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너도나도 ‘남경필 마케팅’... “누가 나가도 ‘필승 카드’”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경선까지만 보면 된다”. 지선을 앞둔 여의도 정가에 떠도는 말들 중 하나다. 여기엔 민주당 후보 누가 나오든 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를 꺾을 것이란 관측이 전제돼 있다. 당내 경선을 앞둔 민주당 후보군들 역시 ‘남경필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최종 후보만 된다면 남 지사를 꺾을 ‘필승카드’이긴 마찬가지란 것이다. 이에 남 지사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거리 두기’를 통해 반전을 꾀하는 듯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유일한 돌파구로 평가되던 ‘야권 단일화’ 논의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상황은 남 지사에게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이재명 60.7% > 남경필 22.7%, 전해철 44.3% > 남경필 24.8%
- 위기의 남경필, 중앙당 ‘선 긋기’ 통한 ‘홀로서기’ 움직임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1일 6.13 지방선거에 나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남경필 현 경기지사를 공천하기로 확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며 공천 확정 배경을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의 우위가 확인된 만큼 조기 공천을 통해 남 지사가 현역 프리미엄을 최대한 살릴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로 비친다.
 
여론조사 이재명 ‘압도적’,
민주당 후보 모두 남경필엔 앞서...

 
그러나 한국당의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남 지사는 세 명의 민주당 예비 후보 가운데 어느 후보에게도 앞서지 못했다. 민주당의 주자 3명 모두 자유한국당 남경필 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 이상의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경기도민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 대 남경필 지사 구도에서는 이 전 시장이 60.7%, 남 지사 22.7%로 38.0%p 차이를 보였고 전해철 의원 대 남 지사 간 가상대결에서는 전 의원 44.3%, 남 지사 24.8%로 19.5%p의 격차를 보였다. 양기대 전 광명시장 대 남 지사 구도에서는 양 예비후보 41.5%, 남 지사 23.4%를 기록해 18.1%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4월 2일부터 4월 3일까지 경기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RDD(50%)와 휴대전화 가상번호(50%) 병행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4%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 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18년 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문 마케팅’이 판을 치던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때아닌 ‘남경필 마케팅’이 한창이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내걸고 있는 ‘필승카드’ 논리가 민주당 후보라면 누구나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해철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한 듯 일찌감치 ‘남경필 마케팅’을 시작했다. 전 의원은 지난 12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우리가 남이가’에 출연해 “정치권에서 꼭 해야 하는 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장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하는게 필요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남 지사에게 소통도시락을 줘서 선의의 경쟁뿐만 아니라 많은 소통을 하면서 도정도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 본선 무대에서 맞붙을 것이 유력시됐던 남 지사에 대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경선 경쟁자인 이 전 시장에 대한 견제도 함께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 의원은 이 시장에 대해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며 지적해 온 바 있다. 남 지사와의 1:1 구도 형성, 그리고 이 시장에 대한 견제라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을 노린 것이다.
 
남경필, 洪 겨냥 “보수 달라져야”
‘야권 연대론’ 가라앉자 ‘독자노선’

 
한편 한국당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서울시장에 전략 공천한 것이 남 지사에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인사’인 김 전 지사를 공천함에 따라 실낱같던 ‘야권 연대’ 가능성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 지사 측은 야권연대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현실적으로 야권연대 없이 상황을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야권 연대’마저 당 지도부에 기대할 수 없게 된 남 지사는 마지막 카드로 중앙당과 일정 정도 선긋기를 통한 ‘홀로서기’를 도모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자신의 지지율이 저조한 결정적인 이유라는 판단으로 비친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의 품격을 다시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지금 보수는 국민들에게 미래의 수권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안이 있는지, 법치주의와 시대에 맞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구현해 왔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책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또 “보수는 달라져야 한다”며 최근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한 당 지도부의 막말 논란에 대해 질책했다.
 
이어 “마땅히 비판해야 할 문제를 거친 표현으로 인해 본질을 훼손시킨 일이 반복돼 왔다. 언어의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며 “제가, 보수가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될 해법을 찾겠다.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바로 세우는 일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남 지사는 이날 기초단체장에 전략 공천된 일부 후보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겨울 칼바람 속 봄바람 찾기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중앙당과 선 긋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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