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잔류’, ‘탈당 후 무소속’, ‘복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 중이던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한 가지 선택지가 사라지게 됐다. 원 지사 영입에 공을 들였던 자유한국당이 돌연 제주지사 후보에 김방훈 전 도당 위원장을 공천하기로 하면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몸값을 올리고 있던 원 지사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인내심이 다했다는 관측이다 . 이제 원 지사에겐 ‘잔류’와 ‘탈당’ 두 가지 선택지만이 남게 됐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인기 없는 당에 남을 것인지, ‘실리’를 위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지. 원 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탈당 후 무소속’ 패 쥐고 ‘야권 연대론’ 군불 때기
- “더 큰 꿈 꾸고 있는 사람… 당 필요해” vs “이미 안철수 버티고 있는 당에 굳이...”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김방훈 예비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은 지난 14~15일에 개별 면접과 여론 청취 등을 통해 제주를 포함한 5개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선정하고 16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를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선택 폭 좁아진 원희룡...
“한국당 복당 고려 안 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그동안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한 물밑 영입 작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원 지사가 최근 자유한국당 입당보단 야권 연대를 염두에 둔 듯한 태도를 보이자 김 예비후보를 제주지사 후보로 전격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원 지사 측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한국당 복당은 애초부터 크게 고려했던 선택지가 아니었다”며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높다면 손뼉 쳐 주며 떠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지사가 선뜻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국당은 가장 멀었던 선택지였다”며 “제주 정치와 중앙 정치 간 온도 차와 특히 도민 정서를 반영해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제주일보, KBTV제주방송, 제주의소리 등 언론 3사 여론조사에서도 원 지사가 출마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0.3%가 무소속을 택한 반면 자유한국당 복당은 12.7%에 불과했다.
 
해당 여론조사를 의뢰한 여론조사 기관은 한국갤럽이며 조사일은 2018년 2월10일이다. 유‧무선 전화조사(유선 16%‧무선 84%) 방식이며 응답률은 17.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원 지사가 남은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추세다. 원 지사의 탈당을 점치는 쪽은 바른미래당이 기대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인물론이 강세를 보여 온 제주에서 무소속도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 지사는 제주도지사 적합인물 순위에서 1위를 했지만 그가 속한 바른미래당은 4위에 머물러 인물과 정당 간 큰 격차를 보였다. 원 지사가 굳이 당적에 얽매일 이유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지난 3월 16일부터 17일동안 제주도지사 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 중 누가 제주도지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0.2%가 원 지사를 꼽았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는 자유한국당이 8.8%, 정의당이 5.3, 바른미래당이 4.5% 등을 기록한 데 반해 민주당이 43.9%로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 801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44%와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 56%에 의한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9.4%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로, 표본추출 방법은 유선전화번호(43개 국번 별 0001~9999까지 8만개 랜덤 생성, RDD) 무작위 추출과 휴대전화 가상번호(선관위를 통해 제공받은 3개 통신사 제공 1만3200개 활용)가 사용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당내에서는 그가 여전히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주장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원 지사는 제주 도지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고 큰 꿈을 꾸고 계신 분인데, 그렇다면 당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또 바른미래당으로 탈당과 입당을 반복하는 게 과연 도민들이 바라는 방향일지 원 지사께서도 고민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원 지사가 대권의 꿈을 품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안철수라는 대권 주자가 버티고 있는 바른미래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탈당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지금은 탈당 시기를 재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 단일화 시 격차
줄어... ‘야권 연대’ 가능성↑

 
다만 이들은 한국당이 제주지사 후보 공천을 확정하며 사실상 제주지사 후보 연대 가능성을 차단했고 원 지사 역시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향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에 따라선 ‘야권 연대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함께 내놓는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지난 20일 발표·보도한 제주도지사 선거 여론조사 결과 ‘제주도지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30.2%를 기록,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인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16.0%)과 김우남 전 민주당 최고위원(15.0%)을 크게 제쳤다.
 
그러나 원 지사가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설 경우, 원 지사(34.2%)와 문 전 비서관(31.5%)은 2.7% 포인트의 차이만 보였다. 김 전 최고위원과의 가상대결도 원 지사(33.6%), 김 전 최고위원(31.0%)로 2.6%포인트의 접전 양상이 펼쳐졌다.
 
물론 원 지사가 바른미래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원 지사(35.0%)와 문 전 비서관(31.7%)의 차이는 3.3%포인트, 원 지사(36.3%)와 김 전 최고위원(28.6%)의 차이는 7.7%포인트로 후보 간 격차가 조금 더 벌어지긴 했지만 소폭이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16~17일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 801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44%)와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56%)에 의한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9.4%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 포인트다.
 
표본 추출 방법은 유선전화번호(각 43개 국번 별, 0001~9999까지 총 8만 개 랜덤 생성, RDD) 무작위 추출과, 휴대전화 가상번호(선관위 통해 제공받은 3개 통신사 제공 1만 3200개 활용)가 활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원 지사가 ‘탈당 후 무소속’이란 선택지를 쥔 상태에서 끊임없이 ‘야권 연대’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원 지사는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과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야권연대는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이 같은 발언 후 바른미래당 지도부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경북 포항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야권 연대에 대해 “원 지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다 찾겠다”며 절대 연대는 없다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야권연대가 성사되면 보수층 표심을 얻는 대신 원 지사를 향하던 민주당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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