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수능 최저학력 폐지는 현대판 ‘음서제’"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교육부가 정시모집 확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최저 학력기준 폐지 등을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일부 대학에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시 제도가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년별로 달라지기 때문.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와 교사가 떠안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서울은 이성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와 교육 시민단체를 찾아 교육부가 발표한 제도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초·중등교육은 고등교육의 식민지 되면 안 돼
-시민단체 “‘교육 백년지대계’ 위해선 소통 중시해야”



교육부가 최근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종합(이하 ‘학종’)전형 비율이 높았던 서울 주요 10개 대학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학생 수험 부담 완화의 측면에서 폐지를 권장”한다고 명시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학 대상으로 고교교육 내실화 및 학생·학부모의 대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입전형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이 공문에 포함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의 합리적 활용 및 개선노력 지표’에 따르면 수시모집 내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축소·폐지는 지원사업에서 중요한 평가요소다.

이에 따라 현재 연세대, 동국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최저 학력기준 완화 및 폐지, 정시모집 확대 등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학부모는 기존 교육부 방침인 ‘정시 축소·수시 확대’가 ‘정시 확대·수시 축소’로 바뀌며 혼란에 빠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이번 대입 정책 변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내다본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수시보다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

기자는 이성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와 교육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을 찾아가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줏대 없는 입시 개혁
 

이 후보는 1987년에 교사생활을 시작했으며 1989년 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해직됐다.
이후 1994년 복직했고 2015~2016년까지 총 2년간 전교조 서울지부장을 거쳐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맡았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30일 재선을 준비하는 조희연 현 교육감을 제외하면 맨 먼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운을 뗐다.

이 후보는 “수능이 등급제에서 다시 점수제로 돌아갔다. 현재 존재하는 최저등급은 완전한 등급제도가 아니다”며 “89점과 90점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이 부분은 대학교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최저등급을 열어둬야 한다. 만약 최저등급이 낮더라도 학종(학생부 전형, 이하 ‘학종’)으로 판단하는 전형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수능 최저등급 폐지 시 가중치가 학종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은 더 좋은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 부모의 돈과 인맥으로 스펙을 쌓거나 컨설팅 업체에 학생부 기록을 맡긴다. 결국 학생의 평가는 학교, 교사, 부모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형평성 제로의 전형이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대안으로 ‘수능 자격 고사화’를 제시했다.

대학교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는 학생들을 받아들여 유능한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인재를 완성해 대학교에서 납품받는 형식이다. 이는 초·중등교육을 고등교육의 식민지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이 후보는 “고등교육기관만큼 초·중등교육기관도 중요하다. 하지만 입시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며 “보통교육도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민주적 소양과 일반 교양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학년마다 달라지는 대입제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먼저 현행 고등학교 2학년은 최근 교육부가 급작스레 발표한 ‘정시 확대·수시 축소’ 방침으로 입시를 치르게 된다.

이 후보는 “교육부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학부모, 교육학자, 교사 등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대로 된 입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입시정책을 임시 처방식으로 발표하니 국민의 피로도만 높아지며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게 한다”며 “국민들은 정작 제대로 된 입시개혁이 이뤄져도 ‘또 바꾸느냐’며 질타할 수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도 새로운 교육 과정 도입으로 수능 범위가 바뀌는 것은 물론 정시 확대 방침이 본인들 입시에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현재 두 과목인 절대 평가 과목을 ‘7개 전체’ 또는 ‘4개 과목’으로 확대하는 ‘수능 절대평가 확대’안을 내놓았다. 다만 정부는 학생·학부모들의 저항에 부딪혀 시행을 1년 유예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학생들에게 모든 과목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들은 수시 대비로 학종, 논술 등을 준비해야 하며 정시는 정시대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논술의 경우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학생들의 부담 가중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현재 중학교 3학년은 수십 년간 대입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이들에게는 ‘수능 절대 평가 확대’뿐 아니라 내신 변화, 학생부 기재 방식 등의 입시 개편이 예고돼 있다.

그는 대대적인 변화의 이유가 근본 없는 입시제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에 따르면 정부는 그간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입시제도 변화로 ‘땜질’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이 밖에 이 후보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교조에 속한 교사들이 우리나라 교육이 민주화되는 데 많은 부분을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친북적 내용 교육’ 논란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사회 또는 국사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과거처럼 본인 견해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수업 방법은 학교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하고 있는데 왜 교육 부분만 낙후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체되지 않는 교육정책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이 후보는 “고등학교가 최종학력이 되는 아이들도 많다. 나는 대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도 선진국형으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절대’ ‘상대’ 아닌
‘등급제’ ‘점수제’ 중요

 
 
<뉴시스>

교육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하 ‘공정모임’)은 지난달 3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집회’를 열고 수능 최저 학력기준 폐지 반대 및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현재 대입제도에서 각 전형의 불균등한 비율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실제 2018학년도 수시는 75%에 달했고 2019학년도는 80%에 육박했다.

이는 내신경쟁을 부추기며 학교·교사 간의 수준 및 내용의 편차로 형평성 있는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정모임의 주장이다.

여기에 학생의 객관적인 수학 능력을 담보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까지 폐지되면 공정성이 무너진다는 것.

이종배 공정모임 대표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오직 내신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이는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킨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학종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 왔다. 만약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된다면 학종은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것”이라며 “줄어든 수능 비중은 수능 무력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정시는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학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했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학종:교과:수능=1:1:1을 제안했으며 민간 주도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내신:수능:내신+수능=1:1:1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수능 전형 방식은 다른 요소의 개입이 없는 ‘순수 수능’ 전형이다.

그는 “정부는 가만히 둬도 학종을 늘릴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쓴다”며 “이런 어리석은 일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 오히려 수능 정시 비율을 높이는 대학에 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능 절대 평가 확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절대’와 ‘상대’가 아닌 ‘등급제’와 ‘점수제’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

이 대표는 “등급제는 동점자가 많이 발생해 변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9등급제의 경우 1등급을 받은 학생이 수만 명 이상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대학은 수능으로 학생을 변별할 수 없기 때문에 학종으로 선발하거나 본고사를 부활시킬 수 있다. 결국 수능이 무력화되고 정시도 폐지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며 노력 여하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입시개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정치이념 실현이나 업적을 쌓기 위해 급진적 정책실험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