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고객들 “외제차는 피해야 상책, 무서우니 보험이라도 넉넉히”

위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보험 고액 대물 배상 상품에 가입한 차량의 비중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자동차 시장에서 외산차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수리비 부담에 대한 우려를 느끼는 가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보험 업계 전문가들은 외산차 판매량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동차 기술의 첨단화 등 영향으로 해당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억 원 이상 비중 2016년 37.0%에서 지난해 43.0% ↑
자동차 대물 배상 체계에 대한 재검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보험 기준으로 지난해 대물 배상 가입 금액이 3억 원 이상인 차량은 681만 대로 집계됐다. 전년 564만9000 대와 비교했을 때 20.6%(116만1000대)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대물 배상 가입 금액 3억 원 이상 비중은 2016년 37.0%에서 지난해 43.0%로 확대됐다. 가입 금액이 2억 원인 차량 비중은 동기간 44.2%에서 41.6%로, 1억 원 이상은 14.7%에서 11.4%로 줄어든 모습이다.

대물 배상이란,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 차량의 수리비를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보험개발원은 대물 배상 고액 가입, 전환 현상에 대해 “외산차가 늘어남에 따라 수리비 부담에 가입금액을 고액으로 전환한 가입자가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등록대수 현황을 보면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2252만8000대로 전년 대비 3.3% 증가한 반면 외산차 등록대수는 189만7000대로 전년에 비교해 15.1% 늘었다.
 
지난 2월의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율 역시 18.4%로 조사된 바 있다. 한국자동차수입협회는 지난 8일 “한국에서 1만 9928만대의 수입차가 판매됐다. 2월 판매량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2월 한 달간 설날 연휴 등으로 판매 여건이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한 탓이다. 2월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18.4%를 차지했던 부분 역시 월간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지난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9% 성장한 25만6000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역대 최고 기록인 2015년 24만3,000대를 넘어서는 규모다.

또한 외산차 등록대수 증가와 맞물려 외산차의 보험가입도 전년 대비 16.4% 증가한 155만700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외산차의 평균 차량 가액은 3530만 원으로 국산 차량 1237만 원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차량 가액은 중고차 가격이 포함돼 있어 신차 가격보다 낮게 책정되며, 보험개발원이 중고차 시세와 물가 등을 고려해 분기별로 차량가액을 산출, 제공한다. 차량 가액은 해당 차량이 전부 손해 처리될 경우 지급되는 보험금의 기준이 된다.

외산차 자체도 대물 배상 가입금액이 고액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3억 원 이상의 비중이 전체 외산차의 49.2%, 국산차의 42.4% 경우 보다 6.8%포인트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물 배상 가입금액이 2억 원인 차량(40.9%)까지 더하면 외산차의 90.1%가 대물 배상 가입금액이 2억 원 이상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보헙 업계 종사자들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견해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 가입자들 중 ‘어떻게든 보험비가 덜 나오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차량들이 고급화되고 있고 외산차도 늘고 있어 ‘일 년에 몇만 원 아낄 바에야 안전하게 대물 보험비를 내자’는 쪽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시장의 고급화 및 다양화는 갈수록 극명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보험에 가입하거나 전환할 때 신중히 고려해 볼 만 한 사항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동차 대물 배상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외제차 운전자가 사고를 내 국산차 운전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서로 물어줘야 할 보험금(배상금)이 유사하거나 오히려 국산차주가 더 많은 보험금을 물어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보험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산차-외제차 간 차대차 사고 시 보험금 지급자료를 분석하고 이와 같이 밝힌 바 있다.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외제차 차주가 사고를 내 국산차 차주가 피해를 입었을 때 외제차 차주가 배상한 금액은 평균 120만5000원이었다. 피해를 입은 국산차 차주도 외제차 차주에게 평균 103만6000만 원을 배상했다.

오히려 국산차가 피해를 당하고도 부담하는 사고 배상액은 2013년 평균 81만 원에서 2016년 103만 원으로 4년동안 27%이상 급증한 것이다. 보험사와 법원이 ‘순수비교 과실제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순수비교 과실 제도는 사고 상대방의 총 피해금액에 과실비율을 곱해 배상액을 산정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피해자라고 해도 과실이 전혀 없지 않은 이상 배상금을 내야만 하는 구조다.

채이배 의원은 “외제차의 고가 수리비나 부품재료비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그 손실을 책임에 비해 과도하게 부담하는 현재 보험 처리 체계는 문제가 있다. 자동차 대물 배상 체계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수입차의 사고 건당 평균 수리비는 274만1000원에 달했다. 국산차 평균 수리비인 100만5000원과 비교했을 때 약 2.7배다. 다만 수입차 수리비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