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역 단위 농협 등지에서 각종 논란이 일어나면서 농협중앙회의 관리 실태에 대한 지적이 들끓고 있다. 매해 지역단위농협에서는 직장 내 갑(甲)질 논란, 성 관련 범죄, 배임 및 횡령, 선거 개입 의혹 등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는 무엇을 하고 있냐는 비판이다. 특히 일요서울 취재 결과, 범죄를 저지른 지역 임원들은 일정 기간만 끝나면 사업장에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범죄 저지르고 형 선고받아도, 규정상 임원 복귀 가능해
농협중앙회 “관리 감독 한계…법적인 부분도 어쩔 수 없어”


지역 농협이 직장 내 갑질이나 임직원 간 성추행 논란 등으로 멍이 든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노동조합 등 일부 직원들은 “농협중앙회는 지역 임직원들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 수수방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지역 단위 농협 사업장 등지에서 벌어졌던 비윤리적 의혹은 다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 규탄 집회를 열고 점촌농협의 독단적 갑질 경영에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지역 임원이 단체협약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 왔으며 근로기준법과 농협규정에도 맞지 않는 불법적인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영과 인사에 있어서도 임금체불 등을 토로했다.

또 광양원예농협에서는 직원 폭행, 출장비 과다지급 등의 논란이 발생한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 갑질문화 근절 및 직장 내 민주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노동조합은 광양원협 등 광주, 전남지역농협의 부조리한 실태를 고발했는데, 특정 조합장이 장기집권을 위해 정관 변경에 나섰다는 주장을 했다. 더불어 한 지역 농협에서 발생한 상급자의 폭력사건도 고발했다.

출장 중 가진 술자리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소주병으로 내리치는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후속 조치가 전혀 없었고 “농협중앙회 측에서 나온 감사 역시 소주병으로 맞은 상황을 두고 ‘소주 많이 마셨겠네’ 등의 발언으로 조롱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논란과 의혹 외에도 신안농협에서는 특정 정당에 강제 가입 요구, 대기발령 중 가혹행위 등 갑질 행위가 만연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신안농협에서 강제적으로 정당을 가입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안농협에서는 특정 임원의 의도적 기획·표적 감사의 대상이 된 직원에 대해 반성문 작성 및 감시가 진행됐다는 주장도 더해진다. 직장내 갑질이나 비윤리적 행태가 지속, 반복되고 있는 꼴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 관련 범죄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수년 동안 대구의 한 농협에서 상급자 지위를 이용한 갑질 폭력이 발생했다”면서 경찰에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두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가해자는 직위를 이용해 부하 여성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사적 만남을 강요하고 외모를 비하하기도 했다”며 “여직원에게 음란물을 보내는 등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협동조합노조의 해당 농협 지회는 가해자 징계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대기 발령 처리만 됐고 가해자가 비호를 받았다”며 “처벌 수위도 당초 해직에서 정직 6개월로 낮아졌다”고 비판했다.
부하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충전(껴안는 행위)해 달라’는 등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전북 모 지역농협 지점장이 징역형을 받은 일도 있었다. 당시 가해자는 직원의 옆구리와 엉덩이를 만지고 볼에 뽀뽀하는 등 여직원을 수십 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전주지법 형사6단독 정윤현 판사는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역농협 지점장 A(4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대표적인 사건들만 나열해도 지역 농협의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 대목이다. 직장 내 갑질과 비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는 이유도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농협 규정례집에 따르면 혐의가 입증되고 형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현행 또다시 지역 농협 임원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의 규정례집상 임원의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임원히 성추행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다시 선거에 나오거나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거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업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농협 직원은 실제로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는 “앞서 성추행 건으로 물의를 빚고 물러났다가 다시 선거에 출마해 조합장으로 돌아온 경우가 있다”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지역 농협 직원은 “지역 사회에서 농협의 선출직 임원 등은 동네 유지이며, 상당한 권력을 갖는다”면서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일도, 자신의 과오를 덮고 임원이 되는 일도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농협의 조직 체계상 지역 농협을 관리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규정례집 역시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는 1000여개가 넘는 연합 조직의 성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모든 농협은 각자 법인이 다르다. 우리가 개입하게 되면 ‘자율 경영 침해’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중앙회가 가지고 있는 지도 및 감사의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죄가 확인된 인물도 다시 지역 농협의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례집은 “농협법이라는 상위법 체계가 있는데, 이를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강화할 수도 변경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자신들의 책임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농협은 1000여 개가 넘는다. 지역 별로 한 가지 문제점만 있어도 1000여개의 문제가 터져나온다는 이야기”라면서 “때문에 문제가 많아 보이겠지만 전반적으로 개선, 발전하고 있다. 언론에서 다루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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