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2회 공연…10년 만에 재개된 남북 문화 교류

 - 평창올림픽 북한 예술단 공연에 답방으로 화답… 10년 간 중단된 교류 물꼬 트나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왼쪽부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윤상 감독이 이끄는 남측예술단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평양에서 2회 공연을 갖기로 최종 합의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의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남측 예술단은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등 중견가수들을 비롯해 백지영, 윤도현밴드, 정인, 서현, 걸그룹 레드벨벳 등이 참여한다. 세대에 맞춘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참여 가수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남북 실무진은 판문점에서 예술단 평양 공연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고 예술단 규모와 방북 일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합의하고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이날 남측은 가수 윤상이 감독 자격으로 참석했고 북측은 평창동계올림픽 북측예술단 단장을 맡은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대표로 나와 오전 10시께 시작해 약 3시간 46분 만인 오후 1시 46분께 실무 접촉을 마쳤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측은 16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북측에 파견키로 했다. 특히 이번 예술단에는 윤상 감독을 포함해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2회 진행하기로 했다.

남측사전점검단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점검을 마쳤다.

이에 대해 북측은 남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고 기타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문서 교환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 예술단이 북한 땅을 밟는 것은 2008년 6월 금강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8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공연 이후 10년 만이다. 평양 공연은 2002년 남북합동공연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가수 이미자, 최진희, 조용필, 윤도현밴드 등 우리 대중가수의 공연이 이어지며 남북 문화예술 교류의 물꼬를 텄지만 북한의 도발과 우리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 간 모든 교류가 중단됐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교류가 재개됐고 남측에서 공연을 선보인 북한예술단의 답방으로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 특히 이번 공연은 ‘가왕’ 조용필을 비롯해 실력파 뮤지션, K팝이 선도하는 아이돌그룹까지 총출동해 북한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할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윤도현, 백지영, 알리, 정인(왼쪽부터)
  10년 만에 北 방문…
참여 가수들도 기대

 
이런 가운데 이번 남측 예술단에 포함된 가수들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왕’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밴드 등은 이미 북한 공연 경험을 갖고 있는 반면 백지영, 정인, 알리, 레드벨벳, 서현 등은 첫 북한 방문이라 가수들 역시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선희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뜻 깊은 공연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고 아이돌 대표로 참여하게 된 레드벨벳은 소속사를 통해 “뜻 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평양에서 펼치는 무대는 처음인 만큼 저희도 기대가 많이 된다.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윤도현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YB(윤도현밴드)가 16년 만에 다시 평양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남한의 ‘놀새떼’가 다시 로큰롤하러 갑니다. 가슴 뜨겁고 신나는 무대로 남과 북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백지영은 소속사를 통해 “가요계 선배, 후배님들과 함께 대중음악을 북한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의미 있고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남북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인은 소속사를 통해 “의미있는 공연에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알리의 소속사 대표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공연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북한 측과 협연이 가능한 곡을 선곡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레드벨벳
  최진희 네 번째…
대중성과 실력파 조합

 
우선 북한 주민들에게도 친숙한 가수로 꼽히는 조용필과 이선희, 최진희는 일찌감치 공연 리스트에 올라 있던 것으로 보인다.

조용필은 2005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콘서트 ‘조용필 평양 2005’를 열어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등의 대표곡과 북한 가요 ‘자장가’도 불렀다.

이선희는 2003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 무대에서 ‘J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특히 그의 대표곡 ‘J에게’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친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진희는 1999년, 2002년 평양공연, 2005년 금강산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에 나선 이후 무려 네 번째 북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특히 그가 1984년 발매한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북한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윤도현밴드를 비롯해 백지영, 정인, 알리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실력파 가수들도 포함됐다.

윤도현은 2002년·2003년 북한 무대에 선 경혐이 있다. 이번에 밴드 멤버들과 함께 ‘1178’을 부를 예정이다.

호소력 짙은 발라드 가수인 백지영, 정인, 알리 등이 첫 방북길에 올라 한층 현대적이고 젊은 감성의 대중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백지영의 노래는 이미 북한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한 매체는 한 탈북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양시 대학생들 방이나 가방을 뒤지면 한국 영화·드라마·노래를 담은 CD나 USB가 나온다”면서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 평양 대학생들의 애창곡 1위였다. 백지영 노래가 하도 많이 나오니 단속반도 그의 노래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고 보도해 그 인기를 반증했다.

걸그룹 ‘레드벨벳’도 평양 공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5인조 걸그룹 레드벨벳은 국내외 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한 K팝 문화를 대표한다.

그간 북한은 K팝 등 한류문화에 대해 ‘남조선 날라리풍’이라며 배격해 왔지만 이번 레드벨벳 공연을 통해 K팝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 행정관은 지난 22일 사전 점검차 방북에 앞서 레드벨벳에 대해 “공연 구성이 대중음악의 클래식부터 아이돌까지 세대별 특징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서현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서현은 지난달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서울 공연 피날레에 깜짝 등장해 북한 예술단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 등을 불렀다.

특히 그는 공연 당일 출연 제안을 받아 리허설도 없이 무대를 진행해 프로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당시 청와대 측은 “북측에서도 소녀시대가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며 서현에게 출연을 요청한 바 있다.
 
환상적 아티스트들…
준비기간 아쉬워

 
이번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윤 감독은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의 가수들이 참여하는 만큼 조화롭게 공연을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가지간담회에서 “가왕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부터 아이돌 레드벨벳 같은 친구들까지 예술단 단원들의 다양성이 더 주목받는 것 같다”며 “저는 그런 선배님들과 후배분들 얘기를 중간에서 잘 들을 수 있는 입장이고 음악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바로 전달할 역할을 해 왔다는 판단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또 “이정도 아티스트들이라면 환상적인 쇼를 꾸밀 수가 있겠지만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열흘도 안 남았다는 것이다. 함께 부를 편곡을 준비해야 하고 중간에 어색함이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첫날은 저희 측 공연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두 번째 공연은 북측과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다 보니 참가하게 될 아티스트들의 편의를 많이 살펴서 진행해야 될 부분이라 어깨가 무겁다”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한편 남측 예술단은 서행 직항로를 통해 방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와 협의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술단 숙소로는 평양 시내 고려호텔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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