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보수’가 이탈한 빈 자리, ‘냉전 보수’ 해체되는 중...
- 새 시대 인권 감각 위에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지적해야

 
여론조사기관은 박빙인 선거를 좋아한다. 박빙인 선거라야 후보자들은 선거컨설턴트를 찾을 것이며, 여론조사를 한 번이라도 더 돌려볼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2017년 대선은 여론조사기관에겐 ‘재미가 없는 선거’였다.
 
아마 2018년 지방선거 역시 그런 선거가 될 것 같다. 수많은 여론조사기관 종사자들이 선거가 박빙이 될 기미를 발견하려고 애를 썼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선거의 시계가 다가올수록 이들의 기대도 실망으로 바뀔 것 같다.
 
물론 지방선거라는 영역의 특성상 여러 선거구가 존재하고 지역별로 다양한 양상이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양강구도가 펼쳐지지 않으니 장이 섰는지 안 섰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꼬집어 말해 보수 정당의 지지율은 어째서 복원되지 않는 것일까.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저러한 건 그렇다 치고 왜 바른미래당으로도 흘러가지 못하고 부유하는 것일까. 사람들 ‘마음’의 총합이 이런 이유에 대해, 현상이 존재한다면 어떻게든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이제는 그럴 정도의 시점이 되었다.
 
35% 콘크리트가
15%가 될 때까지
 

먼저 ‘추이’를 보자. 2016년 가을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와 이어진 대규모 광장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수치만 봐도 보수 정당의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이른바 ‘콘크리트지지층’이라 불렸던 30~35%의 지지층이 뼈도 추리지 못하고 박살났다.
 
이후 여러 가지 경로로 논리를 만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세를 규합한 ‘태극기’ 집회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상 이들의 최대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15%가 최대치였다. 80%가 탄핵 찬성 대열로 유지되었다.
 
80%대 15%. 이는 유례가 없는 쏠림이었기에 탄핵 찬성의 대열 속에서 과거 보수 정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의 지형을 참조해 보면 적어도 이중 20%는 과거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이들이며, 30% 정도는 무당파 내지 중도파였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5~20% 정도이며,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한다. 그리고 무당파의 비율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20~30%에 달한다. 오차가 있기 때문에 다 더하면 상당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도 대체로 25% 미만 선에서 발목이 묶여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큰 틀에서 볼 때 대통령 파면 직전의 15%의 ‘태극기’, 그리고 지난 대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25%에서의 확장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과거 콘크리트라고 불렸던 보수 정당의 지지층에서 10~20%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현재의 20~30%의 무당파 구성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당파의 총 수치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면, 보수 정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관망세로 돌아선 만큼 기존 무당파의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로 돌아섰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형에 익숙한 보수 정당 사람들에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50%를 넘나드는 민주당 지지율의 핵심은, 기존 민주당 지지층에 기존의 무당파 상당수가 합산된 결과일 수 있다.
 
‘시장 보수’와 ‘냉전 보수’
결합의 해체

 
왜 그런 것일까. 여기서부터는 좀 더 질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보수 정당 지지층의 구성을 크게 보아 ‘냉전 보수’와 ‘시장 보수’의 합이라 보았다. 전자가 반공주의와 안보에 대한 불안을 기반으로 한다면, 후자는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고 보았다.
 
먼저 시장 보수를 살펴보자. 이들이 현재의 관망세를 주도하는 집단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산업화 성공의 역사를 공유한다. 권위주의 정부와 투쟁하던 이들이 주류인 민주화 운동 세력의 정당이 이 성공을 해석하지 못해 오락가락할 때, 그들은 이 성공의 굳건한 옹호자였다.
 
그러나 이 구도가 이제 흔들리고 있다. 사람들은 권위주의 시기의 성장을 기억하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시절 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만큼이나 이명박과 박근혜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치부가 결합되었다면 질은 더욱 나빠진다.
 
또한 민주당 인사들도 과거처럼 한국의 산업화 성공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문제에서 민주당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이들이 딱히 어떤 정당 지지층으로도 쉽게 흡수되지 못하는 이유다.
 
현 시점의 여론 지형을 설명하는 분석은 여기까지지만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이제는 냉전 보수의 논리도 흐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전하면서 이제 보수 언론 사람들조차 이를 느낀다.
 
김대중과 노무현 시절에는 햇볕정책을 비판했지만, 민주정부 3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햇볕’이라 요약하기는 힘들며 실제로 정권 주요 인사 중 누구도 그 이름을 입에 담지 않고 있다.
 
즉 현재의 보수 정당은 기반의 절반을 잃었고, 나머지 기반조차 해체되어 가는 중이다. 지금을 바닥이라 느끼고 새 날이 오리라 보지만 현재의 전략을 답습한다면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 그 중에서도 사회경제적 문제를 공략하지 못한다면 해법이 없다고 하겠다.
 
아마도 한국당이 던지는 이슈 중 ‘10% 고소득 노동자’의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이 그나마 이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민들은 그 문제를 대변하기 이전에 한국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인권에 대한 감각을 기본적으로 불신한다.
 
‘10%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 공무원과 노동조합에 대한 필요 이상으로 날선 비난, 보수 개신교 표심만 대변한 성소수자 비판 담론 등에 섞여 있어서는 비전이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지각조차 하지 못할 경우 한국당 등 보수정당은 지금보다 더한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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