밖에 LG그룹 계열사도 착한 기업이 되는 데 한몫했다. 각 계열사는 ‘LG 의인상’ 수여, 6.25 참전용사 지원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본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LG복지재단은 2015년 9월 ‘LG 의인상’을 재정,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한 의인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까지 약 65명의 의인이 ‘LG 의인상’을 받았다.

또한 LG하우시스는 국내외 가리지 않고 6.25 참전용사의 주택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최근 국가보훈처와 함께 ‘6.25 참전용사 지원’ 대상자 주택 주거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6.25전쟁 때 3사단 18연대 백골부대 소속으로 참전한 김귀현(87) 씨를 비롯해 국내 1명, 해외 2명 총 3명이었다.

특히 가장 최근 LG전자는 윤서인 웹툰작가를 후원한 의혹을 받은 한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를 사은품 목록에서 배제시켜 누리꾼들로부터 ‘역시 LG’라는 칭찬을 받았다. 윤서인 작가는 지난달 23일 성폭행범 조두순을 비유하는 만화를 게재해 누리꾼들로부터 공분을 산 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까지 올렸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업체 대표이사가 ‘화이팅’이라는 댓글을 달며 시작됐다. 누리꾼들은 해당 업체가 윤서인 작가를 후원한다는 정황을 비롯해 해당 업체의 제품이 LG전자 베스트샵에서 사은품으로 지급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후 한 누리꾼은 LG전자 베스트샵에 해당 업체의 배제를 요청, LG전자 베스트샵은 이를 즉각 수용해 사은품 변경을 단행했다.

해당 업체 대표이사는 “윤서인 작가를 후원하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의혹은 일단락됐지만 LG전자 베스트샵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반영해 즉각 조처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LG는 정부 친화적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대기업 중에서도 정부 방침을 가장 적극적이고 빠르게 반영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가 근로 시간 단축 관련 방침을 세우자마자 LG전자는 ‘오후 5시 30분 퇴근’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직 대상 주 40시간 근무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이달부터 전 생산직에 주52시간 근무를 도입한 것. 이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시행한 것으로, 이후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진다.

또한 앞서 정부가 국내 대기업들에게 지주사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눈길을 끌었다. LG그룹은 당시 지주회사 ㈜LG 오너 일가 36명이 보유한 LG상사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재계 최초로 지주사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LG 구매 촉진 운동, ‘LG 선행 발굴’까지
 
하지만 이 같은 선행에도 불구하고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도리어 누리꾼들이 나섰다. 일각에서는 “착한 기업을 살려야 한다”며 LG 제품 구매 촉진 운동까지 벌어졌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는 ‘LG 선행 발굴’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LG가 또 착한 일을 했다’는 말의 준말인 ‘LG가 또…’라는 표현까지 만들었다. SNS에 ‘#착한기업LG’ 등 해시태그가 달리며 ‘LG빠’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상황. ‘~빠’는 특정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자를 표현하는 은어다.

특히 LG 홍보팀은 핀잔 아닌 핀잔까지 듣는 실정이다. 좋은 일을 하고도 알리지 않는다는 것. 이에 ‘바보LG’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홍보팀 일 좀 해라” “LG 홍보팀은 일 안하고 월급 받는다던데” “LG는 이런 거 안 알리고 놀기만 하나” 등의 장난 섞인 애정을 내보였다.

이와 관련 LG그룹 홍보팀 측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리꾼들이 보기에는 좋은 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가 보다”라고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그 역시 긍정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누리꾼들이 좋은 뉴스를 자발적으로 알려주는 게 자체 홍보보다 효과가 큰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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