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비율 커져 가는데…신동빈家 배 불리기 급급?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롯데카드가 올해 현금 배당 규모를 확대하면서 이에 따른 갖가지 의혹이 붙는 모양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414.8%로 나날이 커지는 등 재무 안전성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 업계는 이 같은 판국에서 현금 배당을 확대한 것을 두고 신동빈 오너 일가를 위한 ‘배당 잔치’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며 의혹을 불식시키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지금은 현금 배당을 늘릴 때가 아니란 게 업계 전반의 지적이다.

현금 배당 확대 의결…계열사·오너 일가에 200억대 배당
신용등급 하향 등 경영 악재 속출…때 아닌 ‘배당 잔치’에 눈살


롯데카드는 지난달 26일 주주총회를 통해 총 주식 수 7474만61주에 주당 29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같은 달 22일 배당 결정이 발표된 후 업계에선 ‘무리한 배당’이란 지적이 잇따랐으나, 결국 이사회가 100% 찬성표를 던지면서 원안대로 배당 안건이 가결됐다.

올해 배당금 총 액수는 216억7461만 원이다. 이는 2002년 창립 후 두 번째 현금 배당으로, 지난해 186억8500만 원(주당 250원)보다도 30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배당금은 주총 결의 후 1개월 이내 주주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오너 일가,
롯데카드 배당금 얼마?


롯데카드의 이번 배당을 통해 보통주 7008만9000주(93.78%)를 보유한 롯데쇼핑은 203억2581만 원을 받게 된다. 또 롯데카드 지분 343만1000주(4.59%)를 갖고 있는 롯데캐피탈과 76만3000주(1.02%)를 보유한 부산롯데호텔은 각각 9억9499만 원, 2억2127만 원의 배당금을 쥐게 된다.

아울러 지난 2월 13일 법정 구속된 신동빈 회장은 보통주 20만3000주(0.27%)를 보유 중으로 5887만 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이 밖에 신 회장의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각 12만7000주(0.17%)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3683만 원씩 수령한다. 이들 신 회장 3남매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총 1억3253만 원이다.

당기순이익의 60% 안팎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대비 롯데카드의 올해 배당성향(39.8%)은 그다지 높진 않다. 하지만 올해 배당정책을 두고는 업계 안팎에서 말들이 많은 실정이다. 실적·재정건전성 악화와 함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재무 구조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배당 규모를 늘리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

롯데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544억9403만 원을 기록하며 직전사업연도(2016년, 1065억6138만 원)에 비해 48.9%나 순익이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영업권 평가 손실 등 일회성 손실을 반영한 결과”라지만, 이처럼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배당 잔치를 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롯데카드는 실적 부진 외에도 경영상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3곳(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은 지난해 9월부터 일제히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 신용평가사 3사가 모두 신용 전망이 밝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롯데카드는 앞으로의 자금 조달에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롯데카드의 부채비율은 2016년 360.6%에서 지난해 414.8%로 대폭 확대돼 재정 부실에 제대로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부채 비율이 400%가 넘어간다는 것은 재무구조상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누구를 위한 배당인가

결국 재정건전성 개선에 고삐를 죄야 할 롯데카드가 올해 배당을 확대한 건 ‘무리’라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배당이란 건 회사에 이익이 났거나 경영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익잉여금으로 배당을 하면 주주환원정책이 될 수 있지만 롯데카드의 경영 흐름으로 봤을 때 이번 배당정책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룹 계열사와 총수 지분율이 절대적이고,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의 배당 확대 정책은 어떤 이유가 됐든 ‘오너 일가에 배당금을 몰아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배당금은 오로지 최대주주인 롯데쇼핑 등 계열사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 일가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형인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 회장에게 분쟁 시 필요한 자금을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롯데카드 측은 이번 배당에 대해 “주주 가치 제고 차원”이라며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 회장은 주식 278만1409주(9.89%)를 보유한 롯데쇼핑을 통해서도 주당 5200원의 배당 결정에 따라 총 144억6333만 원가량 받게 된다. 그는 롯데제과 지분도 9.07%, 총 38만1608주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제과로부터도 1억685만 원가량 받는다. 또 롯데칠성음료 지분(5.71%)을 통해 배당금 15억 원가량 쥐게 된다. 롯데푸드에서는 지분 1.96%로 4억8900만 원가량 수령한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카드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모두 더하면 165억 원이 넘는다. 신 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큰 수혜를 얻게 됐다.

반면, 누나 신 이사장은 올해 배당 규모를 크게 늘린 롯데쇼핑을 통해 10억8114만 원을, 신 전 부회장은 6억9656만 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